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시 부문 입선

'구닥다리 사랑꾼' 외 2편 배재신문l등록2022.11.16 17:26l승인2022.11.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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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사랑꾼

김하은

 

내 영혼은 지난 장에서 팔던

먼지 쌓인 양말 한 켤레

어쩌면 그보다 못하고

 

정말 지겨워했던 것은

매일 오르던 계단이 아닌

그 계단을 오르며 차올랐던 숨

어쩌면 그보다 사소하고

 

내 사랑의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증오의 까닭

내 사랑하는 그대를 누군가는 미워하기에

어쩌면 그것은 정말로 어려울거야

 

내 사랑 한 켠엔 녹이 슬어

스치면 병이 들거야

 

내 사랑 한 켠엔 이끼가 끼어

올라서면 미끄러질거야

 

그 어려운 사랑을 꿈꾸며

이 밤 위에 춤을 추는 난

구닥다리 사랑꾼

 

무지

김하은

그래요 나는 아는 것이 많이 없어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디다.

 

어릴때부터 사람들은 내게 많은 말들을 했어요. 어쩌면 누군가는 정말 나를 위해서 그 말을 했겠죠.

 

그런데 나는 알 수가 없어요. 나를 증오하여 그 말을 던진 이들이 너무도 많아서 누가 나를 위해 그말을 건넨건지 구분할 수가 없어요.

 

숨이 막혀와요 한참이나 창문을 닫아두어서 환기가 안된 탓인지도 모르겠어요.

 

한 낮에 창문을 열어두는 것을 잊었다는 이유로, 또 숨이 막혀 내 목을 졸라오는 것 같다는 이유로

 

한 새벽에 창문을 벌컥 열어두었어요.

 

어쩌면 찬바람이나 들어오지 않을까하구요. 그런데 난 여름이었던 것조차 잊었던 거에요.

 

찬바람은 커녕 후끈한 공기가 내 폐를 타고 온 몸을 휘감는 거에요.

 

그래요 나는 이렇게나 무지해요.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이걸 이제서야 알았어요.

 

아니요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그걸 인정하기가 그렇게나 어렵디다. 그렇게나

 

멀리

김하은

 

겨울은 이미 다 지났고

난 이제 시로 가득찬 마음을 쏟아내러 가야지

 

봄은 벌써 내 온 몸을 덮쳤고

곧 마음까지 덮쳐갈거야

난 이제 꿈으로 가득찬 오늘을 비워내러 가야지

 

아주 멀리가자

꿈 속에서는 아주 멀리 가자

내 시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일한 너를 위해

아주 멀리

아니 그보다도 더 멀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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