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평론 부문 입선

배재신문l등록2022.09.14 10:42l승인2022.09.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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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넘어서 얻은 목소리

 한국어문학과2 이규호

 

1. 닳아가는 살들에 관한 세지의 모색

노동문학이라는 개념은 크게 노동자의 이야기가 제3자에 의해 쓰여진 경우 또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전기적으로 쓰여진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이는 글을 쓰는 주체가 노동자 본인이냐 아니냐의 문제다노동문학은 노동자의 이야기가 쓰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쓰다라는 것은 그저 음성언어로 노동자 사이에서만 떠돌던 날것의 이야기가 문자로 기록되었다는 것이다문자로 기록되었다는 것은 첫째로 전승된다는 의미가 있다후대에 그 세대의 노동자 계급의 언어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변화되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둘째로는 양식화된 노동자의 의식이 하나의 연대를 이루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무산박노해이영식김해화의 시를 통시적인 관점에서 조명해보려고 한다그 속에 노동자의 삶과 의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이재규는 시와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에서 이런 상황에서 박노해를 비롯한 노동자 문학인의 등장은 70년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그 절대적 숫자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대폭 성장한 노동자 계층이 분단 시대의 오랜 제약을 뚫고 이제 스스로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달리 말해 우리 사회가 이전과는 다른 조건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이런 유형의 시는 사회 구조 안에서의 노동자의 계급생존과 실존 의지 사이의 갈등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위의 시인들의 시는 그야말로 그들의 피로써 써졌다그들이 쏟은 피는 당시의 세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노동시는 정신적으로 정교하게 조합된 언어의 세계라기보다는 노동자의 살과 피로 쓴 신체적 언어에 가깝다시 속에서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이미지조차도 노동자의 원색적인 분노와 슬픔을 하나의 정서로 정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나아가 노동시는 분노를 간직한 채로 평화를 위한 세지의 모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2. 살과 피로 쓴 역사의 주홍글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계급화는 고대에서부터 진행되어왔다부족이 생기고 고대국가가 등장하면서 신분의 차이는 더욱 명확하게 나타났다율령을 반포하고 관등제를 실시한 것은 모두 계급의 차이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한 일환이었다각 계급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법과 제도의복언어 등에 차이를 둬서 아래 계급계층에 속한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한다.

현대에 와서는 왕이나 봉건영주에게 있던 권력은 자본가에게 이양되었다생산수단을 독점한 그들은 노동자들을 수 세기 동안 착취해왔다신분은 사라졌지만 자본가는 법과 제도교육을 통해 필요한 노예들을 착실하게 양성해왔다이런 지배의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피지배계급은 자신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오랜 시간 반복된 세뇌 교육은 피지배계급에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안주하게 했다자신의 계급을 확실히 인식하는 일은 곧 계급 구조를 인지한다는 말이다백무산의 만국의 노동자여이영식의 돼지부속집같은 시엔 이런 계급을 자각하게 하는 물음을 던지고 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동시로 그려진 노동자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실존주의적인 물음이 따라다닌다실존주의적 물음은 의식주(衣食住)와 같은 물질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생존과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다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지 못 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어렵다생존을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 해 고통스러울 것이며 삶의 의미만을 맹종하다보면 생존이 위협 받을 수 있다김해화의 우리들의 사랑가19백무산의 동지의 갈등박노해의 하늘과 같은 시에서는 이런 실존주의적 고민이 시 전반에 짙게 깔려 있다.

위에 언급한 다섯 편의 시에서는 계급의 인식과 실존주의적 고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작품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투쟁 과정이 드러나고 있다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가족의 생존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실존을 위해 투쟁했다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면서 작품 활동과 투쟁을 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노동자들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노동시는 단순이 그들의 일상을 기록한 글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살과 피로 써내려간 역사.

 

3. 신성한 과 곤고한 계급

 

은 생존을 의미한다자본가와 노동자에게 생존은 전혀 다른 의미이다생산 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으로서 팔리게 된다스스로 재화를 생산해낼 수 없는 노동자는 자본에 묶일 수밖에 없다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의 잉여 재화를 제공한다반복되는 기계적인 작업과 적은 보수는 노동의 인간소외 현상을 불러온다노동자들에게 노동은 생존을 위해선 필수적인 것이지만 타자에 의해서 그 형태가 결정되는 수동적인 행위인 것이다.

