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노동자를 생각하는 '찰나'

미화노동자가 겪는 고충에 대해 인터뷰하다. 배재신문l등록2024.05.22 17:52l승인2024.05.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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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배재대 에브리타임 'HOT 게시글'에 올라온 글.

- “이렇게 넓은데…” 건물 하나 담당하는 교내 미화노동자 '단 1명'

-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한 달 식대 '5만 원', 그 외 휴게실 간식은 없어

- 높은 업무 강도로 인터뷰 중 고충 토로, Y관 청소 중 ‘뾰족한 핀’에 찔리기도

- 미화노동자에 대한 학교 복지 개선과 더불어 학생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

 

‘숨만 쉬어도 쓰레기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분비물로 오염된 휴지, 음수용 종이컵부터 시작해 담배꽁초, 컵라면 용기, 각종 배달 음식 쓰레기까지. 그렇다면 나에게서 태어난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왜 다음날이 되면 학교가 깨끗해져 있을까? 누가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우리는 안다. 누가 ‘마법처럼’ 그 모든 쓰레기를 치워주는지. 그러나 쾌적한 학교를 누비면서도 쾌적함을 만들어주는 ‘사람’에 대한 것은 망각해버리고 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자연과학관(J관)을 담당하는 배재대 소속 미화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진: J관 미화원 통합 사무실에서 미화노동자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얼굴 모자이크 처리함) 석연우 기자 제공.

 

Q1. 먼저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배재대 내에 흡연 구역이 여러 곳 있는데, 학생들이 흡연 후 발생하는 담배꽁초나 재 등을 잘 처리한다고 느끼는지?

A. 저 또한 당연한 미화원의 일이라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긴 하지만, 청소를 힘들게 하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 기본적으로 교내 부지가 넓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흡연구역에는 담배 쓰레기만 버려야 하는데, 음료수가 남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가 하면 통에 잘 넣지도 않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액체가 기존 쓰레기나 주변에 튀어 추가로 더러워지기 때문에 일이 번거로워진다.

 

Q2. 흡연 구역엔 담배 쓰레기만 버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마구잡이로 버리고 가는 학생이 많다는 말씀인 것 같다. 그렇다면 분리수거에 대해서 여쭙겠다. 학생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처리한다고 느끼는지? 또한 쓰레기통 외 무단투기에 대해 어느 정도로 심하다고 느끼시는지?

A. 분리수거 정도는 학생마다, 건물마다 성향이 다 달라서 어떻다고 재단해 말씀드리긴 어렵다. 학교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학생들 또한, 정돈을 잘해놓고 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마구잡이로 내놓고 간 학생도 있다.

 

Q3. 청소하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신 건물은 어떤 건물인지?

A. 예술관(Y관)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쓰레기 부피부터 다른 건물과 달리 큰 경우가 많다. 또한 건물 특성상 예술과 학생들이 많은데, 뾰족한 핀 등을 그냥 버려서 손을 찔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학교에서 해주는 조치는 없고, 미화원 개인이 간단한 처치 후 계속 업무를 진행한다.

 

Q4. 업무 중 갑자기 날카롭거나 뾰족한 것에 찔리면 부상도 부상이지만 일의 부담이 커질 것 같다. 미화원 휴게실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지?

A.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휴게실은 냉난방이 잘 되는데, 시설이 낙후된 건물의 경우 에어컨이나 히터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Q5. 미화노동자 구성원 수는 어떻게 되는가?

A. 자연과학관(J관)의 경우 저 혼자 청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한 건물당 두 명이 함께 일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인원을 줄여서 혼자가 되었다. 코로나19 당시엔 교내 학생 수도 적어서 괜찮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학생과 쓰레기가 늘었는데도 인원 충당이 되고 있지 않아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Q6. 이 넓은 건물을 혼자 청소하면 업무 강도가 높다고 느낄 것 같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미화원 복지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식대 한 달에 5만 원, 가끔 마스크 제공 등이 전부다. 복지에 대한 개선점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는데 잘 반영되진 않는 것 같다.

 

Q7. 미화원을 포함한 학교 노동자들의 자체적인 노조가 있나?

