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동(공공정책·4) 주시경교양대학 글쓰기교실 튜터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시절 유흥 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차이는 뭐든 유흥에 ‘술’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술 거리에 해마다 일어나는 진풍경이 있다. 바로 술집 문에 ‘XX년생 출입 금지’라는 문구를 붙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능이 끝나고 많은 청춘이 술의 맛을 진짜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술 종류도 많다. 그래서 더 고민스럽다. 오늘은 어떤 맛을 먹어볼까?

대학생활에서 술은 거의 시작이며 끝이다. 대학 친구들과 처음 만나서 술 한잔 한다. 이미 술에 통달해서 스스로 절제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흑역사를 만드는 친구들도 널리 퍼졌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돌아보자면 크게 2가지 유형의 술자리가 있었다. 하나는 동기들과의 술자리고 두 번째는 선배들과 갖는 술자리다. 당연히 선배와 마시는 술자리는 불편하다. 술 받는 자세부터 이후의 안주를 선택하는 순간까지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쉽게 술에 취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동기들과 혹은 썸녀와 썸남과의 술자리는 너무 즐겁다.

한 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학생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한 주 동안 평균 1.9회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마시는 이유로는 66.3%가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위해’서 이다. 너무 자연스럽다. 친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술을 마신다. 고등학교와 다르게 같이 있는 시간이 적은 대학친구 사이에 처음부터 쉽게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술은 사람의 경계를 쉽게 한다. 알콜이 혈관을 통해서 뇌에 전달되어 뇌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눈은 풀리고 혀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행동은 더 커지고 과감해진다. 그러므로 쉽게 서로의 빈틈을 보이면서 몇 배는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취해서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수업을 빼먹기도 한다. 대학에 술을 배우러 왔는지 공부를 하러 왔는지 헷갈리는 시점이 오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어떻게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점이 든다. ‘나는 술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걸까?’ 어쩌면 매스컴에서 비춰지는 술에 이미지에 맞게 판타지에 젖어있는 것을 아닐까? 예를 들어서 왠지 진심을 이야기하기 전에 술을 먹어야 더 진짜인 것 같다는 환상 혹은 주량이 엄청 세다는 사람을 향한 무언 동경의 눈빛 같은 것 말이다.

진짜 나의 모습은 술을 먹기 전과 후 중 어떤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술기운을 빌어서 나오는 행동이 진심 같으면서도 술이 깨면 절대 못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진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성간의 만남이 쉬워지고 헤어짐 또한 쉬워지는 원인 중 하나가 술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술을 마시면 시력이 낮아진다고 한다. 술을 마실 때는 좋아 보였던 상대가 술이 깨고 나니 정말 깨져버린 적도 있을 것이다. 술은 어떠한 정답도 주지 않는다. 단지 나를 어떠한 이끌림에 흘러가게 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 말씀처럼 술은 손 위의 사람과 처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긴장하면서 술을 먹으면서 자신을 다 잡으면서 먹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술자리의 예의도 배울 수 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술자리 이후의 뒷감당 또한 내가 해야 한다. 인생에 취한다는 표현이 있듯이 우리는 다 취해서 산다. 술에 취해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했던 대사처럼 범법행위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술을 먹는다고 쌓여왔던 걱정과 고민이 한순간에 해소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취하고 싶다. 짧은 순간의 일탈만큼 달콤한 유혹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날씨도 쌀쌀해지고 중간고사도 끝난 시점에 우리는 또 친구에게 물어본다. ‘친구야 술 한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