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보다 거친 설전

배재신문l등록2017.11.14 00:47l승인2017.11.1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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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반도 상황은 위중하다. 사드(THAAD) 배치문제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냉랭하다. 정치, 경제, 문화교류나 관광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김정은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도취해있고 급기야는 태평양 어디쯤에 수소폭탄을 터트릴 계획이란다. 그는 이러한 위협을 경고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을 비하하며 ‘도타드’(dotard)라는 표현을 썼다. 이때부터 그들 사이에는 무기보다 거친 설전이 이어진다. 도타드는 ‘늙다리미치광이’라는 의미로 사어가 되다시피 한 고어이다. 이 말은 9세기부터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제정신이 아닌 괴팍한 늙은이를 일컫는 독특한 단어였다. 어찌됐든 김정은이 낡디 낡은 ‘도타드’라는 단어를 끄집어 낸 것은 상대를 모욕적으로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트럼프대통령은 김정은의 폭력적 언어를 제어할 필요를 느낀다. 아울러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북한의 핵위협을 ‘자살행위’(suicide mission)로 규정짓고 군사적 대응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에 맥클러니 장군(Gen. McInerney)은 만약 북한이 서울을 공격한다면 미국은 15분 이내에 북한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공언하며 대통령의 경고에 힘을 보탠다. 그러자 김정은은 다시 트럼프대통령을 향해 ‘전쟁광’(Warmonger)이라는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트럼프대통령 역시 북한정권을 ‘범죄인집단’(band of criminals)으로 명명하며 김정은에 대해서는 ‘로켓맨’(Rocket Man)으로 폄훼한다. 그의 이러한 반응에는 자존심의 생채기가 난 흔적이 있고 은연중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었다. ‘도타드’라는 먼지 쌓인 단어를 끄집어냄으로써 김정은은 트럼프대통령을 자극했다. 그것은 어쩌면 핵이나 수소폭탄만큼이나 상대방의 마음을 거스르게 만드는 조롱의 표현이었다. 이에 질세라 트럼프대통령은 자신을 늙다리로 취급한 그에 대해 ‘작고 뚱뚱한 애송이’(short and fat greenhorn)로 반격한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공격적인 말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입이 무기보다 강하다”(MOUTH is mightier than the sword)는 실감이 든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들의 ‘설전’(wordy warfare)을 우려한다면서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녀는 거친 “설전에 휘말리다 보면 진의를 알 수 없고 이는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감정이 격화된 공격적인 언어는 자칫 폭력적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설전을 경계한다.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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