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소설 부문 가작

배재신문l등록2022.09.14 10:34l승인2022.09.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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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

실용음악과1 양정은 

 

너의 세계는 무채색 이였고, 나는 너에게 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네?”

사람이 기가 막히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유빈은 자신의 앞에 앉아 안경을 올려 쓰며 알 수 없는 의학 용어들을 내뱉으며 이리저리 설명을 하는 의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의사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유빈의 몸에 변종 세포들이 급격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그 세포는 암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수술을 하면 생명의 연장은 가능하겠지만 그 수술도 어려워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유빈이 시한부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저기, 수술이 성공 했을 때 다시 재발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러니까... 운이 좋아 성공 했다고 하더라도 변종인지라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써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만.. 이대로 입원하셔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 예. 그러니까 나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거지? 인생 참 기구하다.

10대나 20대는 자살로 죽는 경우가 많고 30대부터는 암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던데 아직 20대인 유빈이 암세포 같은 변종 세포로 인해 인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수술을 해도 운이 좋아야 살아남는다니, 아니 살아남으면 뭐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사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고는 한숨을 쉬고는 나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모두 버려버리는 유빈이었다. 그다지 운이 좋은 편도 아니고, 그럴 바에는 인생을 즐기는 게 더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즐길 것이 뭐가 있겠냐만은. 변종 세포이기에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니 나타나는 즉시 병원으로 연락해달라는 의사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빈은 진료실을 나왔다. 부모님께 연락 해야겠지.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인생이란 게 원래 이렇지 뭐. 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잘 넘어오면 살아왔는데 설마 병에 걸릴 줄이야. 만약 신이 유빈의 눈앞에 있었더라면 바로 주먹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허탈한 기분이었다.

 

멍하니 나온 밖은 유빈의 심정과는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매우 맑은 하늘이 있었다. 새삼 깨달았다. 하루에도 수만 명이 죽어가지만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는구나, 하고. 드라마에서 보면 시한부에 걸린 배우들은 활기차게 살아가려는 긍정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역시 그것들이 연기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빈은 긍정적으로 생각되기는커녕 우울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보통이겠지만. 그럼 이번 전시회가 내 마지막 전시회가 되겠구나. 우연찮게 공모전에 공모한 사진이 상을 받게 되면서 유빈의 사진이 여기저기 알려지게 되면서 나름 인지도가 쌓이고 있던 참이었다. 스폰이 들어오게 되고 덕분에 유빈의 전시회를 열 수도 있었다. 꿈이 드디어 이뤄지나 싶었는데 신은 잔혹하다는 게 사실이구나. 꿈도 꿈이지만 가족에게 말하는 것도 유빈에겐 꽤나 큰 고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무작정 위로 올라와 공부하고 사진 만을 찍으며 살았다. 악착같이 살았으니 노력은 보상을 받았고 유빈이 상을 받고 전시회를 열게 되자 눈에 띄게 기뻐하던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애교라는 것도 잘 모르고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도 많이 하지 않았던 아들이 다짜고짜 시한부래, 라니. 헛웃음만 나왔다. 이럴 줄 알았다면 평소에 효도라도 좀 할 걸 그랬나보다. 사람이란 게 평소에 하지 않고 이럴 때만 후회를 하지. 나도 다를 것 없는 사람이구나. 횡단보도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전화하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유빈의 옷을 잡아끄는 것에 멍하니 있던 정신을 현실로 돌려놓고는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여자가 유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 저기.. 한참 지났는데 움직이지 않으셔서.. 저기 지금 신호등이 무슨 색인가요?”

“네?”

“이곳은 횡단보도에 신호등도 없고 차도 안 다녀서.. 제가 색을 구분할 수 없어서 그러는데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직 빨간색이에요”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색을 구분할 수 없다니 그런 병도 있었던가. 유빈과 눈을 제대로 마주친 것을 보아서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말을 했을 때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유빈의 옆에 가만히 서 있는 여자를 힐끔 쳐다보고 있으니 호기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색이 보이지 않는 세계는 어떤 세상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눈이 마주치는 것에 유빈은 놀라 움찔거렸다.

“할 말 있으세요?”

“네? 그게 아니라..”

“보기보다 귀여우시네요.”

“농담이시죠? 저기 실례인 건 알지만 색이 구분되지 않는 다는 것은 색을 볼 수 없다는 건가요?”

“농담 아닌데. 네. 색이 보이지 않아요. 흑백 영화 알아요? 옛날 영화들은 다 흑백이잖아요. 사진도 흑백이고 저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보여요. 하늘이 파랗고 나무는 초록색이고 꽃은 무지개는 일곱 개의 색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그저 모두 같은 색으로 보여요.”

