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보이는 부인의 환대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호주를 국빈방문 중에 있었고 텀블 총리 부인을 보고 한 말이다.

 이에 2018. 5. 3일자 「데일리 텔리그라프」지는 엠마뉘엘 마크롱을 만화영화주인공인 느끼한 스컹크인 페훼 르 픠유Pepe Le Pew 에 비유하는 기사를 내었다. 르 픠유 자체가 ‘스컹크’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녀석은 스컹크가 아니다. 실은 다소 엉큼한 고양이이다. 페훼는 터키어로 말더듬이란 뜻인데, 그래서 그런지 녀석은 항상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다. 페넬로페 푸시캣penelope Pussycat이라는 암컷을 쫓아다니다 틈만 나면 껴안고 뽀뽀를 한다. 그런 녀석이 스컹크로 오인된 것은 등에 항상 뭔가가 묻어 스컹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염색약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흰색 페인트에 의해서 이기도 하다. 녀석이 페넬로페에 매혹된 것은 암고양이가 몹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비표준어인 암코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페넬로페는 호머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작품의 주인공인 오디세이의 부인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순결과 정숙함을 상징한다. 그리스 연합군의 대표적인 지략가인 오디세이는 10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또한 10년이 걸린다. 도합 20년간 그녀는 정조를 지킨다.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에 수많은 구혼자들이 접근하지만 수의로 몸을 감싸며 철저히 차단하는 여성이다. 그런데 만화영화의 페넬로페는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푸시캣은 야옹이란 의미로 순결과 정숙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귀엽고 앙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시캣에는 성적인 은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쩌면 바람둥이 수컷인 페훼 르 픠유 만큼이나 욕망에 나약한 암코양이 일수 있다.

 마크롱에 관한 이 기사는 처음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따듯한 환대에 당신(텀블 총리)과 당신의 맛있는 부인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Thank you and your delicious wife for your warm welcome)로 소개되었다. 그 후 수많은 언론에서 마크롱의 실수니 사심의 표현이니 하는 등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개는 가십성 기사였고 농으로 치부하는 기사였다. 호주의 「선 헤럴드」는 마크롱의 “실수”가 실은 속마음이 드러난 실언, 즉 무심결에 나온 내면의 심리인 ‘프로이트의 실언’Freudian slip이 아닌가 하는 의심어린 기사를 실었다. 일종의 착행증parapraxis으로 본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이 기사는 그의 이 실수가 어쩌면 프랑스인 특유의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식사가 좋았다는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의 해프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맛있는 포도주’라는 말과 ‘매력적인 부인’이라는 표현이 뒤얽힌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그럴듯한 설명이다. 여하튼 호주의 ABC News 방송은 “해석에서 길 잃다: 맛있는 호주 총리부인에 대한 엠마뉘엘 마크롱의 찬사”(Lost in translation: Emmanuel Macron thanks the PM’s ‘delicious wife’)라는 제목의 트윗을 올렸다. 물론 뉴스나 신문 그리고 트윗을 접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단순한 농담이나 실수로 받아들였다. 마크롱의 이 말을 두고 상대방에 대한 시니컬한 조롱이나 비하의 표현으로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말실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말실수가 아니었다. 최소한 마크롱의 입장에서는 진지한 표현이었고 확신에 찬 말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진행되었다. ‘가짜 동족어’(faux ami)의 함정이 있었고, 마크롱이 여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평소 마크롱은 자신의 영어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크고 작은 회담에서 유창한 영어능력을 과시했다. 이때도 그러했기에 루시 텀블을 향해 “맛있는 부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영어의 ‘딜리셔스delicious’가 ‘맛있다’로 해석되었고 여성을 향한 단어이다 보니 은근히 성적인 암유가 내재된 것처럼 확대된 것이었다. 그런데 영어의 ‘딜리셔스’와 동일한 단어인 ‘델리시외즈delicieuse’에는 맛있다는 의미 외에도 ‘매력적이다charming’라거나 ‘귀엽고 사랑스럽다lovely’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마크롱이 한 “당신의 부인이 맛있어 보이네요”란 말은 ‘당신의 부인이 사랑스럽다’거나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예의상의 그저 그런 일반적인 의미였던 것이다. 기실 『메리암 웹스터 영어사전』을 보아도 ‘딜리셔스’는 ‘맛있다’는 뜻을 넘어 ‘기쁨을 주는,’ ‘유쾌한,’ ‘호의적인,’ ‘좋은’ 등등의 의미로 나온다. 물론 그렇더라도 ‘딜리셔스’가 사용되는 용례는 여기서 나열한 ‘delightful,’ ‘agreeable,’ ‘welcome,’ ‘good’ 등으로 단순히 호환되지는 않는다. 즉 뉘앙스적인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delicious wife’는 아무리 호의적으로 해석한다 해도 ‘몸에서 나는 향기가 달콤한 부인’을 벗어나지 못한다. 성적인 함의가 있음은 물론이다. 결국 마크롱의 ‘딜리셔스 와이프’란 영어식 표현은 그리 적합/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말의 어려움이고 언어의 어려움이다.

                                        <배재미디어센터장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