A. 그렇다.

 

Q8. 임금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나? 업무에 비해 임금이 낮다든가, 임금이 밀린다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

A. 임금에 대한 문제는 아직 없다.

 

Q9. 교내에 가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배변 처리는 잘 된다고 느끼는지?

A. 강아지 관련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변 흔적이 방치된 채로 남아 있어 저희가 치워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강아지 장난감 같은 외부 쓰레기를 들고 와 버리시는 분도 계신다. 그러면 저희는 이미 고정적으로 해야 하는 청소 업무가 있는데도, 이런 분들 때문에 품이나 시간이 더 들게 된다.

 

Q10. 계절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가 있는데(꽃가루, 낙엽, 눈 등), 이럴 땐 청소하기에 어떤가?

A. 꽃가루(송화가루)의 경우, 아침에 청소하고 오후에 보면 또 노랗게 쌓여있다. 또 한 건물당 기본 4층까지 있으니까 1층 쓸고 2층 쓸다 보면 또 1층 청소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 종일 꽃가루를 치우고 있다. 낙엽 같은 경우도 학교 전체에 나무가 있다 보니까 치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Q11. 우리 학교가 경사가 가파른 편인데, 눈비가 올 때 외부 청소하시다 다친 경험이 있는지?

A. 그런 경우는 아직 없다. 장화를 착용하기 때문에 미끄러질 일은 잘 없다.

 

Q12. 업무에 필요한 용품 등은 전부 학교 측에서 제공하나? 미화원 개인이 구비하도록 부담시키는 경우는?

A. 용품 관련한 부분은 체계가 잘 잡혀있어서, 학교 측에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면 다 제공해 준다.

 

-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학교의 노동 환경 문제점

- 무기한 연기된 인원 충당

인원 충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팬데믹 이전 2인이 수행하던 업무를 여전히 개인에게 부담하고 있다. 자연과학관은 전체 면적 10,702㎡(약 3천 평)에 달하는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이는 축구장(약 10,800㎡) 1개 크기에 맞먹는 면적이다. 즉 미화원 혼자 축구장 4개와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셈이다. 본래 정원이었던 2인이 협업해도 방대한 면적과 쓰레기양이 단 한 명에게 할당해도 되는 업무인지 의문이다.

 

▲ 사진: J관 미화원 휴게실에 비치된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이를 사용하기 위한 컵라면, 과자, 차 등은 노동자의 사비로 구매한 것들로 가득했다. 석연우 기자 제공.

- 혼자 남은 휴게실, ‘휴게’는 어디로?

휴게(休憩)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하다가 잠깐 동안 쉼.’이다. 그렇다면 ‘쉼’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겨우 앉아만 있는 것을 ‘쉰다’고 볼 수 있을까? 동년배 직장 동료와의 수다는 업무 중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배재대 J관 미화원 휴게실을 둘러본 결과, 한 건물을 담당하는 노동자가 한 명이기에 휴게실을 사용하는 인원 또한 한 명이었다. 노동자에게 휴식 시간을 함께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동료가 없었다.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같은 기초 가전이 있긴 했지만, 요깃거리는 노동자의 사비를 사용해 구비해야 했다. ‘휴게 공간’은 단순히 업무를 하지 않을 때 앉아 있는 공간이 아닌, 다음 업무를 위해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는 ‘휴게실’이라는 이름과 공간만 제공한 채 정작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 절대적인 식대 부족

미화원에게 지급되는 한 달 식대는 고작 5만 원이다. 학식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한다고 쳤을 때 2주일도 채 감당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학생들의 인식개선 또한 필요

무책임하게 버린 쓰레기는 다음날이 되면 깨끗이 사라진다. '마법처럼' 증발한 것이 아니다. 미화원의 양손 그득한 짐과 무거운 한숨이 되어 치워진 것이다. 학교의 주인으로서 '깨끗한 곳에서 학습할 권리'를 당연시하는 학생들의 현실 속, 마구잡이로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의 권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번뜩이는 '찰나'가 필요하다. 안 보이는 곳에서 이토록 고생하는 노동자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다면, 누구나 '찰나'를 발휘할 힘을 갖출 수 있다. 오늘부터 우리 손에서 쓰레기가 떨어지기 전, 치워주는 이의 노고를 생각하는 '찰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취재원_이지수, 이학준 기자

사진 촬영_석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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