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ina Krasnikova님의 사진

“난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라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심리학에서의 자존감은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또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존감의 개념 또한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존감이란 너무나도 추상적인 개념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란 어때야 하는 걸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1년 365일 항상 자존감이 높은 걸까? 자존감이 높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 자신이 정말 별로라고 느끼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본인의 생김새가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내가 남에 비해 형편없게 느껴진다거나, 자기 자신조차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가 그렇다. 그런 날조차 자존감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써야 하는 걸까?

여기에 할 수 있는 답변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자존감이란 수치가 딱 정해진,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좌절과 실패, 인간관계에서의 상처를 경험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부지런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어느 순간 번아웃을 경험하면서 자존감의 하락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이다. 기분전환조차 안 되는 우울감이 들 때는 슬픈 노래나 영화를 즐기면 된다. 번아웃 때문에 무기력할 때는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듣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좌절된 경험이 쌓여 자존감이 심각하게 낮아진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 받아들이기’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자기 비하가 계속 반복되거나, 자기혐오가 깊어져 ‘나’라는 존재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당 상태가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의 치료를 받고 자존감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

“힘들어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자칭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유튜브 영상, 에세이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말이다. 타인의 눈치를 과도하게 신경 쓴다거나, 오늘 있었던 안 좋은 일이 머릿속에 되풀이된다거나,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의 불안이 계속 찾아오는 상태에 있는 경우엔 이런 위로나 자기암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이는 데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존감은 자신감과 상호작용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자기신뢰감’의 준말로, 자신이 어떤 분야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새싹에 물을 줘야 자라나듯, 이 자신감은 나에게 ‘성공하는 경험’을 주어야 비로소 성장시킬 수 있는 마음이다. 여기서 성공이란 어려운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도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거부감,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맞서 이겨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영역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고, ‘뭐야, 이래도 괜찮네?’하고 느끼는 그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어렸을 적 두발자전거를 배워보았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두려움에 자꾸만 땅에 발을 딛다가도, 누군가가 내 뒤를 잡아준다는 믿음으로 다시끔 페달을 힘차게 돌렸을 때, 알고 보니 뒤엔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두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더라는 성공의 경험 말이다(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다. 지금부터 도전하면 되니까). 우리 중 처음부터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 또한 네발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한 번의 시도 만에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때로부터 한참을 성장했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해선 그 시절처럼 미숙한 초보인 것이 당연하다. 이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도전하고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당신의 자존감은 자신감을 바탕 삼아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하고 싶은 분야란 게 도무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산책이나 운동을 추천한다. 김창옥 교수가 <어쩌다 어른>에서 강연한 내용에 따르면,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계절의 변화를 잘 감지한다고 한다. 건강이 자연을 보게 하고, 자연을 통해 마음의 건강을 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책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거나,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활동으로 우리의 감수성을 길러준다. 또한 몸과 마음이 한자리에 있도록 일치시키기도 하여,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리고 불안과 염려가 생기는 걸 방지해 준다. 운동도 같은 원리이다. 운동에 집중한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내 몸의 근육을 움직이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일치된다. 더욱이 운동은 체력과 근력을 키워줌으로써 마음의 힘 또한 길러주고, 땀 흘린 뒤 샤워까지 마쳤을 때 성취감과 상쾌함을 누릴 수 있는 아주 좋은 활동이다.

이로써 자존감이란 무엇이고, 자존감이 낮아져도 괜찮은지, 자존감을 높이고 싶을 때는 어떡해야 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은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나의 가장 우울한 순간과 비교하지 말자. 비교를 그만두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꾸준히 쌓아보자. 행동하고 바뀐다면, 내일의 당신은 오늘의 당신보다 훨씬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