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는 예술이 될 수 없는가?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전시회를 다녀오다. 유시현 편집국장l등록2022.03.04 08:05l승인2022.03.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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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erik mclean / unplash

당신은 ‘영웅’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멋있는 슈트를 입고, 지구를 구하는 ‘어벤져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막을 내린 이야기임에도 그들을 대체할 새로운 영웅의 부재로 인해, 그들을 만든 회사 ‘마블’은 침체기를 걷고 있을 정도로 ‘어벤져스’는 우리에겐 영원한 영웅으로 남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영웅’이 나오는 영화는 무수히 많았는데, 그들이 유독 더 특별한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그 영화의 목적과 주제에 있다.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웅이라는 소재와 모두에게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상업적인 흥행을 위해 만들어진 완전한 ‘상업 영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 영화라 해서 이 영화가 나쁘다는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벤져스’가 등장하는 소위 ‘마블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와 즐거움, 대중의 평가까지 모두 잡은 하나의 좋은 작품인 것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블 영화’를 ‘예술 영화’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블 영화’를 예술이라 칭하는 순간, 우리는 ‘영화를 잘 모르는 문외한’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한다. 동시에 모순적이지만, 예술적인 가치를 목적으로 한 ‘예술 영화’가 혹은 ‘예술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을 땐, 누구도 그 작품을 상업 영화, 상업 예술이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술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블 영화’는 왜 예술이 될 수 없는 걸까? 애초에 ‘예술’이라는 존재는 상업 예술과 순수 예술로 분류할 수 있는 걸까? 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갤러리아포레 서울숲 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상업 예술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기법이 잘 드러난 그의 대표작 poster originals new york / 사진 : 유시현 편집국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가 이름만 들으면 생소하지만, 그의 작품은 모르는 이가 드물 것이다. 만화 같은 그림, 밝은 색채의 물감, 일정히 찍혀있는 점을 의미하는 벤데이 점 기법 등, 그의 작품 속 특징들이 우리 기억에 강렬히 남도록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대중에게 익숙한 건 그림의 특징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작가보다 그의 작품을 더 쉽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행한 예술의 특징 때문이다. 그는 전쟁, 인간관계, 사랑과 같은 누구에게나 익숙해 이골이 난 소재들을 선택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즉, 그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예술’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에 직접 도전한 화가다. 고상하고, 아름다움을 그리는 대신, 평범하고 속된 것을 그렸다. 그림의 주제는 난해하고, 애매한 것을 지양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고, 간편한 것을 주제로 선택했다. 결국, 그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상업 예술’을 하는 화가였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재의 ‘마블’ 같은 작가다.

▲ 피아노를 치는 소녀 / 사진 : 유시현 편집국장

그러나 그의 ‘예술’이 ‘보편적인 예술’로 받아들여지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급하고, 질 낮은 문화였던 만화를 예술에 차용,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을 당시 미술계는 저급하다고 분류해버렸기 때문이다. 즉, 그의 작품들은 ‘순수 예술’과 다르게 너무 쉽고, 대중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가 그의 작품을 순수한 예술의 의미보다는 대중과 ‘예술’의 매개체 역할로 평가했다. 그가 ‘상업 예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말했다. “오늘날 예술은 우리 주위에 있다.” 예술은 결국, 특정 계층에게만, 혹은 특정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중성에 따라 예술의 가치가 나뉘는 것도 아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품을 보며 작가의 의도를 고민하고, 공감하는 그 과정조차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현재의 예술을 ‘상업’과 ‘순수’로 구분 짓고 있는 건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편견임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최초 단독적으로 열리며, 스페인의 셀레브리티이자 아트 컬렉터인 Jose Luis Reperez의 컬렉션이 이번에 서울숲 아트센터에서 전시회로 기획되었다. Luis Ruperez & Silvia Serrano 컬렉션이라 불리는 이번 전시는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각지 16개 도시에서 2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났고, 이번 서울전이 이 컬렉션의 29번째 전시회다. 도슨트의 경우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그리고 오후 4시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 4월 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당신만의 예술을 정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시현 편집국장  2007029@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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