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속의 성 그리고 “머리타래의 겁탈”

배재신문l등록2020.07.22 12:39l승인2020.07.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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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sney Hides Sex in Tangled” by Andrew Girdwood

 알렉산더 포프가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리타래의 겁탈』이 있다. 무도회가 있고 어느 남자는 어느 여자의 머리타래를 잘라간다. 이로써 여자는 분노하고 겁탈을 당한 것이라고 고소한다. 이것이 주된 내용이다. 평자들은 이 시가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의사영웅시Mock Heroic” 혹은 “의사서사시Mock Epic”이라 칭한다. 의사영웅시나 의사서사시는 말 그대로 영웅시나 서사시를 흉내 낸 “가짜”라는 뜻이다. 영웅시나 서사시가 신들의 전쟁이나 국가적인 명운이 걸려있는 엄청난 일이나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라면 이른바 가짜영웅시나 서사시는 사소하거나 시답잖은 일들을 마치 중요한 것인 양 가장해 그 참을 수 없는 터무니없음으로 인해 오히려 코믹한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남자는 문뜩 여자의 머리타래에 마음이 동했고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머리타래를 가위로 자른다. 남자는 “그깟” 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랄 것이고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라고 다독이지만 여자의 분노는 누그러들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머리카락에 담긴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갓 장난으로 치부했던 그 남자가 알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녀의 머리타래는 욕망의 대상이었고 그녀를 욕망한 그는 그것을 잘라 욕망을 충족하려 했다. 「라푼젤」이 있다. 동화 속 주인공은 책 제목의 이름처럼 라푼젤이다. 동화를 바탕으로 한 디즈니사의 영화를 보면 그녀의 머리타래는 70피트에 이를 만큼 끝없이 길다. 그런데 그녀의 머리타래는 회복과 재생의 힘이 있다. 병든 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되살린다. 그야말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것이다. 마법의 지팡이이다. 금발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라푼젤의 머리타래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1812년 그림형제의 「라푼젤」이 처음 나오고 그 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확산되어 나타났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머리타래는 은밀하면서도 공개적이다. 2억 6천만 달러가 투입되고 6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영화 「라푼젤」은 개봉 전 「탱글드」(Tangled)로 제목이 수정되었다. 그런데 홍보포스터를 보면 라푼젤의 긴 머리가 “탱글드”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왕자의 몸을 꽁꽁 묶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몸을 묶고 있는 그녀의 머리타래엔 “sex”라는 성적인 기호가 숨겨져 있다. 그림형제의 동화인 「라푼젤」과 이후 다양한 또 다른 버전의 「라푼젤」에서도 머리타래엔 성적인 함유가 내재한다. 성안에 갇혀 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왕자는 성벽을 오른다. 이 때 그가 잡고 있는 그녀의 머리타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성적인 주체로서의 은유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런 그녀에 대한 그의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으로서의 환유가 된다. 머리타래가 성적인 함유를 지니는 것은 이후 많은 작품을 통해서 증명된다. 19세기 중반기까지 영국의 샬럿 브론테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표작인 『제인 에어』가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제인 에어는 냉정한 숙모에 의해 기숙학교로 보내지는데 그곳의 학생들은 머리카락을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탐스런 머리카락이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토리아조 시기에 여성의 머리타래는 육체적인 아름다움이나 성적인 욕망을 상징했다. 머리타래가 매혹적인 여성으로는 『애덤 비드』에서의 헤티 소렐이 두드러진다. 헤티는 샬럿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조지 엘리엇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녀는 애덤 비드를 두고 다이나와 경쟁하나 그리 현명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탐스런 머리타래는 그녀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나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헤티 소렐의 머리카락은 라푼젤과는 다르게 검은색인데 이는 이후 토마스 하디의 테스의 머리색이다. 19세기 말에 나온 『더버빌가의 테스』에서 테스의 검은 색의 머리타래는 알렉의 욕망을 사로잡는다. 금발이든 흑발이든 머리타래는 성적인 함유와 연결되지만 노란색에 비해 검은색 머리카락엔 신비로움이 부가된다. 17세기 미국 보스턴의 청교도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가 있다. 작품에서 간음을 상징하는 주홍색의 대문자 “A”를 가슴에 달고 있는 헤스터 프린이란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의 검은색 머리타래는 아서 딤즈데일 목사의 억제된 욕망을 일깨운다. 1966년 진 리스는 『제인 에어』에서 힌트를 얻어 『광활한 사르가소 바다』를 출판했다. 1993년 [카리브해의 정사]로 영화화된 이 작품에서도 머리카락은 여성성과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거나 드러내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동시대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있다. 애트우드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으며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이 작품은 미래세계를 비관적으로 예견하는 일종의 디스토피아소설로 주인공인 오프브레드는 어느 날 한 순간에 사령관의 시녀가 되어 출산의 도구로 전락한다. 하지만 기숙학교에서 제인 에어가 언제나 그러했듯 그녀 역시 두건으로 머리카락을 숨겨야 한다. 임신을 위한 매 순간의 성적인 행위에서도 그러해야 한다. 그녀는 출산을 위한 기계적인 도구라는 강제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녀에겐 욕망을 자극하는 성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 철저하게 금지된다. 그러기에 그녀의 머리타래는 언제나 흰 색의 베일로 가려진다. 머리카락에 집중되는 모든 시선을 거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센터장 영어영문학트랙 교수 박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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