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의 나라

김현곤 기자l등록2015.10.30 03:17l승인2015.10.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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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매 학기마다 등록금을 지불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등록금을 지불할 방법이 없어 학자금 대출을 하거나 고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시장의 논리로 휘둘리고 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대학생들의 사례로 시작된다. 흔히 등록금 문제를 언급하면 막연히 비싸거나 ‘대학 재단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을 뿐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는 원인과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준다. OECD 사례만 보더라도 반값등록금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위해 정부의 등록금 정책에 대한 확고한 개혁임을 다양한 지표로 소개해주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는 우리 대학에서 등록금은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등록금넷, 참여연대 기획/한국대학교육연구소 저.

개마고원 출판.

진영호 :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집필될 당시 우리 대학은 총학생회가 반값등록금 반대시위를 했던 전례가 있다. 촛불집회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전선거운동이라 비판했고, 반값등록금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 아닐뿐더러 선거를 앞둔 시기에 사건을 터뜨렸냐는 의견을 밝혔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대전지역 총학생회장단은 지난 2007년에도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학우들의 지탄을 받은 적도 있다. 심지어 반값등록금 기자회견 이후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선언까지 해 기득권의 앞잡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김현곤 : 예전에는 우골탑이라 해서 ‘소 팔아서 대학을 갔다’는 말이 있다. 우리 집안의 경우 큰아버지만 대학을 나왔다. 아무나 대학을 갈 수 없던 시기였다. 그 때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등록금 문제는 늘 이슈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서 높은 수준의 지표를 보였다. 다른 분들은 등록금을 얼마나 내는가?

오준영 :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불했다.

김경훈 : 내가 속한 사진영상디자인학과는 예술대학 계열이라 400만원 가까이 냈다.

진영호 : 확실히 인문·사회계열보다 공대 혹은 예체능대가 많이 내는 것 같다. 나는 사회계열이라 공대 친구들 앞에서 등록금을 많이 낸다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그 친구들은 수업료 외에 실습비도 내야 하는데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든다. 등록금 인하를 위해 거리에서 투쟁하는 또래 학생들을 보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얘기했으면 좋겠다.

김현곤 : 국립대 다니는 사람들에게 등록금을 얼마나 지불하는지 물어봤다. 120만 원 가량 낸다고 들었다. 한 달만 알바하면 등록금 낼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1인당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라는 게 있다. 우리 대학은 대략 48% 정도다. 예를 들어 320만원인데 등록금을 10% 감면해주겠다고 해도 200만원 후반에 웃도는 금액이다. 그러다보니 답이 없다. 돈 벌려고 휴학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내가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 중 하나가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등록금을 못 내는 학우들은 집세와 전기세, 심지어 밥값도 제때 못내 학생식당을 찾는다.

오준영 : 어른들은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으라고 한다. 공부할 시간에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많다. 무조건 공부에만 집중하기는 힘들다.

진영호 : 학점은 학점대로 떨어지고, 돈은 돈대로 떨어진다. 우리 대학도 평균 3~4백만 원 정도 되는데. 한두 달 안에 알바로 때우기 힘들다. 특히 타 지역에 사는 학우들은 하숙, 월세, 전세 등 주거비용까지 부담해 지불하는 등록금의 두 배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김현곤 : 하루 식비를 4천원으로 잡았다 쳐도 한 달에 15만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식비만 쓰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로 돈이 나갈 곳은 많다. 요즘에 흔히 쓰이는 ‘노오력’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솔직히 얘기하자면, 과연 대학이 수백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낼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김경훈 : 만족하지 않다.

오준영 : 동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등록금이 높아야 교육수준이 높다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진영호 :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대학의 가치가 있다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김현곤 : 나 역시 지불한 재화만큼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 어떤 정치인은 값싼 등록금이 대학에 대한 신성함을 떨어뜨린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가 등록금이 60만원 초반인 걸로 기억한다. 서울시립대가 신성함이 떨어지는 대학인가?

진영호 : 이 책이 출판될 당시 우리 대학은 2.95%의 등록금을 인상했다. 그 전까진 평균 6% 이상 계속 올라가 재학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11년 김영호 총장이 취임을 할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등록금을 안내면 당장은 편할 것 같지만, 등록금에서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 서비스를 맞추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가 있다.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그 말을 공감하기가 어렵다.

