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중 단 한번 200명에 한해 상남자들만 입장할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건 일회성 이벤트 시사회에 일부 여성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제와 다소 생뚱맞기는 하나 지난 9월 화제 속에 개봉한 영화 아수라 시사회 이야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같은 여성으로서 내가 나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어떤 특정층만을 노린 이벤트성 시사회는 전에도 이미 있는 일이었다. 특정 부류 또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는 물론이고 아수라와는 반대로 여성만을 상대로 한 이벤트성 시사회까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허나 왜 이제 와 아수라에서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공분을 사기 위한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일까? 만약 전 시사회를 상대로 그랬다고 한다면 그건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허나 이건 그것도 저것도 아니고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여성단체가 아니라 역으로 남성들이 남성간의 차별을 들고 일어나야 될 문제 같기도 하고, 차라리 그랬더라면 그냥 한 번 웃고 넘어 가 볼 법도 하건만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여태껏 아무 문제 제기를 안 하다가 이제와 여성단체에서 들고 일어난 것일까? 과연 그런다고 그들 단체에서 주장하는 데로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아니면 차별 속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돼 있다 보니 내가 너무 둔감해진 것일까? 나라고 그런 차별이 좋을까? 나 역시 차별이 싫은 남녀가 다 같이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여자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잠긴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 역시 그들 여성단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뭘 위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나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여성 혐오 범죄들이 하루가 달리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차별에 저항하고자 한다는 것을 나 역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무분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몇 달 전 세간의 공분을 샀던 강남 화장실 여대생 살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여성들은 힘의 우위에 처해 있는 남성들에 의해 얼마든지 끔찍한 일을 당할 수가 있다. 헌데 그때 우리 지성인이라는 젊은 여성들이 뭘 요구했는가? 희생당한 고인에 대한 추모는 허울 뿐 우리가 요구한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여성들도 10시 이후의 심야의 밤거리를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세상에 그런 심야의 밤거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여성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그 누구를 막론하고 안전한 심야의 밤거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남성들도 으슥한 골목을 지날 때는 손에 뭔가를 집어 들고 오감을 곧추세우고 지나간다고 들었다. 그리고 더욱이 재미난 것은 우리가 약자여서 이슈화 돼서 그렇지 실제로는 남성들의 피해가 몇 곱절은 더 크다고 들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뭘 해야 될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더라도 답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우리 여성들도 심야의 거리를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해달라가 아니라 심야의 거리를 누구나 마음 놓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달라가 아닐까 싶다. 차별은 그럴 때 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나쁜 건 나쁘다고 말 할 수 있고 다 같이 좋은 것은 좋다고 말 할 수 있을 때 그거야 말로 진정한 평등의 기본 원리가 아닐까 싶다. 만인에게 좋은 세상은 결국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난 더 나은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흡하나마 애쓸 것이다.

 영화 곡성에 이런 유행문구가 있다. 뭣이 중헌디! 더 이상 우리 여성들이여 스스로 자기를 내다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 우대 여성 무료 한 번쯤은 누구나 현혹 되어봤을 법한 흔히들 볼 수 있는 클럽 앞 문구다. 그런 달콤함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시대가 바뀌고 천지가 개벽을 한다 해도 남녀평등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내 주제넘은 소리에 고인까지 거들먹거린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