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진(국어국문·4) 주시경교양대학 글쓰기교실 튜터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생각한다’라는 서술부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생각한다’는 행동을 과연 나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생각하는 것은 ‘나’일까. 내가 아니라면 생각하는 건 누구일까. 들뢰즈의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고민을 계속 해나갔다. 저녁에 야식이 먹고 싶은 이유, 아침에 내가 일어나서 씻고 학교에 오는 이유가 나의 것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그 무수한 행동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들뢰즈는 단호하게 그 모든 행동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각한다’는 것이 나의 것이 아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존재마저도 위태로워진다.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고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 수많은 고민들 중 진정 나의 삶에 필요한 고민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 앞에서도 망설인다.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이러한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민과 선택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인지 다만 반복적으로 당연시하게 되면서 하게 되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학교와 군대, 수많은 공기관을 거치면서 제도화되어 간다. 그 와중에 당연한 질문은 소거되고 무수한 행동만이 남는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그저 행동만이 남는 것이다. 결국 나는 그 과정에서 소외된다.

아무리 많은 행동들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고민 없이 이뤄진 행동이 없다면 과연 나는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철학자는 자신이 20살에 죽었지만 결국 땅에 묻힌 것은 60이 넘어서라고 말했다.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의 단정적인 말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졌지만 그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무수한 물음이 불쑥불쑥 솟아났다.

차를 타면 으레 안전벨트를 맨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범칙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는 것에 문제는 없지만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큰 문제가 따른다. 자신의 행동을 국가기관의 권력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 야식이 먹고 싶을 땐 별 고민 없이 치킨을 주문한다. 치킨이 먹고 싶어 치킨을 구매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치킨을 주문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그 욕망은 자신의 것이 아닌, 매스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과 그 행동에 따르는 무수한 고민들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 학습되어 무의식적으로 남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이다. 너무 많은 것들이 나의 몸을 옥죄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의 고민이 나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나를 스스로 살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조지오웰은 자신의 책 『1984』에서 인간들을 통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통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절대권력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고 통제한다는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의 욕망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권력이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는 빅브라더 대신 스몰피플이 등장해, 보이지 않는 권력구조를 형성하고 인간들을 조종한다. 다시 쓰인 1984년은 더욱 잔인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는 조지오웰과 무라카미하루키를 거쳐 우리의 욕망을 거세당한 채 무엇을 정해야 할지 망설이기만 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