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배재문학상」 : 수필 부문 심사평

정문권(한국어문학과 교수)

사람들은 힘든 시대를 살아갈수록 자신의 내부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 대표적 문학 장르가 수필이라 할 수 있다. 수필이 자신 내부의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문학 장르이다 보니, 이번 배재문학상 수필 부문에 응모한 학생들 역시 이런 내용을 적어내는데 몰두한 모양새다. 자신의 내부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는 행위는 무엇인가를 써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 대부분은 예년에 비해 고른 수준이었다. 그리고 작품의 내용은 학생들 나름의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응모작들의 수준이 고르다 보니, 심사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긴 고민 끝에 24편의 작품 중에서 우선 다섯 편을 골라낸 후 정독하여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김영선의 「작아지고 왜소해졌다」, 김지혜의 「낙엽 하나」, 이재희의 「흔들려도 괜찮아」, 서지혜의 「입속에서 관 속으로」, 황지선의 「식탁 밑에 사는 엄마」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김영선의 「작아지고 왜소해졌다」는 손길이 닿는 유연한 상황에서 ‘어머니’라는 대상을 관찰하기 시작해 ‘어머니’라는 존재의 객관적 위치를 밝혀내고 있다. 대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한 문장이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하지만 ‘어머니’라는 대상을 피상적인 수준에서 관찰하는데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김지혜의 「낙엽 하나」는 ‘낙엽’과 ‘사랑’의 경험을 병치시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잔잔한 어조로 밝히고 있다. 이런 어조로 자신의 내부를 바라보는 관점이 좋았지만 문장의 완성도적인 측면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서지혜의 「입속에서 관 속으로」는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을 직조하는데 발군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할아버지’의 죽음이 주는 상실감과 ‘나’의 대학진학이 같은 층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문학적인 형상화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도 그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과 대상을 관찰하고 그를 형상화하는데 있어 미숙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에 반해 이재희의 「흔들려도 괜찮아」는 자신의 생각을 여행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이를 능숙하게 구조화시켜 내는 문학적 능력이 글 전반에서 긍정적 층위를 형성하고 있었다. 다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밀도 있게 다루지 못 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가작으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황지선의 「식탁 밑에 사는 엄마」는 ‘엄마’라는 일상적인 대상을 문학적인 층위로 끌어올려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또한 그 대상과 자아가 화해하는 과정도 밀도 있게 형상화되어 다른 작품들과는 층위가 다른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황지선의 「식탁 밑에 사는 엄마」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자신의 내면이 말하는 바를 귀 기울여 살피고 그를 성실히 적어내려 간다면 수상하지 못한 작품들도 이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주고 싶다. 그리고 어려운 시대를 관통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절망과 고통을 보다 성숙한 층위로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