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대학 후문, 자취방 임대 포스터가 게시대를 빼곡히 채웠다. (사진/김현곤)

두 뼘 반. 창문과 침대 사이의 거리. 영화 제목이 아닌 현실의 존재.

“손닿는 곳에 모두 있는 게 장점일까요?”
자취생 A씨(23)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군 제대 후 복학했는데, 겨우겨우 구한 집이 이거”라며 방문을 연 A씨의 집. 무척 좁았다. 미니 냉장고와 모니터를 겸하는 TV. 수납공간을 줄이기 위해 싱크대에 박힌 드럼 세탁기가 벽을 두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딱딱한 침대를 제외한 공간에는 한 사람이 겨우 뉘일 수 있다.

“빨리 이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요.”
자취방에서 산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부터,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졌다고 말하는 A씨. 그의 머리 위로 빨래를 거는 봉이 보였다.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려 하면 빨래들이 얼굴을 쳐요. 스트레칭하기도 힘든 공간이죠.”
그는 두 팔을 모두 벌려 창문과 현관까지 몸을 돌렸다. 세 번 반. 월 15만원이란 돈이 허락한 공간은 이게 전부다.
“6개월만 계약하려 했는데, 집 주인이 1년은 해야 된다는 거예요. 울며 겨자 먹기로 1년 계약했죠. 내년 2월에나 탈출할 수 있어요.”
좁은 공간이 A씨의 움직임으로 가득 찼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기자에게 커피를 타줬다.

커피 향이 방 전체에 가득하다. 좁지만 구역이 나눠있다. 침대에서 한 발짝 움직인다. 주방이 나온다. 찬장을 열어봤다. 인스턴트식품들이 대다수다. 냉장고를 열었다. 김치, 젓갈, 달걀 몇 개와 통조림 햄이 전부다. 시큼한 반찬 냄새가 방으로 기어 나온다. 급히 문을 닫았다. 향흔이 이미 샜다. 커피 향 가득했던 방이 반찬 냄새로 덮였다.
“된장찌개 같이 냄새가 강한 음식을 만들면 방 전체에 냄새가 나요.” 
가득 찬 냄새는 그에게 스며든다. 옷, 신발 가릴 것 없다. 가난은 그의 몸 주변에 덕지덕지 묻는다. 
방이 좁으니 친구를 초대 하는건 꿈도 못 꾼다. 혼자 밥먹는게 가장 큰 고역이다. 
“1인분씩 재료를 사려면 대형 마트까지 가야해요. 자취방 주변에서 멋모르고 사왔다가 모두 상해서 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의 자취방에는 베란다가 없다. 바깥공기 한번 마시려면 옥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가끔은 2~3명씩 모여 있는 경우도 있다. 늦은 밤, 그와 함께 옥상을 올라갔다. 옥상 아래 세상은 시끌벅적하다. 빛을 머금은 간판들이 밤을 수놓았다.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나지막이 튀어 올라온 벽 너머에만 빛이 존재하는 듯하다.
잠깐의 외출을 끝내고 그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향흔은 방안을 맴돌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나갔는데 냄새가 빠지지 않네요.”
멋쩍게 말하는 그의 말은 시끄러운 바깥소리에 섞여 들렸다.
“바깥이 많이 시끄러워요. 새벽에 자고 있는데 싸우는 소리와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꽤 잦죠.”
그를 뒤로 하고 건물을 나서자, 주황빛 조명이 눈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