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시 부문 심사평

배재신문l등록2022.11.16 17:39l승인2022.11.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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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교수 (기초교육부)

매 해 배재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며,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시는 본디 사유의 응축이다. 고민 끝에 깎아내고 깎아냈을 문자를 통해 학생들의 세상을 엿보는 시간은 심사위원으로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다. 그렇기에 제일 먼저, 귀한 글을 투고한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직관적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 안에 있는 문자 몇 자를 쥐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성숙의 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즐거움과는 별개로, 투고된 대부분의 작품의 수준은 뚜렷한 한계를 나타내며 습작에 그친 수준이라 아쉬움이 컸다. 특히 ‘개인적 인식의 보편화’라는 시의 미학을 도외시한 채 기존의 상투적 사유와 표현을 답습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이다. 시를 쓰고자 하는 청년들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심사에서는 다소 어눌하고 서툴더라도 자기만의 개성적 사유와 표현을 보여주는 시편을 선별하였다.

「발걸음」은 제자리를 지키는 아버지의 삶을 발걸음의 이미지로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별한 기교 없이 시적 대상을 낯설게 해석해 내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뛰어났고, 기성 시인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작시를 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대표작 외의 작품의 수준이 고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에 고민없이 「발걸음」을 당선작에 올린다.

「왈왈(사랑)」은 세련된 기교가 인상적이었다. 자기만의 발상과 표현을 개성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젊은이다운 패기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개인적 체험과 상상력을 적절히 결합하여 섬세하게 언어를 직조해내는 능력이 강점이었다. 다만 시의 감각에 무게 중심을 너무 두어,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힘이 오히려 약해진 점은 아쉬웠다. 이에 「왈왈(사랑)」을 가작으로 추천한다.

「구닥다리 사랑꾼」은 개인적 사유를 시적 은유로 구사하는 힘이 강점이었다. 다만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밀도 있게 구체화하지 못해서 시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으로 시어를 배치하고 시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고 「구닥다리 사랑꾼」을 입선으로 추천한다.

수상한 세 명의 학생에게 축하를, 아쉽게 낙선한 학생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자신의 언어를 갈고 닦는 어느 날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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