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현서 기자l등록2016.09.20 23:55l승인2016.09.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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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8일 이화여대에서 총장 면담,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설립 철회 등을 촉구하는 농성이 시작되었다. 농성 3일째 이른 30일 오전, 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 1.600명이 학교에 들이닥쳤다. 8월2일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집결해 시위를 진행했다. 그리고 미래라이프 사업 폐지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총장의 독단적 행위로 간주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더 이상 총장에게 학교를 맡길 수 없고, 경찰 투입 사건 등 이번 일에 책임지기를 원한다며 총장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은 단과대학을 만들어, 고졸 직장인 등에게 교육의 기회를 나눠주겠다는 취지이다. 사업이 새로 설립할 단과대학은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은 단호하다. cbs라디오에 출연한 한 학생은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겉보기에는 직장인과 고졸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장려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4년제 졸업장이 있어야만 경력을 이어갈 수 있고 승진이 가능한 이 사회의 비합리적인 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라 비판했다. 

 7월 30일, 학교 측은 당시 45시간가량 5명의 교수와 교직원이 학생들에게 감금되었다고 밝혔고, 이화여대의 요청으로 감금돼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1,600여명의 경찰이 투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부상사고가 일어났다. 현재 경찰은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감금한 혐의로 이화여대 학생들을 수사 중이다.  

 공권력이 학교에 투입되고 평화시위에 무리한 진압을 한 것부터 단시간 내에 천명이 넘는 경찰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월호사고 때 그만한 구조원들이 단시간 내 준비되었다면 어땠을까? 이 나라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다.

 

 사실 미래라이프대학사업은 다른 대학교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갖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그들이 말하는 취지와 맞는지 학생 스스로 생각해보았기에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제제기를 할 때 비로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또 누군가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아니란 법은 없다. 현재 우리는 당장의 안정을 위해 권리 찾기를 져버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대중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라도, 모두가 힘든 현실에서 권리를 찾기 위한 그들의 용기에 박수치고 싶다.

 

 한편, 이번 일에서 학벌주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대학졸업장은 직장을 갖기 위한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좋은 직장을 얻으려면 그만큼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명문대에 매달린다. 이처럼 한국사회 자체는 이미 학벌주의다. 외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기는 쉽지만 졸업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이기 때문에 대학 서열화가 더 조장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열이 명문대학의 기준이 되어 집착할 수밖에 없고, 명문대학 졸업이 취업과 연봉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화여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압축된 결과다. 다양한 문제가 섞여있고, 이를 보는 대중의 시선들도 다양하다. 학벌주의, 순혈주의 하는 논쟁을 떠나 생각해보면 문제의 근본은 누적된 불통이었다.


이현서 기자  tmf995@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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