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수필 부문 입선

배재신문l등록2022.09.14 10:24l승인2022.09.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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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

국어국문학과4 이수현

 

“아이고 정말. 못산다. 그렇게 음식이 상한 걸 못 알아차려서 우짤래? 냄새 딱 맡아보면 상했다는 거 모르겠더나…. 항상 그렇게 탈이나니 이걸 우짤꼬.”

엄마가 매번 반찬을 보내주면, 일주일 뒤에 나는 “엄마, 나 또 상한 걸 먹은 것 같아….” 하고 전화하곤 했다. 처음 몇 번은 어이구, 조심 좀 하지. 하고 걱정하던 엄마도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계속 반찬 만들어 보내줘도 매번 상해서 다 못 먹고 버리니 자꾸 그러면 앞으로 반찬 안 만들어준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아니야 엄마 미안해. 혼자 살아서 그래. 혼자 사니까 반찬 먹는 속도가 안 난단 말이야. 엄마가 보내준 반찬으로 밥 먹으면 엄마 손맛 덕분에 집 밥 먹는 것 같고 얼마나 좋은데! 앞으로 열심히 먹을게.’ 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이제 막 더워지기 시작하던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보내준 반찬으로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엔 엄마가 직접 만든 감자탕을 보내주셨다. 상을 펴고, 밥을 담고, 반찬 몇 가지를 담은 뒤 국자를 꺼내 감자탕을 담을 준비를 하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감자탕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다. 또 상했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날씨 탓을 하고 싶었지만 그저 내가 부주의했던 탓에 결국 엄마가 보내준 감자탕을 다 버려야 했다. 하루 전날, 시큼시큼한 냄새가 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에이 설마 벌써?’ 하는 마음에 그냥 넘어갔더니 결국 또 이렇게 되었다.

그 감자탕은 엄마가 딸이 보고 싶다고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서 같이 먹자, 넌지시 이야기하며 나온 거였다. ‘니 좋아하는 감자탕 해줄까? 엄마가 맛있게 해줄게. 그러니까 내려 온나. 올 수 있겠나? 언제쯤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바쁘면 내려오지 말고.’

감자탕은 그냥 핑계일 뿐, 그냥 딸이 보고 싶어서 하는 말인 걸 알았지만 나는 결국 망설이다 과제니, 시험이니 핑계를 대면서 집에 가지 않았다. 사실 내려가려면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었지만 짐이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집에 있으면 자꾸 놀기만 하게 된다는 이유로 힘들 것 같다며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지만, 그날따라 서운한 내색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가 가슴을 찔렀다. 택배로라도 보내줄게. 하는 엄마의 전화를 끊고 나니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언제나처럼 반찬을 담은 택배가 왔다. 딸이 시래기를 좋아해서, 감자탕을 좋아해서 듬뿍 담아 보내주셨다. 조금만 보낸다더니 커다란 김치 통에 양껏 보내주셨다. 신나서 밥상을 차렸고, 작은 뼈 하나, 시래기 많이, 국물 속에 숨어있던 고기 몇 개, 감자는 마지막에 아껴뒀다 먹어야지. 하며 국그릇에 감자탕을 담았다. 먹기 전에 예쁘게 사진도 찍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려 자랑도 하고, 맛있게 잘 먹겠다며 엄마 고마워.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게 엄마가 보내준 감자탕의 첫 끼 이자 마지막 끼였다. 30도가 될랑 말랑하는 날씨 때문에 감자탕이 하루 사이에 쉬어버린 것이다. 음식이 상하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씨니까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다. 속상한 마음으로 감자탕을 버리려고 뼈를 찾아 뒤적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감자탕 속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시래기와 감자만 듬뿍 든 줄 알았는데, 뼈가 하나도 없었다. 시래기와 감자만큼의 뼈 없는 고기만 가득했다. 딸이 뼈를 잘 못 발라 먹으니까 손수 살코기를 하나하나 다 발라서 보내주신 것이었다. 뼈는 첫날에 먹었던 내 주먹보다 작은 거 딱 두 개뿐이었다. 멀리 있는 딸 밥숟가락 위에 살코기 가득 얹어 주고, 살코기만 먹는 건 심심하니 뼈는 조금만 보내서 감자탕 먹는 기분도 내라는 엄마의 배려였다.

결국 이렇게 버리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집에 내려갈걸 그랬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엄마의 서운한 목소리가, 딸이 보고 싶다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항상 나만 생각하고 걱정해주던 엄마의 마음을 건성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자꾸만 눈물이 났다.

엄마는 항상 집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대전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비도 많이 드니 차라리 그 돈과 시간으로 더 맛있는 거 사 먹고 옷이나 한 벌 더 사 입으라고 하던 엄마였다. 그러던 엄마가 처음으로 보고 싶다는 말을 했고, 엄마의 그 한마디는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엄마가 주말마다 내가 집에 내려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집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엄마가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로 외면해 왔던 것이었다.

‘매일 엄마한테 안부 전화를 하니까 괜찮을 거야.’ 하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마주하니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집에 갈 때마다 어쩐지 조카를 더 예뻐하는 것 같아 ‘엄마는 나보다 민기가 더 좋지?’ 라며 어린 조카를 질투하던 내가 너무 어리게만 느껴졌다. 엄마는 당연히 나를 더 사랑하는데, 내 빈자리를 조카의 재롱으로 채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미안함은 더욱 커졌다.

그 일이 있고 하루가 지나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잘 먹고 있냐는 전화였다. 나는 차마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맛있게 잘 먹고 있다며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 “엄마. 미안해. 생각보다 과제가 빨리 끝났네. 다음 주에 내려갈게.” 엄마의 목소리가 밝아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내 속 사정을 다 알고 있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니 엄마는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며 오느라 수고했다고 안아주었다. 그날 저녁 밥상엔 감자탕이 있었다. 멀리 사는 딸에게 살코기를 발라 보내주느라 집에 있는 감자탕에는 뼈와 고기가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또다시 눈물이 나려 하는 것을 참으며 일부러 친구들과의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즐겁게 밥을 먹었다. 지난주에 바로 못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과제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엄마는 늘 그렇듯 괜찮다며 내 숟가락 위에 제일 두툼한 고기 한 점을 올려 주었다.

오늘도 나는 엄마가 보내준 감자탕을 먹었다. 이번에 보내준 감자탕도 저번에 받은 감자탕처럼 뼈는 찾아볼 수도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일이 있고 난 후, 다른 반찬은 몰라도 감자탕만큼은 다 먹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엄마와 안부전화를 한다. “엄마. 이번에 만들어 준 감자탕 정말 맛있어서 벌써 다 먹어 가. 이제 밥 볶아 먹으려 하는데…. 참기름이랑 김치, 또 뭐 넣을까? 응, 응, 알겠어요. 아! 맞다. 다음 주에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응, 응, 알겠어. 엄마도 저녁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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