노동자에게 은 고단하고 위험천만한 하루하루를 버텨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반면에 자본가에게 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것이다그들은 생존을 위해 땀을 흘릴 필요도 없고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자본가는 생산 수단의 독점을 통해 수많은 생명의 담보로 기득권을 지키고 불려가는 것이다따라서 노동자와 자본가의 의견도덕양심윤리는 나눠질 수밖에 없다. ‘무산 계급을 뜻하는 필명을 가진 백무산의 만국의 노동자여는 이런 사회구조를 이라는 시어를 통해서 직관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

우리는 밥에 따라 나뉘었다

그 밥에 따라 양심이 나뉘고

윤리가 나뉘고 도덕이 나뉘고

또 민족이 서로 나뉘고

 

그래서 밥이 의식을 만든다는 것은

뇌의 생체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인류적이고

그래서 밥은 계급적이고

 

밥의 나뉨은 또 식품문화적 구별도

영양학적 구별도 아니고

보편의 언어요 이념이요 과학이고 인식이다

 

노동자의 가슴에 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

밥이 다르기 때문이다.

 

-백무산 만국의 노동자여」 중 일부1)

 

시인이 말하고 있는 핵심은 어떻게 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사느냐에 따라 개인의 윤리부터 계층과 계급이 분화된다는 것이다시에서 밥의 나뉨이 보편의 언어요 이념이요 과학이고 인식이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밥을 먹는 일은 누구나 해결해야 하는 일로서 보편의 언어로 표현되고 을 얻는 수단에 따라서 이념이 나뉘고 다른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노동자의 가슴에 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 밥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하면서 노동자의 계급을 인식하게 하고 연대 의식을 신장시키고 있다계급의 인식은 곧 모순된 사회구조를 고발하고 노동자의 투쟁을 통한 주체성 회복의 단초가 된다결국 화자는 의 이미지로 노동자의 계급 인식을 통한 각성과 그에 따른 노동자의 연대와 노동운동 등의 실천까지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폐차장 근처 돼지부속 집에 모인 사람들

미션과 삼발이얼라이먼트캬브레타엔진

폐차의 주검을 수습하던 손으로 소주잔을 돌린다

막창오소리감투갈매기살껍데기쌍방울

돼지부속 안주삼아 한 저녁을 건너고 있다

아줌씨 저 쌍방울이 뭐시당가요?

비뚤비뚤 기어간 메뉴판 글발 놓고 던진 농지거리에

아그야넌 불알도 모르것냐?

어구 저 씨부랄 놈너그 집 죽은 시계불알이다

기름때 절은 손으로 봄똥에 쌈장을 바르던 사내

돼지껍데기 뒤집듯 다시 한번 지글거리는데

아줌씨 갈매기살이나 쌔려묵고 바다로 날아가볼까?

저런 우라질 놈 생지랄하고 자빠졌네

오소리감투 처먹고 목이나 콱 막혀 뒈져부러라!

욕지거리도 매양 듣다보면 헛배가 부르는지

그래 이왕지사 욕질 판에 감투나 한자리 써보자고

오소리감투를 불판 위에 한 움큼 올려보는데

욕쟁이 아줌씨 뭇망치로 한마디 더 쏘아댄다

이눔아 난 오늘 새벽에도 돼지머리에 절 한자리 올렸다

니놈들도 폐차 꽁무니에 대가리라도 한번 박아봐라

불쑥 내민 홍두깨에 소주잔 꺾던 손이 뜨악해 지는데

야들아 오늘 우리 몇 대나 작살내브렀냐?

오십대냐백대냐나는 누구의 附屬이었다냐?

기름밥 먹는 우리 몸속의 부속들은 안녕하시당가?

가슴에서 불알까지 손더듬이로 쓸어보는 사이

돼지부속 집 금간 유리창에는

편육처럼 눌린 폐차들 층층 쌓여 실려 가고

오소리털벙거지 뒤집어쓴 고향눈 누덕누덕

어둠을 깁고 들어서는 것이렸다.

