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벤트경영학과 11학번 장아름 학우가 배재신문사로 원고를 보내줬습니다.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매일 공감한다. 특히 핸드폰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공감의 표시로 엄지손가락과 하트를 꾹 누른다. 이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 초, 매 시간 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페이스북은 2010년에 “좋아요(like)"를 찍는 아이디어를 도입한 뒤 그해 미국 최대 SNS 기업으로 등극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올린 지 채 10분도 되지 않는 사진 한 장에 10,000개가 넘는 하트와 200개의 댓글이 달렸다. 화려한 공감의 장임을 증명하는 결과들이다.

이렇게 넘쳐흐르는 대부분의 공감의 속도는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빠르게 공감한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빠르게 이해한다는 것이고, 빠르게 이해함은 곧 쉬운 것에 대한 공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주된 공감 소재는 소소한 일상 속 발견한 재미나 알아두면 좋을 팁, 혹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동영상이나 예쁜 사진들뿐이다. 즉 우리가 공감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너무 쉽다.

이와 같은 빠른 공감은 우리 대학생들에게 무기력함을 가져다준다. 읽기의 무력함을 말이다. 실제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조사한 ‘2010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의 재학생 1명당 연평균 대출 도서는 17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미연구 도서관협회(ARL) 평균의 65%에 그치는 결과이다. ARL의 1인당 대출 도서가 가장 많은 학교는 하버드대(102권)로 국내 대학에서 도서 대출이 가장 많은 이화여대(35권)의 3배에 달했다.

비교 대상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의 알 수 없는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들의 영리함이 아니다. 그들의 영리한 고민이다. 깊은 곳을 헤엄쳐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를 방해하는 부력과 몸을 짓눌러 오는 강한 수압을 견뎌내야만 하듯, 깊은 고민에도 부력과 수압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바로 영리한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은 대개 넓고 깊은 지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의 처절한 독서량과 빠른 공감은 우리를 넓고 깊은 지식의 마을에서 마음껏 멀어지게 한다.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다’는 무기력함의 사전적 정의와 딱 맞아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무기력함의 치명적인 증상이다. 머리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더라도 몸이 말을 듣지 않으려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습관 말이다.

또한 영리한 고민은 심오한 고민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덧셈 못하는 초등학생이 곱셈을 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처럼, 심오한 고민에 대해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고민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빠른 공감의 무기력함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바로 이해의 영역이 넓어질 기회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이는 심오한 공감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깊이 없는 이해가 마주하는 문제는 영영 해답을 찾지 못하게 되는 갑갑한 진실만 남길 뿐이다.

우리는 스피드를 추구하는 공감 앞에 무언가를 마주할 생각과 힘을 잃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현명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누군가가 바로 우리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든다.”고 영국의 희귀본 수집가인 릭 게코스키는 말했다. 거기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의 몸을 구성하듯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의 정신과 인격을 구성하고 지배한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제가 덧붙여져 있다. 정신과 인격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공감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 여러분들, 오늘부터라도 엄지와 하트에게는 작별인사를 서서히 시작하는 건 어떠신지요.

장아름  suess10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