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조국을 위해 시를 쓰다
이상윤
1. 1930년, 백석의 자리
우리나라의 문학사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검열과 핍박을 받아온 시기는 과연 언제였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시대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 인하여 많은 문학인들이 작품을 쓰는데 있어 많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켜내어 작품을 쓸 것인지, 아니면 조국을 뒤로하고 일제를 찬양하는 문학을 써야할지, 아니면 현실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문학작품만을 쓸 것인지 등 작가들은 스스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일제의 통치가 점점 심화 될수록 문학 작가 역시 고민은 더 심해졌다.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의 그 당시의 상황과 문학양상을 살펴보면 이 시기에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극도에 달한 시기로 1910년대부터 시작된 항일 민족투쟁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영향은 문학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 시기에는 저항문학의 특성이나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30년대는 많은 문학인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활동하였는데, 백석 또한 이 시기에 문학 활동을 한 시인 중 한 명이다.
백석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면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경험의 감각적 수용과 재현이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1) 하지만 일부 시선에서는 백석 시인을 새로운 사상이나 감정을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비판하였다.2)
기존의 백석시인의 연구를 살펴보면 백석만의 시각으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민족해방을 염원하는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백석시인 역시 우리와 같은 민족이었고 시의 특성상 조국에 대한 관심은 매우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아래 당시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의 염원을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2. 가난 속에서 현실을 찾아 헤매다
‘가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재산이나 돈이 별로 없어 먹고살기가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백석은 오산 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의 길을 오르고 조선일보 신문기자를 하였는데3) 이를 바라보면 백석이 성장했던 환경은 가난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당대의 현실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나와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무슨이야기라도 다할것같다
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탓이다
바람좋은 한 벌판에서 묽닭이소리를들으며 단이슬먹고 나이들은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배우며 다람쥐동무하고 자라난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없어 히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하나 손아귀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같은건 밖에나도 좋을것같다
「膳友辭(선우사) - 咸州詩秒(함주시초) 4 - 『朝光』(조광), 3권 10호(1937.10), 212~213쪽 전문」
‘함주시초’는 북관지역의 체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시의 전반적인 상황은 낡은 나조반에 흰밥과 가재미만 놓고 조촐한 식사를 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조촐한 상차림을 보아 넉넉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용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유롭고 밥과 반찬을 ‘우리들’이라고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 시가 만들어진 시점은 1937년으로 일제로부터 가장 수탈이 심할 때 쓰인 시다. 일제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자원이 부족할 때 주변 국가들로부터 수탈을 하던 시기로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많은 수탈을 당해왔다. 이런 상황속에서 백석의 심정은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를 말하는 것처럼 ‘가난함’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 만큼 상황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시에서 백석은 가진 것이 없어도 서럽지 않고 외롭지 않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하면서 물질만능주의를 지향하고 탐욕을 하는 일제와 민족을 착취해가는 자본가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우리들’ 시어를 사용하면서 연대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였는데 화자는 당시 소외된 민족들에게 하나로 뭉쳐 강해져야 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마지막 연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 세상같은건 밖에나도 좋을것같다’에서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리고 3연의 첫 행에서 화자를 포함한 ‘흰밥’, ‘흰 살 생선’은 모두 욕심이 없어서 흰 빛깔을 띠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흰밥과 흰 살 생선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거기에 욕심 없어 청렴결백하다는 것과 그 당시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백의민족’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 4)
이러한 부분들을 살펴보면 가난은 시인의 처지를 가리키는 동시에, 시인이 세상에 맞서 취하는 하나의 태도를 지칭한다. 선량하고 청렴결백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세상에 맞서 시인은 기꺼이 가난에 기거하려고 한다. 5) 보다 적극적인 감정표현, 상징을 통해 백석도 일제, 부정적인 현실 상황에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하는 문학작품을 쓰기위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나서 홍성 홍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우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간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벌인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성하고 돈도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먹으려 단닐것과
내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世上事(세상사)｣라도 들을
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것도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 (『여성』3권4호(1938.4)) 전문
이 작품도 가난과 관련된 작품이지만, 분위기는 다소 상반된다. 화자의 상황을 살펴보면 화자의 아버지는 가난한 자이며 화자 또한 아버지의 가난을 물려받았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2연에서는 화자의 상황을 나타냈는데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여자가 시집을 간 것, 동무가 나를 떠난 것에서 본 것 같이 가난으로 인하여 이루지 못하고 상처 입은 것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함으로 인한 상처를 통해 상실감을 강조하였다.