-이영식 돼지부속집」2)

 

이 작품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의 부속으로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폐차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차는 기름밥을 주는 부속이다또한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주는 부속이다돼지부속집 욕쟁이 아줌씨는 난 오늘 새벽에도 돼지머리에 절 한자리 올렸다며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계급계층에 대한 홍두깨 같은 깨달음을 준다또한 이 질문은 오소리감투를 쓴 자들에게 일반 민중노동자들의 고마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시인은 기름밥을 먹고 돼지부속을 팔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거시적 관점에서 다른 존재의 희생으로 생을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인식하게 한다.

작품 속의 한 노동자는 야들아 오늘 우리 몇 대나 작살내브렀냐오십대냐백대냐나는 누구의 附屬이었다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본주의 사회구조 안에서 부속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한다결국 누군가의 부속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을 먹느냐의 문제다폐차장의 일부로 살아가는 노동자의 밥은 기름밥이다이 작품은 자본가의 부속으로써 소비되는 노동자의 계급 인식을 불러온다계급에 대한 인식은 갈매기살로 나타나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고향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어느 것에도 소외 받지 않는 삶에 대한 갈망으로 변한다.

이상의 작품들에서는 의 이미지를 통해 노동자의 계급적 성찰을 표현했다계급의 인식은 곧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의지를 이끌어낸다노동자들이 현실을 인지하고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것은 노동 착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위의 두 시를 보고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 의 문제로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계급의 인식은 곧 노동운동과 존재에 대한 내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노동자의 은 신성한 것이다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보람을 얻는 것은 인간의 신성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신성이라는 층위에까지 가닿은 것은 소위 성장이라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었기 때문이다피의 투쟁으로 얻어낸 밥은 생존이상의 숭고한 가치가 있다노동자들은 몸으로써 곤고한 계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4. 가족생존과 실존의 길항

 

노동운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생존과 노동해방 사이의 실존주의적 갈등과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장의 위치에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노동은 일한 만큼의 보람과 대가가 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보람은커녕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노동운동은 불가피한 것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동시에 일을 하지 않는다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노동운동은 목숨을 담보로 한 치열한 실존 의지의 표출이었다.

 

종훈은 집행부 실무일을 맡았다

남달리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끼니도 없는 시골집을 떠나

어려서 혼자 도시로 나와

신문팔이 껌팔이 안해 본 일이 없다

 

한창 클 나이에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가

눈물을 먹고 자랐다

울분을 삼키며 살았다

어려서부터 한을 품고 자랐다

노동자 생활은 또 다른 한을 낳았다

벌써 사십줄

87년 어용노조투쟁 시기부터

눈에 띄지 않는 뒷바라지를 해오다

동지들과 조직에도 가담하였다

 

(중략)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는

걱정으로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덜컥 자리에 눕고 말았다

파업기간 동안 돈 한푼 받지 못해

막내딸의 학원도 그만 두게 했고

끼니도 연탄도 얻어다 쓰는 처지다

종훈은 가족과 임무를 선택해야 했다

흔들렸다 괴로웠다

 

-백무산 동지의 갈등」 중 일부3)

 

노동자들이 곤고한 계급에 대해 인식하고 불합리한 현실 타개를 위한 실천으로 발걸음을 옮겨 갈 때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발목을 잡는다생존을 택하면 실존이실존을 택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심지어는 공부를 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 하다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전태일 열사와 같이 실존을 택한 사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생존과 실존 사이에서 방황해야 했던 현실이 너무나 가혹했다.

시의 주인공인 종훈은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로 농촌에서의 삶이 여의치 않아 지자 도시로 오게 된다홀로 도시에서 생활하게 된 그는 생존을 위해 신문팔이와 껌팔이남의 집 종살이 등을 하며 크게 된다종훈은 남달리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다이는 종훈에게 큰 한이 된다이후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종훈은 또다시 억압과 착취를 당한다.

