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득 품고 학업에 열중하는 만학도가 있다. 바로 김미애(피아노·3년, 39세) 학우다. 가정에서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평범한 어머니였다. 인터뷰 동안 명랑함을 유지하며 만학도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열정이 남달랐다. 그녀를 만나 대학생활과 인생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 김미애[피아노·3학년] 학우 (사진=김경훈)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원래 고향이 서울이고, 단국대학교에서 96학번으로 서양어문학부를 전공했어요. 이후 라이브 카페 전속 가수로 활동하다가 8년 전부터 대전에 내려와 지냈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노래를 좋아해서 스무 살 때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독학했어요. 하지만 학업으로 배운 게 아닌 탓에 홀로 연습을 하면서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우리 대학 오미령 겸임교수님께 레슨을 받다가 음악학부를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성악 전공으로 편입학하게 됐죠. 덕분에 훌륭한 스승님들 밑에서 배움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고요.
저희 학과만 해도 총 7명의 만학도가 계세요. 같이 계신 분들 대부분은 MT 등 학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기 꺼려하셨지만, 저보다 나이 어린 동기 및 선·후배들과 당당히 어울리고 즐겼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니깐 어색함이 줄어드는 거예요.

피아노과로 진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레슨을 지도해주신 교수님께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땐 입학할 생각이 없었어요. 가정을 돌봐야 하고 시간여유가 없을까봐 어떻게 하면 거절을 할지 깊은 갈등조차 들을 정도였죠. 오디션 실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우여곡절 끝에 입학을 하고 난 뒤 학교생활정보를 SNS로 공유하면서 몇몇 지인들이 배재대학교로 입학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저의 학교생활을 보며 너무 부럽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깐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나이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힘들었다면 이를 극복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지만 부담이 아예 없진 않았어요. 제가 뒤늦은 입학을 했으나 1977년생으로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학과에서 저를 부를 때 ‘김미애 씨’라 호칭하는 거예요. 그냥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데 어색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말을 할 때 경어를 준수하고 제가 먼저 다가가죠. 예능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경우 대외적인 친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게 많은데, 저는 최대한 먼저 발로 뛰면서 친해져요. 이런 과정으로 우리대학에서 SNS로 맺어진 인연만 해도 100명이 넘을 정도에요. 나이 어린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함을 수용하기보단 제가 신세대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요.

페이스북으로 만학도 일기라는 것을 연재하시던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올해 1월부터 시작했어요. 저는 2년 전부터 SNS를 가입했거든요. 제 페이스북 친구 수는 약 5000명이고, 팔로워는 1000명 가까이 있죠. 학교 소식, 지역 방문, 여행 후기 등 저만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싶던 마음이 간절했어요. 포스팅한 ‘좋아요’수도 평균 300명에 가깝다보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지역에서 SNS 마케팅 활동도 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소식을 전하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현재 90번째 일기를 작성했는데, 나중에 분량이 차면 책을 내보는 게 소원이에요.

학내에서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라이브 가수와 더불어 어학연수, 배낭여행,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늦깎이 입학을 하며 저는 우리대학에서 받은 은혜가 크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과분할 만큼 장학금이 수여돼 우수 장학생으로 일정 기간 동안 학비 걱정 없이 보냈어요. 모교에서 어떤 활동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저의 적성을 돌아보니 온라인 홍보더라고요. 마침 우리 대학 홍보팀에서 블로그기자단 4기를 뽑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됐어요. 처음엔 담당 선생님께서 나이가 있으니깐 활동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을 하셨으나, 저는 그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취재 활동을 하면서도 사람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얼마 전 제가 활동하는 블로그기자단 워크숍을 갔는데, 저보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 게임을 잘 못해서 제가 맞춰줄 정도였죠. 단순히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직접 뛰며 학교와 관련된 블로그 기사 위주로 작성하고 있어요. 그 결과 50개가 넘는 콘텐츠를 생산했어요. 전공과 관련된 분야가 아닌데도 소위 ‘기자정신’을 키울 수 있게 됐죠.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해요. 우리 대학 구성원들 모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이 되고 있다고 믿어요. 늦은 나이에도 새로 시작하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학업을 마친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꿈은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포기한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음악치료사가 되는 거예요. 여기에서 학업에 전념하며 배울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제 음악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활발한 친구들도 있지만, 소극적인 학교생활을 보내는 학생들도 많아 안타까웠어요. 학내에서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 장학금 혜택 등이 부여되는데 이런 기회들을 많이 살렸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마음으로 자극도 주며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