3연에서는 ‘그들은 몸이 성하고 돈도 있으며 / 즐거이 술을 마시는 것’을 통해 가진 것이 없는 화자와 가진 자들과 대조한다. 돈이 있는 자들은 술을 마시지만, 이 시의 가난한 화자는 술은커녕, 책 살 돈도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화자는 자신의 상황을 통해 흥청망청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자본주의가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삶은 풍요로워지지만 이에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백석은 작품 속에서 가진 것이 없는 화자를 설정하여 물질적인 것을 욕심내는 사람들을 역설적으로 비판한다.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식량과 물자를 수탈했던 일제의 모습과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독식하려 했던 악덕 자본가들을 이러한 작품의 상징성을 통하여 비판했다.
백석은 ‘가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하여 ‘가난’이라는 제제를 통하여 보다 다른 의미로 다가가고자 하였다. ‘膳友辭(선우사)’에서는 흰 색을 상징화 하여 소외된 민족들이 가난 속에서 연대감을 형성해야 함을 강조하였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에서는 화자 자신이 가난함을 내세워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비교를 통해 가난을 부각시켰고, 가진 자들에 대해 비판하였다. 전자에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초점을 두었고, 후자에서는 상징성을 통한 비판으로 백석 나름대로의 올바르지 못한 현실에 대해 저항하고자 하였다.
3. 기행을 통해 탈식민지 염원하다
기행문학이란 보통 작가가 여행이나 체험을 감상하여 쓴 작품을 기행문학이라고 한다. 작품 서술방식은 보통 ‘어디서 무엇을 보다’의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백석의 작품에는 유난히 기행시가 많은데 다양한 장소와 제제를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다. 백석은 1935년 8월 30일 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했던 그가『조선일보』에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한다.
山(산)턱 원두막은 뷔엿나 불비치 외롭다
헌겁 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城(성)터
반디불이 난다 파란 魂(혼)들갓다
어데서 말잇는 듯이 크다란 山(산)새 한 머리가
어두운 골작이로 난다
헐리다 남은 城門(성문)이
한울 빗가티 훤 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주성(定州城)」 전문
이 시의 배경인 ‘정주성’은 실제 평안북도 정주군 정주읍에 세워진 성곽이다. 이 성곽은 역사적으로 많은 연관이 있다. 과거 고려시대 몽골이 침입 했었을 때도 막았으며, 조선시대 홍경래가 난을 일으킨 뒤 패사했던 곳이다. 백석은 자신의 첫 작품의 소재를 자신의 고향마을에 있는 유적지로 삼은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6) 근대적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풍경에 관심을 기울이거나,7) 퇴락한 유물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과 향수에 젖어들게 만들고, 기행시의 기본 골격인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다’를 구체화 하여 기행시의 골격을 드러내었다.8)
이 시의 상징인 ‘정주성’의 의미를 살펴보면, ‘성’은 적들로 부터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시에 나와 있는 ‘정주성’의 2연의 ‘문허진 城(성)터’와 3연의 ‘헐리다 남은 城門(성문)’을 보면 견고하게 적으로부터 침입을 막아야 하는 성이 이미 침입 당하여 무너지고 헐린 퇴락과 소멸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한 때는 번성하였을 공간이 성터만 남고 무너져버렸으며 그 곳은 잠자리들만이 찾아와 조는 퇴락한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다.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아니라 맥없이 졸고 있는 잠자리는 무너진 성터와 함께 소멸과 쇠퇴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9) 그리고 이에 주변적 분위기는 ‘불빛이 외롭다’와 같이 어두운 밤의 시간 설정과 적막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상실로 인한 침체기에 빠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배경으로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백석은 일제로부터 빼앗긴 우리 삶의 터전을 자신의 고향 평안북도 정주, 그리고 그 지역의 성곽 ‘정주성’을 상징적으로 내세워 황폐한 모습을 표현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유행하였던 리얼리즘 문학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표현을 통하여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우리를 표현하여 현실에 관한 인식을 생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항의식이 생성하는데 이것이 리얼리즘의 표현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무너지고 어두운 우리의 현실을 표현하였을지라도, 희망을 암시하는 표현이 숨어있다. 2연의 ‘크다란 山(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와 ‘한울 빗가티 훤 하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작은 새도 아닌 커다란 새가 날아간다는 의미는 일제로부터 억압되어 있는 상황 안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새’가 아닌 ‘큰 새’로 표현하면서 우리민족이 작고 약한 존재가 아닌 크고 강한 존재로 표현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1, 2연의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3연의 훤한 달빛이 비추고 있는 것은 기존의 분위기에서 반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달빛을 통하여 새로운 반전을 꿈꾸고자 하는 표현이다.
