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재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라고 한다. 이것을 ‘남들이 가니까’처럼 뚜렷한 목적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대답이라 할 수 있을까? 댄 베레트는 「대학교육의 목적이 바뀐 날」이라는 글에서 언제부터인가 대학에 가는 목적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것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미술사 학위보다는 실용적인 기술을 가지는 것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 때문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는데, 그것은 교육의 목적이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될 것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대학 교육의 목적이 무엇일까?’ 그리고 ‘대학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다시 고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대학은 아름다운 교정에서 한가로운 캠퍼스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거나 또 누군가에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채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대학은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다. 대학은 기존 지식을 단순히 전수해서 지금 당장 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곳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존스 홉킨스 대학의 초대 총장이었던 대니얼 코이트 길먼의 주장대로, 대학은 결코 지식의 향상이나 학업성취만을 위한 장소여서는 안 되며 인성을 갈고 닦는 곳이 돼야한다. 그의 이 말은 교육의 목적에는 분석적 지성뿐 아니라 윤리적 지성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컬럼비아 대학의 앤드루 델반코 교수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대학은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를 회의적으로 파악하고,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과학과 예술에 대한 수준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자연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와 윤리적 책임의식을 교육시키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거라 기대하지만 어느 순간 취업을 위한 각종 스펙만 쌓도록 하는 현실에 당혹해 한다. 취업률이 대학경쟁력에 기준이 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실상 대학이나 그곳의 교수들조차 대학교육의 목적을 종종 잊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학university의 어원이 모든 지식이 모여 통합된 전체를 이룬다는 의미인 이상 대학교육의 목적이 지성인을 기르는 학문의 경계를 벗어나 논의돼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앞서 교육자들의 논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학은 단지 전문적인 지식인만을 양성하는 교육에 몰두해서도 안 된다. 대학은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지만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간을 배출시켜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그러한 생각은 다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으로 전수되며 또 누군가의 지성을 자극한다. 이는 창의적 사고의 밑거름이다. 이것이 가장 활성화돼야 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지식도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문화 시대인 요즘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는 더욱 절실한 필요조건이다.

 이에 우리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내기 위한 융‧복합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융‧복합 교육이란 학제 간·학문 간의 장벽을 허물고 개별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지식을 함양한다는 목적이지만 무엇보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감상적·감성적 체험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는 어느 덧 머나 먼 과거의 유물이고 때때로 낡고 헤진 넝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교육이 절실하다. 대학에서의 융‧복합 교육의 주된 목적은 복합적인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하는 문화감성교육이 돼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데 있다.” 장 자크 루소의 말이다.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