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김현곤 기자l등록2015.11.09 10:02l승인2015.11.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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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튜더 저, 문학동네 출판

오준영 : 어르신들이 많이 말하는 게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자기들끼리 하는 거라 말씀하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김경훈 : 인터넷 기사로만 소식을 접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정치는 좌파도 우파도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영호 : 처음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에서 과연 무엇을 알까라는 의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조차 몰랐던 한국 전반의 실태를 엿볼 수 있었다.

김현곤 : 한국정치는 분단의 특수성으로 북한의 미사일이 한 번만 동해로 날아와도 주가가 하락하기 쉬운 나라다. 다니엘 튜더는 이코노미스트와 증권사에서 오래 일해 누구보다도 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란 사회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에 분석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책 내용 중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본 것 같아 찔끔했다(웃음).

오준영 : 우리와 같은 기자라는 입장에서 더 많은 공감대를 샀다. 역시 기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김현곤 : 우리나라의 복지공약은 거의 포퓰리즘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한국정치가 초래한 결과라고 본다. 제대로 공약을 수립하지 않으니깐 일반 시민들이 정치를 믿지 않게 됐다.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란 인식만 가득하다.

진영호 : 학생들도 기성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다. 386 세대의 정치적 모순, 취업에 급급해 자신의 주권조차 버리고 있는 ‘20대 최악론'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현곤 : 한국정치 이슈를 강타한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9명이 바다 속에 있는데,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도 우리 대학에 세월호 추모 리본이 많이 달렸다. 당시 한국 정치인들은 앞다퉈 노란 리본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잊지 않겠다 말했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잊어버렸다. 잊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진영호 : 철도 민영화부터 세월호 사건까지 우리 사회에 수많은 사건들이 터졌다. 지난 2013년 우리 대학에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휩쓸었다. 올해는 국정화 사건으로 일부 교수님들이 반대 성명서를 냈고 대자보를 부착한 학우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분들의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찬성 의견도 있던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김현곤 : 보수 정권에서는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통치 기간을 일컬어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걸 역으로 따져보면 보수정권 하의 잃어버린 10년이 반복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이념에 대한 망령이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빨갱이’, ‘종북’이란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다. 오죽하면 ‘꼬북이’라 해서 ‘꼬우면 북한 가라’라는 신조어까지 쓰이겠는가. 사건만 터지면 북한과 연관시킨다. 심지어 오늘(지난 10월 28일) 문화일보는 북한에서 국정화 사태 지령을 내렸다는 1면 헤드라인을 낼 정도였다.

진영호 : 이번 국정화 교과서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은 좌편향적이란 이유로 교과서를 단일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할 말을 잃었다. 한겨레 기사에서 김무성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는 모두 오염된 존재라 표현했다. ‘헬조선’이란 말이 탄생한 과정은 교육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현곤 : 한국에서 이념문제를 빼면 답이 없다.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대립은 신자유주의랑 자유주의의 대립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진보 세력이 결집된 부서 정당이 있다. 새민련 등이 진보라 불리고, 새누리당은 보수라 불린다. 엄밀히 따져보면 새누리당은 극우다. 얼마 전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피켓을 걸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이를 2017년도부터 쓴다는 것이다. 1년 안에 교과서 내용을 전부 고쳐야 한다.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오준영 : 엊그제는 새민련 관계자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했다.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시위도 했었다. 앞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

김현곤 : 저희 아버지는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당원이셨다.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초등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배우셨다고 하는데, 외우지 못하면 두들겨 맞았다고 들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국민을 통제하는 분위기가 있다.

진영호 : 오죽하면 ‘판사님’ 드립이 나올 정도다. 외국의 경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자리가 많다. 안 그래도 얼마 전 국가모욕죄가 위헌이 났다. 20년 전에 폐기된 법안이지만, 다시 한 번 위헌이 떴다. 

김경훈 : 정치권에서 공약을 내세워봤자 지켜진 게 하나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후손들에게 지금 기성세대가 주장하는 것처럼 똑같이 얘기할 것 같아 두렵다.

부모님의 고향이 전라도다. 그리고 나는 군 복무 시절 대선투표를 할 때 문재인을 뽑았다. 당시 우리 부대에는 문재인 뽑은 사람보다 박근혜를 뽑은 사람이 많았다. 다들 나한테 ‘빨갱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특정 후보에게 투표했단 이유로 낙인을 받으니 어이가 없었다.

김현곤 : 우리나라의 원내 정당은 얼마 없다. 기껏해야 새누리당, 새민련, 정의당밖에 없다. 결국 양당제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일대 일로 교육시키는 것은 사람이 적으니깐 가능하다. 민노당에서 활동하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나 역시 실제로 당에 가입하려 했었고, 그것을 보면서 자라났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걸 빨갱이짓이라 표현했다. 그저 노조면 모두 종북이다. 모든 생활이 정치적으로 엮여있는데, 그것을 불순한 정치세력으로 엮는 게 말이 안 되는 현실이다.

김경훈 : 정당을 떠나 모든 집단은 정치적이다. 우리 역시 신문사라는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신문사는 어느 성향인가?

김현곤 :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가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학언론 관련 모임에서는 기성언론 퇴출 성명서, 미제 타도 등 급진적인 구호가 성행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배재신문의 뉴스룸은 인본주의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편집국장 개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진보라 불린다. 그러나 국방정책 등에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것에 한해서는 지극히 우파적이다. '줏대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 (웃음)

김경훈 : 국방정책도 중요하지만 복지 증진도 필요하다. 이등병 월급만 해도 겨우 10만원 남짓하다. 군 인권 관련 문제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김현곤 : 결론으로 넘어가서 과연 대안은 있을까?

김경훈 : 아까 말했듯이 이분법적인 논지가 많다. 나는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거라 본다. 새로운 정치인이 나타나도 이름만 바뀔 뿐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오준영 : 사람들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투표를 아예 안 해버리면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적어도 투표는 꼭 해야 된다고 본다.

진영호 : 찬성, 반대라는 표만 보더라도 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없는 학우들이 많다.

김경훈 : 버스노선 등 공약 이행에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김현곤 :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정치인들은 일종의 쇼를 해야 한다고 본다. 선거 유세기간에만 대중에게 가까이 하는데, 평상시에도 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종방된 정치드라마였던 어셈블리를 봤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지금 불신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OECD 최하위권의 투표율에서 보듯이 많은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불신을 넘어 포기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정치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이상적인 정치라 생각된다.

오준영 : 솔직히 선거를 하면 그 후보자의 공약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약이 잘 노출되지 않았다. 서로 비판할 줄만 알지 발전이 없다.

김현곤 : 우리나라에서 진보 정당이 집권을 한 시기는 겨우 10년이다. 기득권 세력인 고연령층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랜 사회생활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돈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만 하더라도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겠다는데 과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한국 정치는 어떻게든 회복돼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이다. 정치라 하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정치를 잘 하면 재물이 나온다. 일반 시민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 서적은 <거리로 나온 넷우익>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시선과 그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알아볼 계획이다.


김현곤 기자  journalist@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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