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응노 미술관 입구 (사진 제공: 유시현 수습기자)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이라는 뜻하는 ‘연대’라는 단어는 옛날부터 한국의 민족의식을 나타냈다. 과거 일제강점기, 전 국민이 연대했던 만세운동부터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시민들의 방역수칙 연대까지 ‘연대’는 이제 한국을 표현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익히 알고서, 예술로서 나타낸 사람이 있다. 바로 고암 이응노 화백이다. 그리고 오늘 그를 만나기 위해 대전 이응노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응노 화백은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17살, 18살 때부터 동네 행사 때 사용할 병풍 그림이나 상여용 그림, 집안 장식용 그림 등의 주문을 받아 그리며 집안의 생계를 도왔다. 이 무렵 아버지에게도 그림 배우는 것을 허락받아 충남 당진의 염재 송태회에게 수묵화와 사군자의 기초를 배웠다.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전반에는 일본에 유학하여 새로운 산수화풍을 습득하기도 했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문자 추상’ , ‘군상’ 시리즈 등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유럽 화단의 주목을 받는다. 또한, 그는 1964년에는 파리에 있는 세르누시 미술관 내에 ‘파리 동양 미술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동양문화에도 힘쓴 교육자였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군상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군상이라는 작품은 사람의 형상들이 화면 전체를 뒤덮으며, 화폭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마치 거대한 축제 한바탕에 나온 듯 춤을 추고 흥겨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림을 보게 되면, 마치 많은 이들이 협력하고 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대’ 그 자체가 예술처럼 표현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제 이응노 화백도 ‘군상 시리즈’를 보고 사람들이 5.18 민주화 운동의 광주를 연상하거나 서울 데모 학생들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을 화폭에 녹여낸 ‘군상 시리즈’ 작품은 대전 이응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어, 이응노 미술관 방문 시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군상 시리즈 이외에도 ‘구성’ , ‘동방견문록 시리즈’ 등의 이응노 화백의 다양한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 이응노 미술관, 밤에 해가 있는 곳 전시회 입구 (사진 제공: 유시현 수습기자)

 그리고 현재 대전 이응노 미술관에서는 10월 10일까지 ‘밤에 해가 있는 곳’이라는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융복합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 또한 감상할 수 있다. 격동의 역사와 코로나 팬데믹 속 연대와 협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지금, 대전 이응노 미술관에서 그의 연대와 협력의 예술을 감상하며, 현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