“아, 저기 괜찮다면 이야기 계속 들을 수 있을까요? 차라도 마시면서..”

“어라, 작업 거는거에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분명 그녀에게는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해주는 모습에 유빈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가 새로웠다. 자신을 유 해연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특이한 이름이지 않냐며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건가요?”

“네. 그러네요..엄마가 임신한 줄 모르고 약을 먹었다가 부작용으로 그런 거랬어요. 뭐 살아있으니 된 거 아닌가? 어렸을 때는 집 사정도 있고 몸도 약해서 수술 받는 게 어려워서 계속 미루다보니 어느 샌가 어른이 되어있었네요. 그런데 눈 이식 수술도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당장 급한 사람한테 기증이 되니까 저는 계속 미뤄지고”

“뭐...그렇겠죠. 돈 많은 분들이 선수 치기도 하고”

“그래서 병원에 열심히 기웃거리고 있어요. 유빈 씨는요?”

“아, 저는 오늘 갔더니 시한부래요. 인생 참 기구하죠. 이제야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더니 설마 이런 식으로 끝날 줄이야”

“...제가 괜한 것을 물었네요. 꿈이라니 무슨 꿈이었는데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이래봬도 저 꽤 인지도 있는 사진작가거든요.”

“그렇구나. 아쉽네요. 내가 색을 볼 수 있었더라면 유빈 씨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색을 볼 수 없다는 건 가끔 죽어있는 것 같아요. 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그녀의 모습을 찍고 싶다고 유빈은 느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병은 유빈의 몸을 점점 좀먹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빈은 착실하게 사진을 찍었다. 병원에서 나오던 길 우연히 만난 해연과의 만남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면 유빈은 자신도 모르게 사진기를 들어 그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해연도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언제나 활기찬 해연의 모습을 볼 때면 유빈은 어떻게 자신들이 친해지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해연은 유빈과는 전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말이 그렇게 많지 않고 쑥스러움을 잘 타는 자신과는 달리 해연은 늘 밝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그녀와 만날 때면 해연은 늘 떠들었고 유빈은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며 때때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유빈이 해연보다 어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편하게 하며 장난을 쳤었다. 그 모습에 유빈도 해연을 따라 웃고 말았다.

“가끔 신기해요. 제 주변 사람들은 늘 저하고 친해지기 어렵다고 하거든요”

“응? 그런가? 하긴, 유빈이가 많이 무뚝뚝하긴 해. 재미없어”

“누나는 너무 시끄럽고.”

“너무하네! 음.. 우리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그거 아닐까? 흔히 소설에서 그러잖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에게 모든 세계가 재미없고 흑백인 세상으로 보이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는 하니까. 나는 이미 그 세상을 알고 있으니까 동질감?”

“문학적이네. 어렵네요.”

그렇지만 그 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며 유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해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유빈은 뭘 하든 짜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던 것들이 어차피 죽을 텐데 재미있어봤자 별거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런 것도 있었지만 시한부 소식을 전한 지인들과 가족들이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 가엽게 여기는 행동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괜찮다고 사람은 어차피 죽기 마련이니까 라고 마음을 다 잡아도 안타깝다는 듯 유빈을 향하는 행동과 말들은 간신히 다 잡았던 마음도 부숴버렸다. 그런 점에서 해연은 그들처럼 유빈을 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를 더 만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해연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곧 죽겠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해연이 유빈은 늘 새롭고 신기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 갈 거야?”

“생각 안했는데. 가고 싶은 곳 있어요?”

“바다 가고 싶다. 바다”

“추워 죽겠는데 무슨 바다야...”

“가고 싶은 곳 있냐며? 어렸을 때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가봤으니까 가보고 싶어”

바다가 무서웠거든.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

 

꽤 오랫동안 차를 타고 도착한 바다는 추운 날씨 탓인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바다를 해연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런저런 말을 떠들 텐데 아무런 말도 없는 해연을 유빈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다가 무섭다고 그랬나. 날씨가 추울 뿐,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덕에 바다는 잔잔하게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빈이 보기에는 푸른색의 바다겠지만 해연에게는 그저 어두운 색의 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어린 아이가 겁을 먹기에는 충분했겠지.

“바다는 푸른색이라고 하던데. 여기도 그래?”

“푸른색이네요. 어두운 푸른색이지만.”

“그렇구나. 무슨 색이려나 보고 싶어.”

산책로로 만들어 놓은 판잣길을 걸으며 해연은 중얼거렸다. 울타리에 기댄 채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검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해연의 뒷모습에 유빈은 가만히 숨을 들이키며 그 모습을 조용히 사진기에 담았다.

“바다도 봤으니까 돌아갈까? 놀 것도 아니었고.”

