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시, 평론부문 심사평

배재신문l등록2022.09.14 10:43l승인2022.09.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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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안(시인, 주시경교양대학 기초교육부 교수)

 

금번 「배재문학상」에 입상한 작품들은 양과 질적 수준에서 지난해보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문학의 길이란, 시나 평론이나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대상과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그것을 정련된 언어로써 구체화하는 실현의 과정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입상권에서 멀어진 작품들에서 선자가 느꼈던 공통된 아쉬움은 대상에 대한 접근 방식이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직설적이거나, 주정적인 감상의 나열에 그쳤다는 점 등이었다. 이와 같은 단점을 피해간 학생들은 문상호(한국어문학과 2년), 김영곤(한국어문학과 석사1학기), 곽남경(한국어문학과 1년), 강석현(국어국문학과 4년) 등의 시편이었다.

김영곤의 「구멍」외 2편의 시편들은 부분부분 싱그러우면서도 감각적인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몸의 구멍에서 하늘의 구멍, 시계의 구멍으로 이어지는 고리은유의 스펙트럼이 재봉질 소리에 의해 섬세하게 갈무리되는 서정의 결이 돋보여 당선작으로 밀었다. 그러나 다른 기성 시인의 작품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절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사유가 좀 더 밀도 있게 전개되지 못한 점도 선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에 비해 당선권에서 함께 거론된 강석현의 시 「햇살의 사다리」외 2편은 무게감 있는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시적 대상을 생동감 있게 감각화하는 재질이 돋보여 가작의 범주에는 들었지만, 평론부문에서 당선의 영예에 차지한 관계로 입상권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따라서 가작의 영예는 「악몽을 먹는 변기」외 2편을 투고한 곽남경의 몫이 되었다. 그의 시에서는 체험의 무게를 자신만의 언어로 비틀어 감각화할 줄 아는 개성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적 공간을 마련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좀 더 상상력의 밀도를 높여 나간다면 배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인재의 하나로 여겨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선에 합류한 문상호의 「이상충」외 2편의 시에서는 이상의 시를 패러디하여 사회적 현실을 풍자해 내는 사물 인식의 태도가 볼 만했다. 그러나 입체감 있는 이미지 부조에는 이르지 못해 시적 이미지가 단선적으로 떨어진 흠이 제기되었다. 깊은 사유로써 현실 세계를 통찰하는 탄력적인 시야를 갖출 때만이 인간사의 배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론 부문의 경우 5편이 투고되었는데, 이 중에서 3편이 나름대로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 즐거웠다. 강석현(국어국문학과 3년)의 「멍든 열매의 신기루-한강 론」, 「외설적 담론으로 풀어낸 몸의 미학-강희안 론」이란 두 편의 투고작은 다른 여타의 글에 비해 가장 감성을 중시하는 평론의 질을 잘 보여준 글에 해당된다. 문장력도 자연스럽고 큰 무리가 없이 작가의 의도를 간파해 나가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이미지의 지배소를 디테일하게 세분화여 그 의미의 궁극을 밝히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당선작으로 민 데는 작품 속에서 끌어낸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았고, 그것을 풀어내는 태도도 자못 진지하여 학부생 수준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글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유보경(한국어문학과 3년)의 「언어 그 너머를 향하여―김애란 론」은 김애란의 소설 「너의 여름은 어떠니」를 중심으로 꾸려간 짜임새 있는 글이다. 무엇보다 1장에서는 남성의 공적인 영역과 여성의 사적인 영역으로 분할된 폭력의 문제, 2장에서는 남성이 선택한 폭력적 시선의 문제, 제3장에서는 상징계를 넘어서는 기호계 제시, 제4장에서는 상상계적 기호계로의 발상 전환 문제 등으로 분류하여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의 얼개는 설득력을 지니기에 충분했다,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가작으로 내보낸다.

이규호(한국어문학과 2년)의 「증오를 넘어선 목소리-노동문학 론」란 글은 80년대 노동문학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좀 고루한 측면도 있었지만, 학부 2년생이 쓴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글쓰기가 든든했다.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겪는 노동자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자본의 재분배를 기치로 하는 ‘밥’과 ‘계급’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인간 실존의 문제로 이어지는 논의의 구조가 탄탄하다. 좀 더 공부에 매진한다면 학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따라서 격려의 차원에서 입선으로 넣어 북돋워 주기로 하였으니 부디 건투를 빈다.

 

오늘과 같이 감동이 사라진 척박한 시대에서도 부단한 자기 갱신의 몸부림으로 외로운 길을 가고 있는 입상자는 물론 응모자 전원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전체적으로 금번 투고작들은 입상작을 제외하면 문학적인 수준에 함량미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개성적 인식의 보편화라는 문예미학을 도외시한 채 개인적 감상의 표백이 시의 서정성과 직결된다는 오해와, 논리적인 논문과 감성적인 평론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현상일 것이다. 한국 문단의 주역으로 커가야 할 배재인들이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반성하며 숙고해봐야 할 대목이다. 시는 말라르메의 언명처럼 ‘백지의 공포’에 온몸으로 전율하며 각고정진하는 자에게만 황홀한 빛을 던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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