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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흔한 질병이 되었다. 단, 경증까지 말이다. 우울증이 점점 심해질수록 약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치료를 위함보다 상태가 더 심해지거나 증상을 억누르기 위함이 주된 목적으로 쓰인다. 또한 환자 자체는 우울감을 기본으로 자해, 약물 남용, 심하면 자살 시도까지. 경증이 아닌 우울증은 감기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이다.
감기는 매우 흔한 질병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의무가 되기 전, 감기는 대부분 사람이 1년에 몇 번씩 걸리는 그런 연례행사 같은 질병이었다. 우울증도 이제 미국 성인의 25퍼센트가 정신과 약물을 먹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되었다.
하지만 둘의 관련점은 ‘흔한 질병’이라는 단 한 가지의 공통점밖에 없는데 그것을 빌미로 우울증을 단순히 마음의 감기라고 가볍게 보는 것이 옳을까? 보통 우울증이 있을 때 6달에서 1년이면 해결이 된다고 한다. 단, 가벼운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해서 열심히 치료받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 가벼운 우울증을 일찍 발견한 사람이 아닌 심한 우울증 혹은 늦게 발견한 사람이면 어떨까. 1년은커녕 최소 수년을 치료 기간으로 잡고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또한 우울증은 다른 정신장애로 퍼져나갈 수 있고 트리거라도 밟으면 바로 상태가 나빠지는 질병이기 때문에 꾸준한 자해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기면 바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입원한다는 것은 신체 어딘가가 크게 다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지, 아무리 심한 감기에 걸린다고 입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신병동은 감기와는 달리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입원하는 것이다.
점등 시간과 소등 시간이 정해져 있고 벽 모서리는 완충제로 덮여있으며, 온 복도와 공동 이용실, 심하면 병실 내까지 사각지대 없이 설치된 CCTV, 자해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일상 용품의 대부분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전자기기의 사용 제한, 그리고 얼마 없는 작은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그 정도의 제한이 있는 곳 안에 있어야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작 감기에 걸린 것처럼 빠르게 나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하고 가볍게 여기고 있지만, 아무리 심해져도 해열제와 진통제 등 몇 가지 약물로 간단하게 치료가 되는 감기와는 달리 우울증은 심하면 자살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자살까지 가기 전에 자해하기 시작하면 손목과 허벅지, 어깨 등 여러 군데에 길게 그어지고 찔러 넣은 자해 흉터 등 건강한 사람이 보기에 혐오스러운, 최소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흉터가 영원히 남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닌 심각한 병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