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말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행복을 준다. 그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현실사이엔 간극이 있겠지만 그런 차이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진리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은 “여행을 통해 낯선 곳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은 멋진 일이며 여행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즐겁다”고 말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한 여행전문칼럼니스트 패트리샤 슐츠Patricia Schultz는 “여행이 영감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그녀는 세상을 책에 비유한다면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한 페이지만을 읽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경험에서도 여행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그는 뉴욕에 살면서 보고들은 내용의 글을 쓰면서도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부지역을 여행한 후 그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전혀 미국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의 글이 기껏해야 불명확한 기억이나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것마저도 왜곡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지식과 지성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는 책이나 신문,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곳을 알기 위해서는 그곳의 풀과 나무들의 향기나 물의 흐름과 도시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실 여행은 세계관을 넓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하며 모험을 즐기도록 하며 어려운 일에도 과감히 맞서도록 만든다. 여행은 새로운 곳의 지리나 문화를 접하는 과정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며 생각을 깊게 하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은 자아의 영역을 확장시켜 사회인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그러므로 여행은 이제 곧 사회인이 될 대학생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이런 필요에 부응하고자 우리학교에서는 2013년부터 2016년 9월 현재까지 매년 1~2억 규모의 예산을 「도전글로벌 배낭여행」프로그램에 배정하고 있다. 학과단위로 3명 이상의 학생들이 각각의 조를 이루어 여행지나 기간이 적힌 일정표를 제출하면 국제교류처의 심사를 거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조언을 받아 효과적인 계획을 세우고 경비를 받아 여행을 떠난다.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 가면서 자신을 단련시킨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외국어를 직접 활용하게 되면서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실제적인 경험은 전공지식강화에 기여함은 물론 졸업 후 취업경쟁력향상으로 이어진다. 여행지에 따라 200만원부터 600만원까지 지원된다. 지원비만으로도 짧게는 2주에서 한 달 가량의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이 끝난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담당부서에 제출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야말로 사후보고서이고 그간의 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관리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그런 까닭에 애초 의도한 계획에 충실하지 않고 편의적인 방식으로만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여행으로 본래 프로그램의 명칭과는 다르게 전혀 도전적이지 않은 여행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축소된 일정이나 장소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의 일부를 남겨오는 사례까지 있다. 프로그램에 지원되는 비용은 경쟁력을 위한 것으로 취지에 맞게 쓰여야 한다. 경쟁력향상은 결국 본인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학생들의 보다 큰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본 프로그램을 운용함에 있어 지도교수는 물론 해당부서의 좀 더 세심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