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시 부문 가작

'왈왈(사랑)' 외 5편 배재신문l등록2022.11.16 17:22l승인2022.11.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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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사랑)"

이창현

어쩌다

보게 되었다

아직 번듯한 이빨 하나 없는 개새끼의 호기심(혹은 객기)으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모르는 건 많고

처음보는 형태는

아무리 뜯어도 알지 못했다

 

"왈왈!(이봐 넌 정체가 뭐야?)"

 

정적이 메아리 쳐서 돌아온다

사방 팔방을 넘어

세상 모든 곳에서 정적이 들려온다

 

...

...

...

...

...

 

아쉽게도 참을성이 없기에

가능한 한 가장 깊은 곳 까지

송곳니를 밀어넣는다

그리고 그 맛은

쓰다

부모의 젖을 땔 때와 버금가는 감각은

미뢰를 넘어 전자의 속도로 뇌를 강타한다

 

곧 신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떨어지고

사이에는 팬스가 놓여진다

하지만 아직 입에는 침이 고여있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빨이 자란 뒤로 까먹어버린 햝아주는 법을 깨우칠 때 까지 열리지 않던 팬스는

그저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열리고

쓴 맛을 음미하며

깨어나길 빌며

그저 하염없이 곁을 지켜며 햝아주고 있다

 

멋장이 절음발이 아저씨

이창현

 

멋장이 절음발이 아저씨

목엔 스캎ㅡ, 손엔 착, 장갑끼고 나왓지

멋장이 절음발이 아저씨

절뚝절뚝 걷는 걸음걸이마저 멋잇지

 

멋장이 절음발이 아저씨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산다지

흘린 멋만 한 바가지

그런 그도 힘들 때 잇지

 

길가다 우연히 마주친

멋적은 미소 짓는 아가씨

그녀 입에서 나온 말 "아버지."

"오냐, 잘 잇엇나, 딸내미."

 

오늘 밤에도 에어컨이 돌아간다

이창현

 

죽음 보다 더 무서운 더위에 틀고 자던 선풍기

에어컨은 사치

몇 년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던

고장난 옷장 경첩이 유난히 거슬리던 여름

에어컨은 집에 없었다

 

그 아이는 무엇이 그리 두려웠나

계속 도망쳤다

도서관

은행

오후 3시의 마을버스

그 차가운 바람에 몸을 식힐 수록

응어리는 계속해서 굳어갔다

 

습기가 짜증을 부르는 여름

집에서 나오는 게 한없이 무서운 시원한 바람은

오늘도 빛나는 자리에만 돌아간다

 

밤의 소리

이창현

 

시원한 바람이 부는 6월의 밤

침묵이 지배하는 공화국에 이민한 나는

다시 어머니의 품에서 나온 듯한 파동을 느낀다

 

옆집 처자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

새들이 혼수 준비하는 소리

하루살이들의 촛불이 꺼지는 소리

요란한 기계 소리

 

내 입이 닥처야 비로서 떨리는 고막

나는 이 dB국의 소인이 된다.

 

지하철 1호선

이창현

 

1호선

지하철

오후 1시경

대머리 아저씨와 아가씨와 아기 씨는 무슨 일로

타셨죠?

 

지나가는 풍경들 속

가만히 있는 우리

원하든 말든 시간 또한 지나가리

대머리 아저씨

굳은 표정이 보여

시간이 모

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뭐

생각 정리는 해주겠죠

엘지 폰 벨소리 울려

전화 받아요 아저씨

이번 역은 성환

문제가 해결되길 빌며

다음에 또 봐요, 아저씨!

 

피곤한 눈빛의 아가씨

잠이 부족한 건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안쓰럽지

삶이 너무 바빠

이 세상은 나빠

이 말에 부정하면 지금 그녈 봐봐

이번 역은 직산

여긴 그녀의 직장

오늘도 힘내요 아가씨

다음에 또 봐요, 아가씨!

 

다음 역은 두정

행복한 표정의 아기 씨도 내려

인연들이 쉽게 떠나가죠

대머리 아저씨와 아가씨와 아기 씨

전부 내려 성환 직산 두정

이번 역은 천안이고 이제 나도 내려

다음에 다시 보자

 

이창현

시침이 곤두서있을 때

들어오는 이는 어른이라고 불린다

또 하루를 앗아간 시간이 시치미를 땔 걸 생각하니

뒤를 돌아보면 목이 꺾일까 걱정되어

못 보았던 등 뒤에는

누군가 파먹은 듯한 까망베르 치즈 한 덩이같은 달이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쫒아오고 있는 줄 알았던 상어는

어깨에 붙어있는 것이기에 도망치려야 칠 수 없었다

멈추고 나서야 상어들이 숨 막혀 죽고

비로소 밤을 즐길 수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러시아의 바람에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는

보기 힘든 별이 있었다

동주의 마음으로 봤다

for i in heart:

print('별 하나의 '+i)

고철 냄새가 나던 나의 머리 속에 시를 코딩한다

컴파일링이 다 된 어른은

핏덩이의 엉덩이 만큼 빨게진 손을 하늘로 던진다

육신의 닻에 걸려 별에 닿을 수 없음을 아쉬워 할 때

뇌가 작아짐을 느낀다

이제 지반을 무너트릴 것 같던 한숨을

굴뚝 위의 연기로 바꾸겠다

따뜻한 오뚜막이 되고

땅 위의 별이 되겠다

 

배재신문  pcnews@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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