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교과서 국정화 발표에 대한 의견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지난달 12일(월) 교육부는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교과서(역사·한국사)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개편하는 계획을 밝혔다. 현 교과서의 편향성과 사실 오류 지적이라는 근거를 앞세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굳건했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있다. 우리대학에 부착된 어느 대자보에 의하면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역사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실을 추려 기록한 것이라 밝힌 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가가 기록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없다는 주장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한 학우가 있었다. 1학년 신입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주관이 있는 우리대학 조민정(한국어문학과·1) 학우를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조민정(한국어문학과·1) 학우 (사진 = 김경훈)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15학번 조민정이고요. 문학과 역사 쪽에 관심이 많아요. 중학교 때까지는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시집과 책을 읽는 걸 좋아해 한국어문학과에 입학했어요. 저희 과는 외국인들도 수업을 듣는 특수한 계열이라 더욱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 조민정 학우가 게시했던 국정화 반대 대자보 (사진 = 진영호)

지난 10월 우리 대학 21세기관 1층에 국정교과서 반대 대자보를 부착하신 걸 봤습니다. 학내에서 최초로 붙여진 걸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한 계기가 있다면?
정확히 말하면 정치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역사 쪽에 관심이 많아요. 이 문제를 처음 접할 땐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몰랐지만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대자보를 쓰게 됐는데, 교육부의 정책으로 한 방향으로만 쓰는 교과서로 나오게 되면 역사와 다르게 소개될 수 있고 이렇게 잘못 서술된 내용을 미래의 후배들이 배우게 될 거에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같이 대자보를 붙이자고 제안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구체적인 사유를 말씀드리자면, ‘대학희망’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대자보 릴레이를 하는 걸 보고 제가 처음으로 시도해봤어요. 대학희망은 전국 연합동아리로 사회 문제나 시사에 대해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단체에요. 각 대학별로 대자보를 붙이고 휴대폰으로 찍어서 SNS로 태그를 하면 자동으로 소식을 알릴 수 있죠. 저는 P관 4층 엘리베이터랑 구름다리 게시판, 기숙사, 배재스낵 등 학교 곳곳에 붙였어요. 하지만 대자보를 붙이는 내내 계속 떨어져서 아쉬웠어요.

SNS에도 국정교과서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한국 민주주의 등 각종 소식을 많이 공유하신 걸 보았습니다.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용인시에 있는 청소년 미디어기자단에서 활동했어요. 저희 학교에는 신문부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시에서 주최되는 행사를 취재하고 정기적으로 신문을 발행했죠. 지도하는 선생님과 20명의 청소년 기자들이 함께 활동했어요. 이런 배경 가운데 중학교 때부터 역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는데, 역사 선생님이 저희 반을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역사는 너희가 배워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상식이다’고. 아까 말했듯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주변인들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렇게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위안부 및 기타 문제도 알게 됐어요. 제가 쓰는 SNS도 이런 용도로 사용되죠. 아마 우리 대학에 사학과가 있었으면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을 거예요(웃음).

당시 기자단에서 위안부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평화나비 등 다양한 시민단체에도 관심이 많은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청산되지 못한다면, 할머니들의 한이 평생 남게 될 것이에요.

▲ 조민정 학우가 배재신문 페이스북에 게시된 자신의 대자보를 보고 있다. (사진 = 김경훈)

대자보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교 측에 제재를 받은 적은 없었나요?
대자보를 붙이면서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특별한 제재는 없었고, 그냥 아무런 통보 없이 떼어졌어요. 사실 저는 신입생이라 학교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단으로 붙이면 뗀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 측에 허락을 맡으러 갔죠. 그런데 직원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지 않아 싸울 뻔했어요. 화가 나면서도 안타까워요. 이것이 나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오면 어떨까 종내 고민했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제 의견을 표시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봤어요. SNS나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소식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삭제돼요. 묵살된 의견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죠.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학과 학우들이 붙이는 것도 보았어요. 사실 저는 제 글로 끝날 줄 알았는데, 다른 대자보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의식 있는 학생들이 많아 기뻤죠. 학교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까지 생겼고요. 타 대학에는 대자보 문제와 관련해 학우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하는 걸 보았어요. 그런 공간이 우리 학교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저는 학교 수업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교양 수업이 조금 어렵지만 전공도 잘 맞아서 아직까지 어려움은 없어요. 그리고 신문읽기도 좋아해 SNS로 올라오는 기사를 자주 읽고 있어요. 사실 교수님이 내주시는 과제 때문에 꾸준히 읽지만요(웃음).

앞으로의 장래희망을 알려준다면?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졸업을 하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현재는 문학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역사는 진로로 택하기보단 취미로 보는 경우가 많고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네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그것이 두려울지 모르겠으나 조금 더 행동할 수 있는 청년들이 됐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이는 이번 국정교과서 문제 찬반여부를 떠나 말씀드리고 싶은 거예요. 제가 쓸 수 있는 소식을 가능한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