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동(공공정책·4) 주시경교양대학 글쓰기교실 튜터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이제 대학은 인생에 있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당연하게 가는 것이기에 구체적인 계획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많은 것을 꿈꾸고 대학에 왔을 뿐이다. 캠퍼스의 로맨스, 입시를 벗어난 자유로움, 선후배들과 먹는 맥주 한 잔 등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성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웬걸 대학 1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신입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안 불려 다니는 곳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망각한 채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조금 하고 가끔은 공부도 조금 하고.

그렇게 1년이 지나면 남자는 이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입대할 것인가? 아니면 선배가 될 것인가? 하지만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작은 과 생활 안에서의 가십거리들로도 2학년 생활도 바쁘게 지나간다. 그렇게 3학년이 되면 어느덧 취업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또 정신없이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덧 졸업을 앞둔 시기가 된다. 이쯤 되면 모든 것이 막막하다. 내가 이런 대학생활을 꿈꿔왔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4년 동안 잊고 있었던 수능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들고, 취업 못한 무능력한 선배가 될까봐, 졸업을 하고도 부모님의 도움만 받는 못난 자식이 될까봐 겁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엔 온갖 상념이 든다. 얼마 전 시기도 그랬다. 나는 4년 동안 무엇을 했나 되돌아보았다. 천만다행으로 기억나는 게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내 목표를 재설정한 일,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서 친구들과 머리 싸매었던 날, 교내장학생으로 활동하며 부끄럽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던 순간, 그리고 성취의 순간과 좌절의 시간들….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 하였구나. 생각이 들어 스스로 위안이 되었다.

학교를 벗어나서도 이렇게 끊임없이 성장하며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순수하게 내 꿈을 좆아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옆에 있던 1학년인 학과 후배들에게 질문을 했다. ‘너의 대학생활은 어떠니? 재미있니?’ 대답은 ‘그저 그렇다’였다. 나의 허무했던 시간들도 떠오르며 안타까웠다. 그때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는 좀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대학생의 시간은 정말 너무너무 많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도 같다. 그러니 게을리 할 수 없다. 난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모두 대학생이다.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다. 술을 좋아한다면 큰 주류 회사에서 진행하는 서포터즈 활동이 있다. 봉사활동이 좋다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대외활동도 있다.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교양교과목도 많고, 흥미 있는 동아리도 있으며, 그것들을 지원해주는 학내 부서들도 많다. 이 뿐이랴. 취업캠프,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 어학연수 등 대학생으로서 도전해볼 만한 활동은 정말 많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의 ‘의지’이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사는 삶을 벗어나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나아가는 것. 이것이 고등학교까지와는 다른 대학생의 삶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대한 자유 속에서 친구 따라 수업을 신청하고, PC방을 가고, 당구장을 가는 삶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대학생의 자유는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찾고, 나아가는데서 맛볼 수 있다. 나는 조금 늦게 맛본 자유를 후배들은 맘껏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