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 않은 영어표기의 어려움

배재신문l등록2018.05.03 00:04l승인2018.05.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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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1일자 「저팬 타임스」를 보니 세계/정치면에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의 몫인가?”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핵무기만큼이나 강력한 설전이 오고갔다. 김정은은 미국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제조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의 기사 역시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을 하면서 만약 미국과 그 동맹국이 위협을 받는 다면 2,500만 명이 살고 있는 북한을 철저하게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는 내용을 확인한다.

 그런데 며칠 전 판문점에서 남/북간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세부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고조의 압박”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얻어내는데 효과가 있었다는 갸우뚱한 자화자찬을 했다. 그 후 미시간 주에서 열린 대규모의 집회에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노벨, 노벨, 노벨’을 연호했고 이에 그는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저팬 타임스」는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을 주목했다. 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의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벨상이다”고 하면서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린 평화만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누가 이끌었고 따라서 그 공이 누구에게 있으며 또 노벨평화상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의하려는 바는 이 신문을 포함해 「워싱턴 타임스」, 「뉴욕 타임스」,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영어식 표기이다. 해외의 각 언론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Moon Jae-in으로 그리고 김정은을 Kim Jung Un으로 표기했다. 영어에서는 통상 이름을 먼저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한국식 표기에 익숙해졌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동일한 이름에 한 쪽은 하이픈을 넣었고 다른 한 쪽엔 넣지 않았다. 물론 각 언론사들이 이렇게 표기 한 것은 그들이 선택한 영어표기에 따른 것이다.

 흔히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가운데 이름을 세례명이라 여겨 생략시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가/나다’(Ka/NaDa)라고 한다면 대개는 Na만이 본명으로 간주될 것이다. 켄트Kent대학교에 머물 당시 학교에서 만들어준 email 주소가 지금의 ykpark가 아닌 ypark으로 되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email 주소야 어떤 표기로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ypark로 한 것은 분명 Y..k.라는 이름을 단일한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다’라는 영어식 표기는 Na Da도 가능하고 Nada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영어식 표기가 Jae-in인 것은 우리식의 이름을 지키겠다는 나름대로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름에 하이픈을 넣는 것은 프랑스식 표기법에서 따온 것이다. 어찌 보면 Jae In보다 더 합리적인 타협안일 수 있고 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명 ‘도보다리’에서 남북한 두 정상들은 30여분 동안 단 둘이 대화했다. 우리나라의 방송사들은 물론 CNN과 NHK를 비롯한 해외의 중요한 언론사들도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았던 세계인들은 통역사 없이 나누는 그들의 대화를 바라보며 역시 동일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 한 민족임을 한 번 더 상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하이픈의 유무가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사람 또한 ‘나다’라는 이름을 Na Da, Na-Da, Na-da, Nada 등 다양하게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이름에 서로 다른 영어식 표기가 그들에게 어떻게 이해됬는지가 궁금하다. 또 우리에게는 어떻게 여겨졌는지가 또 궁금하다.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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