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삶과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으며, 이의 건강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 또한 우리는 이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거나, 먹거리를 즐기고, 노동하는 등의 모든 활동에서도 끊임없이 신체를 사용한다. 몸의 중요성은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종교에서 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존재를 보여주는 것을 ‘현신(現身)’이라고 하는데, 이는 육체를 빌려 현세에 나타남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신체를 ‘소의지’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과 마음 작용이 활동하는 데 있어 몸이 의지처가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몸은 우리가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혈액’은 어떨까?

 

▲ 출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대한적십사자 혈액관리본부는 지난 2월 9일, 홈페이지에 전국적으로 혈액이 부족하다며 국민의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추운 날씨와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해 헌혈 참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달될 혈액공급 또한 어려워진다는 내용이다.

▲ 출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현재 '주의' 단계이다.

  실제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헌혈이 가능한 사람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어 의료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환자에게 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최소 5일분의 혈액이 필요한데, 현재 의료시설에는 3.5일분의 혈액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혈소판 혈액은 더 부족하다. 소량의 혈액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순위, 2순위 환자에게 밖에 수혈을 하지 못하고,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따라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환자의 가족과 지인이 직접 발 벗고 나서 헌혈자를 찾는 ‘지정헌혈’이 늘고 있다. 혈액원은 안정적인 혈액 보유량을 위해서는 하루 5천 4백 명 이상의 헌혈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헌혈 인구는 지난 2년간 20만 명 정도가 줄었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더 급감하는 추세다. 앞으로 혈액난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리가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 혈액 수급의 어려움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와중에 같은 시기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헌혈 괴담’이 돌아다녔다. 헌혈하면 코로나에 감염된다, 피를 뽑아내면 몸의 균형이 깨진다, 적십자사가 헌혈 증서로 장사를 한다 등등 근거 없는 루머로 국민의 공포심이나 불신을 조장하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에선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고, 더불어 왜 혈액을 사고팔면 안되는지, 헌혈 가능 조건엔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헌혈 부작용, 사실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이다. 공기 중에 퍼진 감염자의 비말이 호흡기 또는 눈 점막을 통해 감염되거나,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는 것이 주된 감염 경로다. 따라서 혈액을 매개로 한 감염 사례는 없다. 또한 헌혈 시 사용하는 기구는 모두 무균 소독되어 있으며, 헌혈자 앞에서 개봉하고 사용 후 바로 버리기 때문에 위생에도 문제가 없다.

  우리의 신체는 원래 혈액 말고도 비상시에 대비해 전체 혈액의 15% 정도를 더 보유하고 있다. 헌혈은 이 피를 뽑아내는 것이고, 헌혈 후 1~2일 후엔 우리 몸의 조절능력이 체내 혈액순환을 회복시킨다. 1~2개월 후엔 손실된 혈액이 모두 복구된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헌혈을 하고 나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건강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간혹 부작용으로 현기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으나, 이는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혈관미주신경성반응이다. 심한 운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오래 참았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금방 호전되는 증상이다.

  우리나라는 혈액관리법 제 3조로 헌혈증서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적십자사가 헌혈증서 매매로 이익을 본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꼭 헌혈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돈을 주고 피를 사면 쉽지 않을까?

 

  채혈자가 자의적으로 본인의 혈액을 기부하는 것은 헌혈, 돈으로 혈액을 사고파는 것은 매혈이라고 한다. 국민의 봉사 정신만을 믿고 헌혈자를 기다리기보다는 금전적인 보상을 제시하는 것이 혈액 공급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1981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업무를 맡기 전까진 매혈 제도가 존재했다. 매혈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1999년이다. 이 당시 매혈은 저소득층 사람들의 생계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55년에 문을 연 민간병원 서울 백병원 혈액은행에는 피를 팔아 끼니를 해결하려는 실업자나, 급전이 필요한 학생 등으로 붐볐다. 당시 기사에는 시골 청년을 협박해 피를 팔게 한 후 그 돈을 갈취한 강도가 붙잡혔다는 사건이 실리기도 했다. ‘피 한번 뽑고 용돈도 벌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역사적으로 매혈 시장의 실질적 대상자는 항상 저소득층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인체에 값이 매겨진다면 누군가는 그걸 생계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돈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매혈은 국가가 주도하는 합법 사업이 아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적 착취로 변질될 수 있다.

 

  -그렇다면 헌혈 가능자 조건엔 어떤 것이 있을까?

▲ 출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먼저 헌혈 시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주민등록증, 여권 등 사진이 붙어있는 것)이 필요하다. 만 16세부터 69세까지 헌혈이 가능하며, 체중이 남성의 경우 50kg 이상, 여성의 경우 45kg 이상이 넘어야 가능하다. 또한 혈압이 이완기로 측정했을 때 100 이하, 수축기로 측정했을 때 90에서 179 미만일 경우 헌혈이 가능하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인구가 줄었으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 귀국 후 한 달 이상이 지나야 한다. 약물을 복용했을 시 헌혈 금지 약물 여부를 알아봐야 하고, 헌혈 금지 약물일 때는 약물마다 고지된 일정 섭취 기간이 지나야 한다. 예방접종을 맞았을 경우에도 접종 종류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났는지 살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완치 후 4주가 지난 상태라면 헌혈이 가능하다.

 

  -저번 주에 헌혈했는데 또 해도 되나?

 

  헌혈에는 종류가 있는데, 전혈현혈의 경우 헌혈 후 8주가 지나야 하며 헌혈자의 건강을 위해 1년 최대 참여 횟수 5회로 제한하고 있다. 혈장성분헌혈,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14일이 지나야 하며, 혈장성분헌혈엔 제한 횟수가 없으나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1년 최대 24회 참여가 가능하다. 이전에 헌혈해본 적이 있다면, 헌혈한 후 기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이상으로 헌혈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알아보았다. 피 한방울에 생명 여부가 결정되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피를 기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진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이지수 수습기자  2101029@p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