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라 뒤집어라를 아시나요?

한보라 기자l등록2016.04.10 23:02l승인2016.04.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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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어라 뒤집어라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편을 가르는 방법이다. 손바닥이나 손등을 내밀고 같은 것을 내민 사람끼리 같은 편이 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온 친구랑 이 게임을 하다가 당황한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은 '데덴찌'라고 하고 대전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우에시다리'라고 외친 것이다. 우리는 어리둥절해 했다. 구미에서 온 친구는 '벤더씨'라고 했다. 각 지역별로 엎어라 뒤집어라를 다른 명칭으로 부른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지역별로 '엎어라 뒤집어라' '우에시다리' '탄탄' '하늘땅' 등이 있었다. 서울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데덴찌는 데(테手)는 손을, 덴(텐天)은 하늘을, 찌(치地)는 땅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대전지역에서 사용하는 우에시다리는 우에(우에上)는 위를, 시다(시타下)는 아래를, 리(리り)는 법칙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정리하자면, 데덴찌는 손, 하늘, 땅을 음독으로 읽은 일본어고, 우에시다리는 위아래를 훈독으로 읽은 일본어다.

  나는 대전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우에시다리를 이용해 편을 나눴고 이 말의 어원이 일본에서 왔다는 것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사용했다.

  얼마 전 데덴찌와 우에시다리로 갈렸을 때에도 "너네 지역은 그래? 우리지역은 이런데"라며 웃어넘겼다. 이때만 해도 어원이 일본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최근에서야 일본어임을 알게 됐다.

  나는 왜 일제강점기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당연한 듯이 일본어를 쓰고 있었는가. 생각하자니 이 말이 일본어인 줄도 모른 채 사용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요지'나 '오뎅'이라는 일본어도 당연하게 썼다. 이쑤시개나 어묵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음에도 말이다. 생각을 하자니 내가 무의식중에 사용하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들이 너무도 많음을 알았다. 우리는 우리의 말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보은 민족말살정책을 펼쳤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의 뿌리를 말살하기 위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 강요 등 밑바닥부터의 민족말살 정책도 실시됐다. 학교에서는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한글신문, 서류에도 일본어만 쓰게 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편을 가를 때 사용한 데덴찌, 우에시다라도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우리 선조들은 민족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민족 문화를 지켜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는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언어와 문화 속에 숨어있는 이물질들을 가려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말을 지켜줬듯이, 바른 우리말을 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미래의 후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한보라 기자  hbrs1009@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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