안전지대는 없다

오준영 기자l등록2016.09.27 23:13l승인2016.09.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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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세계일보 장영태 기자

 9월 12일 오후 8시 32분경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 후 한반도에서는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한다. 지진 직후 메신저와 일부 포털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하고 통화 역시 되지 않았다. 그 후에도 경주지역에는 400회가 넘는 여진이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강한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어 대처할 방법을 모르고, 더 강한 지진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여진에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우리의 안일한 태도가 지진보다 더 무서운 일들을 만들고 있다. 부산, 대구, 울산 등 영남권 지역 학교 5곳 중 1곳은 12일 지진 발생 당시 대피나 하교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교사들은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아무 일도 없다’며 야자(야간자율학습)을 시켰다. 교사들은 당시 상황이 위험하지 않고, 가방을 메고 집에 가려는 학생들을 붙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 일도 없으니 야자해라’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그 학교가 무너지기라도 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평소 학교에서 실시하는 재난안전교육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교육 때는 운동장에 학생들을 20분, 30분씩 세워놓고는 정작 지진이 발생했을 땐 나가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야자를 시켰다.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공부만을 강요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지진에 대한 불감증을 볼 수 있다. 전국에 설치된 승강기중 지진대비 안정장치인 지진관측감지기가 설치된 승강기는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정부에서는 지진에 대비한 승강기 기준이 전혀 없고 국제 표준화기구(ISO)에서 지진에 대비한 국제기준 마련을 논의 중에 있어, 국제기준 제정 즉시 국내 기준에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고 지진 위험성이 높은 영남권 지방이 오히려 지진 대비에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지역 일부 지자체들은 감사에서 시정조치를 받았음에도 2년이 지나도록 조치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가 된 지자체들은 예산이 부족해 내진 보강을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긴급재난문자 역시 늑장문자로 시끄럽다. 폭염에는 수십 차례 오던 재난문자가 지진이 일어났을 땐 15분 뒤에 도착했다. 긴급재난문자의 기능이 무엇인가? 재난상황에서 국민이 대비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보내져야하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발송된다면 긴급재난문자가 아닌, 긴급확인문자가 되버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위험을 모르는 것도, 법과 기준이 없어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도, 돈이 없다는 핑계로 중요한 사항을 미루는 것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더 이상 생기면 안 된다. 만약 이 같은 일들이 반복 된다면, 지진보다 더 큰 재난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위험에 자각하고 대비해야한다. 이번 지진이 지금까지 우리의 안일함을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준영 기자  ojy0533@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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