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는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왔다. 학교 등의 사회활동은 물론이며, 갑갑한 마스크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얼굴로 바깥공기를 마시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다들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여행 많이 가볼걸’,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당시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생각일 것이다. 이처럼 여행이란 우리에게 즐거움과 여유를 선사하고, 일상에 돌아와서도 ‘그때 참 좋았지’하며 추억을 회상함으로써 우리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제가 된다. 딱 그때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여행도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수학여행, 수능을 마치거나 대학을 졸업한 후 떠나는 졸업여행 등등 그 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여행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해 보겠다. 당신에게 지금의 동기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지금밖에 갈 수 없는 여행 찬스가 있다면 그것을 놓치겠는가? 아니면 청춘을 불태울 각오로 기꺼이 떠나보겠는가?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

▲ Oleksandr Pidvalnyi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이란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크로스 월드/컨트리’처럼 우리 학교가 주관하는 여행 지원 장학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크로스 월드/컨트리’가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함께 어울려 타국의 문화를 접해보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은 같은 과 학생끼리 팀을 이루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전공 연계 학습 여행인 것이다. 이번 기사에선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에 참여하여 값진 경험을 얻고 왔다는 임서인(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19) 학우님을 찾아가 그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선배님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지만, 우리 과(국문과)에서 배낭여행에 참가하는 팀이 매년 나왔다. 특히 우리 팀의 팀장을 담당했던 친구가 대외협력처 사이트를 자주 확인했는데, 그 친구가 배낭여행이란 프로그램이 있더라고 알려줘서 참가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으로 떠났나요? 그곳으로 간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미국 서부의 LA로 떠났다. 애초에 배낭여행이란 프로그램이 학과에 관련된 여행을 하는 것이라, 우리 학과는 그 특성상 한국어교육원이 있는 나라로 자주 떠난다. 주로 유럽, 동남아시아, 태국이 그렇다. 우리는 다른 팀이 먼저 가본 나라를 또 가봤자 특별한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LA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들이 한국어교육을 어떻게 받는지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 또한 LA의 세종학당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을 만나보고 싶기도 해서 LA 여행을 계획했다.

 

-정말 좋은 목적이었군요. 여행 중 힘든 점이 있었다면 뭐가 생각나세요?

영어 스피킹이 잘 안돼서 현지인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버스 정류장 구분과 명칭이 확실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정류장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서 길 찾는 것 또한 어려움을 느꼈다. 또, 미국 음식이 굉장히 짜고 기름졌는데 한식을 사 먹거나 직접 요리를 하려고 보니 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식생활이 정말 힘들었다.

 

-정말 고생하다가 오셨군요. 그런 역경들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셨는지가 궁금해지는데요.

같은 팀 동료들 덕분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 혼자 힘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같은 고생을 하는 동료들을 생각할 때마다 힘을 얻었고 실제로 여행 중 서로에게 많이 기대기도 했다. 만약 단둘이 여행을 떠났더라면 좀 더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은 총 네 명이었기 때문에 덜 힘들었다.)

 

-친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경험 또한 친구들과의 팀워크인가요?

그렇다. 여행 중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마다 다 함께 모여서 오늘은 어떤 점이 힘들었고, 무슨 일이 있었고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팀원 간 역할 배분이 잘 되었다(오늘 길을 잘 못 찾아서 힘들었던 친구가 있었다면 다음 일정 때는 다른 친구가 길을 찾는 식으로). 또, 솔직히 말해 여행 초반에는 팀원들끼리의 사이가 가깝지 않았는데 같이 여행하면서 매일 시간을 보내니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도 터놓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친해질 수 있었다.

 

-대학 생활에 있어 엄청난 순기능이네요. 만약, 배낭여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온다면 또 가실 의향이 있는지?

그렇다. 단, 그때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이 아니라면 고민을 조금 해볼 것 같다. 배낭여행을 떠난 2주 동안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LA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의 실태를 눈으로 볼 수 있었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진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으며 즐거운 일 또한 많았다. 하지만 나와 함께해 준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배낭여행을 새로 준비하게 될 후배분들에게 전수하고 싶은 팁 같은 것이 있나요?

배낭여행에 선발되기 위한 합격 팁이 있다. 배낭여행을 신청하기 위해선 여행을 계획한 PPT를 준비해야 하는데, PPT에 들어갈 내용 중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정확해야 한다. 또, 우리 팀 같은 경우 심사위원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면접 당시 되도록 (개그를 치거나 춤을 추는 등)유쾌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고, 면접에서 돌발 질문 또한 많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해 팀원끼리 상의하고 매뉴얼을 짜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아, 딱딱하고 형식적이기보단 융통성 있게, 심사위원에게 확실히 어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면 좋다는 말씀이군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이렇게 배낭여행을 경험해 본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전 글로벌 배낭여행’은 서류를 심사하고, 그 합격자들에게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사비를 들여 떠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고 체계적인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탓에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분위기인 만큼 머지않아 우리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배낭여행을 가볼 날이 꼭 올 것이다. 그때가 온다면 한번 떠나보자.

이지수 수습기자  2101029@p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