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송유정

 

악보를 되짚어본다.

 

처음엔 소심하게 찍었던 음표 하나가

어느덧 둘이 되었고 셋까지도 찍어보았다.

음들은 다른 소리를 낼 때가 많았지만

그 불협화음조차 좋았는데.

 

나는 잔잔했어야만 했나

높이 올라갈수록 음표는 목을 매달고

오직 불협화음만의 반복은

음표를 하나 둘 포기하게 만들었다.

 

잠시 삐끗했던 플렛도

갑자기 박자가 바뀌는 하루도

그저

좋았던 그 구간을 그리워하지만

 

미련의 도돌이표가 끝나면

나는 2절로 넘어가야만 한다.

 

나도 예전에는

과감한 8분음표투성이였나

이젠 뭐든 지쳐

......

점뿐이다

온통

 

쉼표를 찍어버리면

다음 음이 영원히 오지 않을까 봐

이젠 의무로 찍는

6박자의

 

도

 

목(花)구름

송유정

 

비가 내린다

​

시야 너머 저기 저곳에

그 하늘에 먹구름이 피었다

하늘은 회색의 흙이 되었다

​

목화는 한껏 머금고 있던 걸

내쉬듯 떨어뜨리고

​

아스팔트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펼쳐진다

​

솜이 다 말라졌을 때

아스팔트는 다시 회색의 흙이 된다

​

믈을 머금지 못하고 생긴 웅덩이들을

목화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가져간다

 

 

 

이불

​송유정

 

내 몸이 벌거벗었어도

춥지 아니하고

​

내 마음이 벌거벗었어도

외롭지 아니하다

​

온몸을 네가 둘렀지만

숨은 스스로 쉴 수 있게

얼굴만 내밀어

딱 그 정도만 의지하고 싶다

​

가끔 슬픔에 사무칠 때

잠시 얼굴마저 덮고

울다가

위로받다가

 

아침이 오면

해를 보러 나가는

 

나를 감싸주되

온전히는 아닌

나를 품어주되

젖는 것은 안되는

 

그 정도만

의지하고 싶다

배재신문  pcnews@p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