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신문 편집국장 김현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때문에 학교 안팎이 어지럽다. 우리 대학은 지난 한 주를 메르스 예방을 위해 자율학습기간으로 지정했다. 또한, 기말고사 기간 동안 대학은 하루 종일 온도 측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본부는 메르스 예방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얼마 전, 간호학과 학생들이 기숙사가 아닌, 바깥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현장실습을 나갔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확인 결과, 대학본부는 그들이 메르스 감염자도, 의심 환자도 아니라고 답변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맞으나, 현장 실습에 파견된 학생들은 발생 지점과 관련이 없는 곳에서 실습을 했다고 전한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은 단지 그 곳에서 근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받아야 했다. 누구보다도 병마의 최전선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총성만 들리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터나 다름없던 곳이다. 지금도 그 곳에서는 의료진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아가, 간호학과 학생들은 우리 대학의 학사과정을 무사히 졸업한 후, 다시 그 전장으로 나가야 하는 백의의 전사들이다. 그들에게,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지 못할망정, 그들을 배척하면서 확진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에 대해 조그마한 분노가 가슴에서 차올랐다.

안타까움은 분노로, 분노는 이해로 변했다. 내 탓이었다. 자세한 정보를 학우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학생을 대표하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말만 했지,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로 신문 제작을 중단했던 탓이라고 변명을 할 수 있다. 신문사의 인원이 나 뿐이라서 라는 아주 가슴 아픈 이야기를 구태여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의 변명 모두, 내 얼굴에 침을 뱉는 짓임을 잘 알고 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의 말을 빌리자. “전염병은 심리학에서 시작해 수학을 거쳐 의학으로 끝이 난다.” 구성원들의 불안은 심리다. 나는 안정을 주지 못했다. 또다시 어리석은 편집국장은 작아진다. 페이스북을 위시로 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불안은 커져만 갔었다.

이번 칼럼은 늦게나마 독자들에게 바치는 반성문이다. 가면 갈수록 반성문을 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신문의 발행을 중단하면서까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기사를 조만간 독자들에게 바치려 한다. 기대해 달라.

<추신> 칼럼의 마감이 한창이던 가운데, 주위의 여러 편집국장·편집장들이 퇴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쉽게도 이 무능력한 편집국장은 다음 학기에도 신문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력이 닿는 데까지 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