결국 노조에 가담하게 된 종훈은 파업기간 동안 돈 한푼 받지 못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존을 위협 받게 된다이 시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가족의 생존과 실존 의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이는 비단 종훈 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에 가장으로서 살아갔던 노동자의 보편적인 고민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여

당신이 나의 처진 어깨를 보면서

착취의 세상평등하지 않은 세상의 모순을 바로 보고

오히려 양쪽 어깨가 다 처져 표시조차 나지 않는

노동에 지친 우리의 이웃들을

다 함께 사랑하게 된다면

당신은 내게 지금보다도 더 큰 힘 주는 동지

 

(중략)

 

깊은 믿음과 동지애로

우리의 이해와 사랑은 더욱 깊어가고

가정에서부터 우리의 해방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여

한쪽 어깨가 쳐진 내 모습은

이 시대 노동자의 가장 평범한 모습입니다.

 

 

김해화 <우리들의 사랑가 19> 중 일부4)

 

한쪽 어깨가 쳐진’ 화자는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원한다이를 위해 생계를 등지고 노동 운동을 선택한 노동자는 가족에게 그 책임과 고통을 일정 부분 전가할 수밖에 없다그로 인해 가정의 불화가 생기거나 파괴된다면 시에서 나온 노동에 지친 이웃들처럼 양쪽 어깨가 쳐진 모습이 될 것이다한 가정의 가장인 화자는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생계유지의 수단이기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남편으로서 이해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화자는 아내를 동지라고 표현한다아내를 자신과 같이 치열한 삶의 투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본 것이다가정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아내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화자는 아내와의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 힘이 되는 동지로서 가정에서부터의 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이처럼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가장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가정을 자신을 지지해주고 투쟁하는 동지로 인식하면서 생존과 실존 의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노해의 시 하늘에서는 자본가와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공생하는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중략)

 

높은 사람힘있는 사람돈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중략)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박노해 하늘」 중 일부5)

 

화자는 자신의 하늘을 높은 사람힘 있는 사람돈 많은 사람으로 대변되는 검은 하늘로 표현하고 있다시에서 화자는 이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에 밑에서 억눌린 힘이 없는계층이다가정에서마저 화자는 가장의 역할을 완전하게 해내지 못하는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다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자식을 통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노동자의 생()은 노동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본가나 권력자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화자는 수동적인 삶을 지양하고 실존하는 주체로서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바꿔 말하면 구조화된 계급계층을 해체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를 원하는 것이다이는 화자의 계급 인식을 통해서 실존 의지가 표출된 것이다자본가권력자와 같이 자신을 하늘로 표현한 것에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위의 시들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은 노동자가 실존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노동자에게 전위적인 계급투쟁을 위한 기반을 형성한다직선적이고 파괴적인 자본주의의 행보에 반해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이런 두 힘의 충돌은 노동자를 생존과 실존의 문제 사이에서 길항하게 한다그럼에도 노동자이자 시인이었던 박노해와김해화는 어깨와 하늘로 비유되는 수평적인 계급구조를 노래하며 화해와 상생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5. 분노를 넘어선 외침

 

70~80년대의 노동자들은 소외계층으로 노동 현장에서의 그들의 역할은 공장을 돌리는 부품이하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잦아지자 점차 노동운동이 전개되었는데 이를 통하여 노동자들 간의 연대의식이 조성되었으며 후에 투쟁 의지로 발전되었다.

투쟁 의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다지금까지 본 노동시들은 항쟁의 기록으로서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경우이다세상을 살다 마주치는 부조리에 있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지혜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그들은 힘 있게 외치되 혐오에 빠지지 않았으며 분노하되 사랑으로써 맞섰다이는 1980년대 노동자이자 시인으로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남긴 소중한 목소리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시국이 어지러울 때면 광화문에 켜지는 촛불의 무리도 그 속성이 같다단순히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넘어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고 평화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노동시는 입이 없어말하지 못 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외쳤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목적지를 잃고 떠돌던 목소리는 시를 통해 분명해지고 힘이 실렸다그 목소리는 분명 자본가 계급에 대한 증오를 넘어서 사랑과 화합의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다.

 

주석

1) 백무산(1988), 만국의 노동자여도서출판 靑史, p.81

2) 오태환(2008), 경계의 시 읽기고려대학교출판부, p.116~117

3) 백무산(1989), 동트는미포만의새벽을딛고노동문학사, p.1

4) 김윤택맹문재박영근조기조 공편(2003), 한국대표노동시집도서출판b, p.505

5) 박노해(1984), 노동의 새벽풀빛, p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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