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역사 읽기- “두려움과 증오”에 관한 고찰

배재신문l등록2021.03.29 06:34l승인2021.03.2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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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배재미디어센터 제공)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인간의 두려움과 그러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증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순수한 사랑과 순수한 욕망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어떠한 감정도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에는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여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1984』에서이다. 그는 세상에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으며 그러한 고통 앞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은 그러한 고통에 직면해서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용기도 있고 의지도 있다는 말도 한다. 그렇지만 육체적인 고통 이전에 다가오는 공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다. 오웰은 작품에서 “어두운 공포가 그(윈스턴 스미스)를 사로잡았다”는 표현과 함께 한순간 세뇌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다. 작품에서 1984년의 미래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라는 3개의 거대한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 있고 “빅브라더”라는 허구적 존재를 숭배하는 세계이다. 오웰은 스페인, 독일, 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 퍼지고 있던 스탈린주의나 전체주의적인 정치체제를 목격했다. 그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집단적인 체제에 대한 강제와 강압적인 수단으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비인간화를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면 자유와 순종 중에서 대부분은 순종을 택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조금이나마 “행복”을 보장해 준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대부분은 자유를 버리고 굴종을 수용한다. 오웰의 말이다. 그런데 『1984』의 윈스턴 스미스는 맹목적인 순종보다는 자유의지의 자유로운 사고를 추구한다. 이에 전체주의 옹호의 사상경찰인 오브라이언은 그를 감시하고 세뇌를 통해 전체주의의 맹목적 숭배자로 만들 계략을 꾸민다. 윈스턴은 쥐를 무서워했고 오브라이언은 두려움이라는 공포를 이용해 그의 약점을 공략한다. 굶주림으로 미쳐 날뛰는 쥐 떼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그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늙은 쥐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온다. 긴 수염과 누런 이빨의 시궁창 쥐이다. 그가 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대리인을 찾는 것뿐이다. “줄리아에게 하세요! 줄리아에게!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요. 얼굴을 찢고 살갗을 벗겨 뼈를 발라낸다고 해도요.” 두려움이 그를 집어삼켰고 그는 변모되었다. 그는 유일하게 사랑했던 줄리아를 배신한다. 두려움이 그를 파괴했다. 리사 시Lisa see의 『해녀들의 섬』이 있다. 이 작품은 친구관계인 영숙과 미자의 해녀로서의 삶과 믿음의 상실과 용서가 중심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4.3사건의 어두운 역사를 심도 있게 추적한다. 물론 문학적인 전개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허구적인” 해석이다. 리사 시는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농부, 어부, 공장 노동자, 해녀, 우체국 직원 등이 참여한 파업과 1947년 3월 1일의 시위에 관한 정황을 설명한다. 시위 도중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흥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한 아이가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밟히게 된다. 우연한 일이었고 의도는 없었다. 그렇지만 사과를 받아내려는 군중들이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서에 남아있던 경찰들은 사건의 내막을 알지 못했고 다가오는 군중을 보자 두려움에 휩싸인다. 두려움은 공포로 그리고 그 공포는 증오로 이어졌고 폭력을 낳았다. 그들 중 누군가가 총을 발포했고 그것이 그 후 1년이 지난 1948년 4.3사건의 시발이 되었다. 리사 시는 작품을 통해 두려움으로 인한 공포가 어떻게 파괴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추적한다. 이 작품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고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제3부의 소제목 역시 “두려움”이다. 2003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존 쿳시John Coetzee 역시 두려움과 증오 그리고 폭력의 문제를 거론한다. 그는 『야만인을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통해 타 인종에 대한 배타적인 공포와 그로 인해 비롯된 잔악한 행위를 고발한다. 그는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로 악명이 높았던 남아프리카 출신인데 그러한 배경은 분명 작품구상에 영향을 주었다. 그렇지만 작품에서는 남아프리카를 특정하거나 특정 인종을 적시하지는 않는다. 제국의 주체적인 지배그룹/인종이 있고 그들로 인해 추방된 피지배/원주민 그룹이 있다. 이는 지배자들과 피지배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폭력의 양상이 비단 한 특정 국가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닌 보편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작품에서 제국의 민간인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원주민들을 “야만인”으로 단정하며 증오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 제국 전체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번식하며 퍼져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잔혹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무서운 것은 그러한 두려움이 근거가 없는 다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로 인해 폭력을 저지르는 주체가 자신의 행위를 절대적인 정의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려움과 증오 그리고 폭력을 다룬 작가로는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도 있다. 그는 『실명』에서 갑작스러운 실명의 원인을 두려움에서 찾는다. “두려움이 실명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는 눈이 먼 순간 이미 실명의 상태에 있었는지 몰라. 두려움이 우릴 눈멀게 했고 두려움이 우릴 눈이 먼 상태로 두었던 거야.” 작품은 신호대기 중이던 한 운전자의 실명으로 시작된다. 그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안과로 안내되지만 그를 도왔던 사람들과 안과의사 모두는 그처럼 눈이 멀게 된다. 그리고 실명은 마치 유행병처럼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고 그 다음은 도시를 넘어 나라 전체로 또 그 다음은 나라를 넘어 세계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눈이 먼 그들 모두는 정신병원에 격리되고 감금된다. 그것은 눈을 멀게 만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전염병에 눈이 멀지 않은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그들을 배척한다. 눈이 먼 자들은 이성을 잃고 폭력에 의존한다. 각 병실에서는 약탈과 방화 등의 폭력이 이어진다. 작가는 포르투갈 출신으로 자기 나라의 역사적인 사건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며 조국의 정체성을 정립하려고 시도했지만 이 작품에서의 주제는 특정한 민족의 역사가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연관된 것이다. 그는 “실명”이라는 주제로 이성과 지성인으로 간주되는 인간 본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여준다. 정신병원은 늘어나는 수용자들로 공간과 식량이 부족해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그들을 지키는 군인들의 두려움도 점점 더 커간다. 배고픔에 지친 그들이 몰려오자 공포에 사로잡힌 군인 중 누군가가 발포한다. 그러자 총소리에 놀란 나머지 군인들도 사정없이 난사한다. 대규모의 폭력이다. 두려움으로 비롯된 증오고 폭력이다.

 

이 에세이에서 거론된 4명의 작가 중 존 쿳시와 주제 사라마구는 노벨상 수상자이다. 카인조우Kainzow는 조지 오웰이 『1984』을 출간하고 곧바로 사망한 것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의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리사 시는 동시대 작가이다. 그녀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해 본다.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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