평소와는 다른 쓸쓸한 웃음에 유빈도 별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날 유빈은 다짐했다. 해연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여러 색채의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준비는 잘 되가고 있어?”

“네. 그럭저럭 이요. 몸 때문에 전시회 일정을 앞당겨서 빠듯하네요.”

“도와줄 거 없어?”

“괜찮아요. 주최 쪽에서 도와주시고 있어서 제가 할 일 별로 없더라고요.”

“역시 수술 받는 게 좋지 않아? 낮은 확률이라도 살 수 있다는 거잖아”

“그 말은 수술 실패하면 바로 죽는다는 거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고 싶어요.”

병은 무섭게 유빈의 몸을 좀먹어 가고 있었다. 눈에 띄게 몸은 가늘어져갔고 먹는 양도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오래 움직일 수도 없었으며 상처도 자주 났다. 걷는 것도 힘들어졌기 때문에 유빈은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빈의 몸은 약해져갔고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는 유빈 이였다.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 해봐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구나. 유빈의 야윈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고 그의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유빈은 그저 눈을 돌릴 뿐이었다. 동정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쁜 소식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연에게 눈을 기증하겠다는 기증자가 나타났다. 익명의 기증자 덕에 해연은 수술 날짜를 병원에서 잡을 수 있었다.

“누나. 수술 끝나면 뭐 하고 싶어요?”

“응? 음...역시 바다 보고 싶어. 아, 유빈이가 찍은 사진도 보고 싶다.”

“바다 무섭다면서 엄청 좋아하네...”

“그런가? 근데 전시회까지 너 버틸 수 있겠어? 몸 상태가 영 아닌데..”

“만약 전시회 전에 죽게 되면 주최 쪽에 말해놨어요. 전시회 날짜 옮겨 달라고”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는 해연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것을 봤지만 유빈은 못 본 척 눈을 돌렸다. 오랜 만난 지인도, 가족도 아니지만 둘이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저 서로가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빈은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갔다. 살아서 해연을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유빈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말을 아꼈다. 괜찮아.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은 모두 사진에 담아놨어요.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날씨는 전보다 더 추워졌으며 사람들은 옷을 껴입어도 추운지 몸을 움츠린 채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유빈은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을 치렀다. 본인은 조촐한 장례식이 될 거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의 장례식에 찾아와 꽃을 놔주고 눈물을 흘렸다. 해연은 유빈의 장례식 이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붕대를 풀던 날 눈의 기증자가 유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그의 편지를 품에 안은 채 울었다.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던 유빈의 가족들은 그녀의 등을 그저 가만히 두드려주었다.

“우리 유빈이 곁에 있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유빈이가 원한 일이에요. 그러니 유빈이의 눈으로 좀 더 많은 세상을 봐주세요. 그 아이가 이루고 싶어 하던 꿈을 대신 이뤄줘요.”

제가 꿈을 이뤄줘도 유빈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해연은 참 많이도 울었다.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떠나보냈다.

 

전시회는 성황 이였다. 이리저리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색을 잃은 소녀에게 색을 찾아준 사진작가라니 사람들은 참 쓸데없는 말을 잘 붙이는구나. 라고 해연은 생각했다. 전시회의 제목은 ‘나의 세계’ 였다. 유빈의 사진이 걸린 플랜카드를 멍하니 바라보던 해연은 차오를 것 같은 눈물을 꾹 참고는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이식받은 눈이 유빈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해연은 한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었다. 모르고 지냈던 색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원했던 것은 유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틀어박혀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오늘이 유빈이 찍었던 사진의 전시회였기 때문이었다. 용기를 내어 나온 밖은 아름다웠다. 늘 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풍경 이였지만 해연에게는 모든 게 새로웠다. 처음 세상에 나온 아기가 된 듯 한 기분이었다. 너는 늘 이런 세상을 보고 있었구나. 너는 이런 사진을 찍고 있었구나. 사진 하나하나가 해연에게는 익숙한 장소였다. 어디를 갈 때마다 늘 사진기를 챙기는 유빈이였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해연과 다녔던 장소 하나하나를 찍었을 줄은 몰랐다. 멍하니 사진들을 바라보면 전시회장을 둘러보다 해연은 한 사진의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자신이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었던 그 날, 푸른색의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자신의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나의 세계’ 라고 사진의 밑에 작게 적힌 제목을 보고는 해연은 참고 있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전시회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전시회가 끝난 후 ‘나의 세계’ 라는 작품에 글씨가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는 것에 관계자들이 메모를 떼려고 하는 것의 유빈의 가족들은 그 메모지를 그대로 놔둬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관계자가 말하길 메모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고 말했다.

‘너의 세계를 나에게 알려줘서 고마워. 이제 내가 나의 세계를 보여줄게’


배재신문  pcnews@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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