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대학 21세기관에 있는 빨강공중전화기 부스사진의 모습이다.

얼마 전 교내에 있는 공중전화부스가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화려한 색이었고 강렬한 색이기도 했다. 그동안 공중전화부스는 짙은 하늘색이었고 나름 산뜻한 색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은 색이었고 시간의 때가 묻자 더 이상 신선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색깔로 바뀌니 그 아름다움에 다소나마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비단 공중전화부스에 선택된 색상이 빨강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초록이나 노랑 아니면 오렌지 색상이어도 산뜻하고 새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빨강은 열정과 힘이 느껴지는 색이다. 세종시에 있는 국립도서관에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엔 층마다 빨강공중전화부스가 놓여 있었다.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부스엔 전화기가 없다. 그곳의 부스는 순전히 휴대전화기이용객들을 위한 방음의 공간으로서만 활용될 뿐이다. 왜 빨간색부스인가를 생각한다면 미와 더불어 눈에 쉽게 띄는 선명한 색상이어서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런던의 대표적인 색상을 떠올렸을 가능성도 크다. 영국에 머무는 동안 인근 소도시에 살면서 런던을 자주 방문했다. 런던은 한 때 “빅벤Big Ben”으로 불렸던 엘리자베스타워가 있고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도개교와 현수교를 결합한 형태의 유명한 타워브리지가 있다. 요즘엔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런던아이Londoneye”나 작은 오이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거킨Gherkin” 건물이 많은 관심을 끈다. 하지만 런던을 대표하는 것은 빨강버스이다. 빨강우체통도 영국적이지만 그것은 이미 전 세계적인 공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더블데커doubledecker”라 불리는 영국의 빨간색이층버스는 오로지 런던을 대표한다. 런던 이외의 버스도 더블데커가 많다. 그래서 이층버스를 타고 영국의 시골을 여행할 때면 높은 버스의 지붕이 나뭇가지에 부딪칠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부딪침을 방지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직각의 홈으로 절단한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버스는 빨강이 아니다. 자주색이나 초록색 그리고 청색이나 옅은 보라색 등으로 다양하지만 온전히 빨간색은 아니다. 간혹 빨간색의 버스가 보이더라도 런던의 버스와는 다르다. 빨강버스는 오롯이 런던의 상징이자 런던 그 자체이다. 미국에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있다. 그리고 그가 쓴 포스트모던적인 『유령』이라는 소설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블랙이고 화이트이다. 옐로우가 있고 블루가 있고 브라운이 있다. 색깔은 개성이고 상징이다. 마침 모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남성 진행자는 여성게스트를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라고 소개한다. 문득 언젠가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가지고 있던 필통에 쓰여 있던 문구가 떠오른다. “당신은 무슨 색깔입니까?What color are you?” 이렇듯 한 사람의 개성은 자주 색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런던의 빨강버스처럼 색상은 도시를 상징하고 국가를 상징하기도 한다. 빨간색으로 단장된 공중전화부스를 보면서 과연 배재대학교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이참에 우리만의 개성과 특징을 드러내주는 우리학교만의 색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디어센터장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