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선(국어국문·4) 주시경교양대학 글쓰기교실 튜터

지난 6월 29일,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시간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성적공람 기간. 매년 성적공람 기간이 되면 점수가 궁금해 늦게까지 잠을 못 이뤘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됐고, 이번엔 생각보다 잘 나와서 안도했다. 난 늘 이 기간만 되면 안도와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에게도 하나둘 연락이 왔다. 하나같이 다 성적 잘 나왔느냐는 연락이었다. 어느 정도 볼일을 마치고 자기위해 누웠다. 그런데 도무지 잠이 안 와 페이스북을 켰다. 그러자 타임라인에도 온통 그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성적 공람일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도 주 이야깃거리였다. 나는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뿌듯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학점이 뭐라고 이렇게 애태워야 하지?

솔직히 나도 3학년 때까지 ‘공부’, ‘성적’에만 집착했다.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중요하게 여겼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러다보니 나는 대학 생활 동안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은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가 제일인 줄 알았기 때문에 그 외엔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나에게 “넌 공부 열심히 하던데, 대학원 가는 게 꿈이야?” 라고 물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대학원을 가는 게 최종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했던 친구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너는 꿈이 뭔데?” 그러자 친구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꿈을 말했다. 저렇게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니! 그것은 나에게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삼 그 친구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3년간 난 명확한 꿈도 없이 그저 공부만 해왔던 셈이다.

대학생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나 기사를 봐도 온통 ‘학점’ 이야기뿐이다. 아니면 온갖 ‘스펙 쌓기’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스펙을 많이 쌓을 수 있는지 같은 것들 이 주 내용이다. 물론 공부는 학생의 의무 중 하나다. 또 꿈보다 취직이 우선이 돼버린 우리에겐 스펙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나 역시 학점이라도 올리겠다며 시험 기간엔 밤새워 공부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좋은 점수의 결과는 장학금이 전부였다. 물론 대학생으로서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장학금을 받는 횟수와 성적이 높아질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였다. 이를테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대표적이다. 나는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결국, 그 마음은 부담이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
나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각종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역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연이 있었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고등학생이었다. 수능을 앞두고 떨리고 그동안 공부에 너무 무관심 했던 건 아닐까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학생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적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대학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을 예비 대학생 및 재학생들에게 하고 싶다. 우선 대학에서 성적 관리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대학생은 누구보다 자유시간이 많다. 그러니 너무 학점 관리에만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학점은 대학 생활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많다. 또 성적 관리가 말고도 세상엔 내가 아직 못해본 일이 더 많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자. 그리곤 그 일을 찾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