김현곤 : 등록금 의존율이라는 게 있다. 대학에서 통계를 내는 건데, 전체 운영 지출 대비에서 등록금이 몇 퍼센트가 차지하는지 잡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등록금 의존율이 꽤 높은 걸로 기억한다. 재단적립금이라는 것도 있다. 모 대학 같은 경우 3천억에 가까운 재단적립금이 있다. 한 마디로 비리의 상징이다.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아 재단으로 빼돌리고 있다. 서해대학은 이사장이 횡령을 해서 난리가 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는 대학이 언론에 언급된 경우는 단 두 가지로 뜬다. 교육부 지정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거나, 횡령을 했거나. 예전에 대학 원서를 접수할 때 이름 모를 대학들이 수두룩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오준영 : 4년제만 약 300개, 전문대는 100개가 넘는 걸로 기억한다. 이 좁은 나라에 400개가 넘는다. 심지어 전문학교도 있다.

김현곤 : 이제 대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학을 안 가면 사회 낙오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등록금 문제에서 우리는 대학본부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다. 내기 싫으면 나가라는데 어떡하겠나.

김경훈 : 한예종의 경우 등록금을 연간 천만 원 이상이나 내야 한다. 처지가 비슷한 예대 입장으로서 내가 입학할 당시엔 420만 원 이상을 낸 적이 있다. 지난 2011년도에 입대를 앞둘 무렵 반값등록금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등록금 미납처리로 군 입대를 택했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김현곤 : 올해 등록금을 0.26% 인하했다고 하지만, 등심위 회의록만 봐도 동결한 학과들이 있다. 항공운항과의 경우 무려 30만원이 인상됐다. 그리고 전자상거래학과와 간호학과, 유아교육과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모두 실습 위주의 학과들이다.

진영호 : 우리 등록금이 벽돌 쌓는데 쓰였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 책에도 건물이 늘어나는 과정은 등록금 인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혀진 바가 있다. 우리 학교에도 백산관, 우남관 등에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이 엄청나게 많다.

오준영 : 학교 주변을 돌아봐도 창고로만 쓰이거나 아예 비어있는 곳이 많다.

김현곤 : 지난 2012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됐을 당시 교지 수용률이 낮았는데 건물 하나를 지으면 수치를 올릴 수 있어서 한 배경도 있다. 하지만 정작 건물 운영에 관해 계획도 없다. SP관 5층의 경우 열람실과 북카페로 쓰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사용 내역에 관한 소문은 무성할 뿐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김경훈 : 동아리나 각 학과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공간이 없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백산관 지하만 확인해도 라이브, 오선회 등이 사용하는 복도에 곰팡이가 피어있을 정도였다. 덧붙여 간호학과와 실버보건학과, 한국어문학과 등 일부 학과를 제외한 상당수의 학과들이 학술제 행사를 준비할 때도 자신들만의 공간이 없어 수업을 듣는 전용강의실을 사용할 정도라고 들었다. 심지어 과방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학우들도 많았다.

김현곤 : 우리가 지불한 만큼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끽해야 인하하는 정도일 뿐이다. 인하한다고 해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비록 4년 연속 등록금 인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와 닿는 건 없다. 많아야 1% 내렸을 뿐이다. 학생회비 지불 가격에 불과하다.

오준영 :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가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학이 학문의 지성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탐욕의 상아탑이다. 연세대 백양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시설보다 파리바게트, 스타벅스 등 상업을 위한 시설만 가득했다.

진영호 : 다들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하는가?

김현곤 : 학자금 대출로 지불한다.

김경훈 : 부모님께 의존한다. 나중에 취업하면 꼭 갚을 것이다.

오준영 : 나 역시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 항상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다.

진영호 : 책의 결론으로 넘어가서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오준영 : 정부재정지원만 되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대학 문제에 관심이 없다.

김현곤 :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집필되던 2011년 목원대에서는 국어교육학과의 한 학우가 세종대왕 앞에서 만배를 올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학내에서 반값등록금 서명을 요구한 게 전부인데 학생회와 학교 측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서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를 제외한 그 어느 언론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

김경훈 : 군대를 다녀오면 반값등록금이 될 거라 기대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지금도 아쉽다.

다음 서적은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으로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소개하고 장차 우리사회에서 정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김현곤 기자  journalist@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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