2연의 ‘파란 魂(혼)’과 3연의 청배를 팔러오는 메기수염의 늙은이와 연관시켜 황유경은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오는 행위는 지속적인 것들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세상의 중심을 다시 되찾으려는 시도라고 하였다. 주목할 것은 노인이 팔러 올 청배인데, 노인이 팔러올 청배는 조선의 토종배인 청실배를 가리킨다. 그것은 정주성의 신성성을 회복하기 위한 형식이며 혼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표현했다. 성은 무너져 버렸지만 ‘청배’로 대표되는 파란 혼은 소멸하지 않는다. 성은 무너져 내리고 지금은 폐허로 보일지라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또’라는 단어로 강조한다. 정주성의 신성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내일도 또 반복될 것임을 예언했다.10)
백석은 황폐화 된 자기 고향의 유적지를 사실 있게 표현하여 침체된 민족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제재를 세워 탈식민지를 꿈꾸는 민족의 염원을 담았다.
차디찬 아침인데
妙香山行(묘향산행) 乘合自動車(승합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 가치 진진초록 새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밧고랑처럼 몹시도 터졋다
계집아이는 慈城(자성)으로 간다고 하는데
慈城(자성)은 예서 三白五十里(삼백오십리) 妙香山(묘향산)白五十里(백오십리)
妙香山(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쎄하얗게 얼은 自動車(자동차) 유리창박게
內地人(내지인) 駐在所長(주재소장)가튼 어른과 어린아이 둘과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車(차)안 한 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몃해고 內地人(내지인) 駐在所長(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러케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첫슬것이다
「八院(팔원) - 西行詩抄(서행시초) 3」
이 시의 제목이자 ‘서행시초’의 세 번째 무대인 ‘팔원’은 평안북도 영변 근처에 있는 지명이다. 이 시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定州城(정주성)’ 작품과는 달리 제제의 풍광이나 경치 묘사보다 사람의 모습, 처한 상황에 대해 묘사했다. ‘팔원’지역을 여행하면서 버스 안에서 어떤 여자아이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였는데, 여자아이의 모습을 묘사한 백석은 그 당시 우리민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손잔등이 밧고랑처럼 몹시도 터젓다’는 힘겨운 일을 많이 하여 밭고랑처럼 손이 부르튼 모습을 표현한 모습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면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 이러케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 찬물에 걸레를 첫슬 것이다’를 보면 이는 계집아이가 어린 나이에 어떤 일을 했을 지에 대한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인 주재소장으로 여겨지는 어른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아 계집아이는 식모살이를 했을 것 같은 예상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재소장은 일제 강점기 당시 권력의 상징 중 하나인 일본경찰로 그 곳에서 식모살이를 했다는 것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우리 민족들이 일제의 권력아래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집아이는 식모이면서 동시에 볼모인 것이다. 아이의 삶은 일제에 붙잡혀있다.11) 계집아이는 ‘자성’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의 위치는 한반도 북서부에 위치하여 압록강이 있고 중국의 만주지방과 경계를 하고 있는 곳으로 지리상 매우 추운지역이다. 자성에 있는 묘향산 어딘가에 삼촌이 산다고 하는데 이것이 자기 고향으로 가는 것인지, 삼촌의 집에서 또 다른 식모살이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은 우리의 삶을 더 고달프게 함을 보여준다.
이런 계집아이의 묘사를 통하여 가난과 고생의 꿈으로 얼룩진 우리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일제에 잡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12) ‘텅 비인 車(차)안 한 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는 버스 안에 타고 있는 백석 시인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시인의 모습은 일제 강점기의 민족현실과 연관된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백석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참혹함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작품 속에 나타냈다. 서술하는 태도는 그저 보고 지나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간접적으로 화자의 태도를 시에 반영하고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계집아이를 상징화하여 안정된 삶의 기반을 가질 수 없었던 당대의 민족적 현실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고 친족공간이나 건강한 공동체의 부재를 부각시켜 우리 기존의 삶을 모두 파괴해버린 일제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가난한 식모아이의 삶을 대변하는 이 시는 식민지 안의 고통 받는 민족의 삶을 반영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백석이 현실을 도피했다거나 현실 감각이 부족했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백석은 예리한 역사인식과 뛰어난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민족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한 적이 없다.13) 그는 시를 통해 암담한 현실을 일깨우고 현실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
두 작품이 표현하는 대상의 성격은 달랐다. 하지만 백석은 이 두 작품에서 표현을 통하여 식민지지배의 참혹함을 사실적인 묘사로 일제강점기를 폭로하였고,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의 마음을 상징을 통하여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백석 역시 조국을 생각했다
백석 작품들의 특징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는 다르게 희소가치가 있으며, 이념적인 지향으로부터 거리가 있고, 당시의 시적 흐름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독특함14)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을 비판하거나 독립의 염원과는 다소 거리가 먼 느낌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저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들은 심훈, 이육사 등의 저항문학은 투쟁의식이 강한 저항문학을 전개한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육사의 ‘광야’나 심훈의 ‘그날이 오면’같은 작품을 보면 그들의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의지가 작품 내에서도 확고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백석이 써 내려간 작품들은 이들과 비교하면 투쟁하고자 하는 표현이나 의지가 잘 드러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백석도 그 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통하여 올바르지 못한 현실을 의식하고 탈식민지를 꿈꾸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가난과 상실을 통하여 연대감을 형성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자본가를 비판하거나, 기행을 통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백석 역시 조국을 생각하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렇듯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주석 -
1) 류경동,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감각 지향성 연구 : 정지용과 백석의 시를 중심으로」, 고려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5, 16쪽
2) 유병관, 「백석 시의 시간 연구」, 『國際語文』제39집, 국제어문학회, 2007, 135쪽
3) 안도현, 『백석평전』, 다산책방, 2014 24쪽, 42쪽, 47쪽, 60쪽
4) 이경수, 「1930년대 후반기에 나타난 ‘가난’의 의미 : 백석과 이용악의 시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연구』 제32집, 2007, 4쪽
5) 이경수, 4)앞의 논문, 6쪽
6) 고형진, 『백석시 바로 읽기』, 현대문학, 2006, 18쪽
7) 유병관, 「백석 시의 시간 연구」, 『國際語文.』제39집, 국제어문학회, 2007, 127쪽
8) 김명인, 「백석 시에 나타난 기행」, 『한국시학연구』제27호, 국내학술기사, 2010, 8쪽
9) 김란희, 「백석 시 연구 : 1930년대 후반기 전통 담론과 관련하여」 서강대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81~82쪽
10) 황유경, 「백석 시의 저항성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78쪽
11) 황유경, 「백석 시의 저항성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49쪽
12) 고형진, 『백석시 바로 읽기』 현대문학, 2006, 308쪽
13) 위의 12)앞의 논문, 50쪽
14) 유병관, 「백석 시의 시간 연구」, 『國際語文.제39집』, 국제어문학회, 2007, 114쪽
- 참고문헌 -
[단행본]
안도현, 『백석평전』, 다산책방, 2014
고형진, 『백석 시 바로읽기, 백석 대표시 해설』, 현대문학, 2006
홍문표, 『한국현대문학사』, 창조문학사, 2003
[논문]
김명인, 「백석 시에 나타난 기행」, 『한국시학연구. 제27호』 ,국내학술기사, 2010
이경수, 「1930년대 후반기에 나타난 ‘가난’의 의미 : 백석과 이용악의 시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연구 제 32집』, 2007
김영주, 「1920-1930년대 기행시 연구 : 식민지 풍경의 시적 현현」, 『韓國文學論叢. 제42집』, 韓國文學會, 2006
류경동,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감각 지향성 연구 : 정지용과 백석의 시를 중심으로」 고려대 대학원 학위논문(박사), 2005
김란희, 「백석 시 연구 : 1930년대 후반기 전통 담론과 관련하여」 서강대학교 대학원 학 위논문(학위), 2004
방연정, 「1930년대 후반 시의 표현방법과 구조적 특성연구: 백석·이용악·이찬의 시를 중심 으로」,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학위논문(박사), 2000
최지현, 「저항문학과 문학교육 : 일제강점기의 시문학을 중심으로」『문학교육학. 제34호』 2011
황유경, 「백석 시의 저항성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학위 논문(석사), 2014
유병관, 「백석 시의 시간 연구」, 『國際語文.제39집』, 국제어문학회, 2007
배재신문 pcnews@pcu.ac.kr
분리수거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