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배재문학상」 : 시·평론 부문 심사평

강희안(시인, 교양교육부 교수)

금번 배재신문사에서 주관한 배재문학상에 투고된 시와 평론들은 크지는 않지만 각기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각들이 눈에 띄었다, 나름의 인식과 그에 걸맞는 표현, 나름의 문학적 감성과 논리에 접근한 작품들과 조우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번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작품들은 나름대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나 입상작 외의 작품들이 지닌 한계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학 작품의 힘은 시이든, 평론이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 시의 경우에는 표현 기법이, 평론의 경우 문장을 부리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셋째 시의 호소력은 정서를 어떻게 객관화시키느냐에 있다면 평론의 경우는 필자의 참신하고 깊이 있는 해석의 방식이 보편적인 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 등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시 부문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을 살펴보면, 임나비(국문과 3년)의 「원룸촌 가로등」이란 작품은 주정적 의식의 과잉과 사변적인 진술이 독백의 범주에 머무르는 문제, 김태윤(심리상담철학과 1년)의 「①3+4 ②1.1」의 경우 띄어쓰기를 무시하면서 의식(실재)과 무의식(허구)을 넘나드는 불연속적인 세계 인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것이 응집하는 결구력이 없어 산만하게 그친 문제, 유승엽(한국어문학과 2년)의 「실명」은 역설적인 사유가 근간을 이루고 있었으나 경구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한 점 등이 고려되어 제외되었다.

마지막 입상작이 된 강석현(국어국문학과 3년)의 작품 「망각의 방」은 마치 김춘수의 시를 보는 듯한 형이상학적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촛불’과 ‘형광등’ 불빛을 대비하면서 이끌어 간 의식 저변에는 도저한 문명비판적 의식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감각적인 이미지가 부족하다 보니 상투적 도식 안에 갇힌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마지막까지 경합을 겨룬 서지혜(국어국문학과 4년)의 「뻐꾸기 날아드는 마을」과 송귀옥(한국어문학과 석사2학기)의 「익명의 섬」을 투고한 두 학생은 시적인 사유와 감각, 그리고 시적 구조가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전자의 경우 무엇보다도 신선한 이미지 조형력과 시적 언어를 궁글릴 줄 아는 재기가 탁월했다면, 후자의 경우 일상적 체험을 시적 구조로 만들어 내는 기량과 견고한 주제 의식이 강점이었다. 각기 일장일단이 있었으나, 시는 기호란 질료를 어찌 반죽해서 싱그러운 예술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점에서 서지혜 학생의 작품에 마지막 당선의 방점을 찍게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평론 부문의 경우 6편이 투고되었는데, 강석현(국어국문학과 3년)의 「씁쓸한 삶이 요리되는 부엌」은 문장력도 자연스럽고 큰 무리가 없이 작가의 의도를 간파해 나가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새로운 눈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현장 비평에 속하는 평론이란 제2의 창작이라 여겨질 만큼 새로운 특징을 잡아주면서 작가의 길을 제시해 주는 예포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세진(국어국문학과 4년)의 「선택으로 만난 숭고한 희생」은 오수연의 소설 「부엌」을 중심으로 꾸려간 짜임새 있는 글이다. 무엇보다 1장에서는 공간의 선택, 2장에서는 인물의 선택, 제3장에서는 작가의 선택 등으로 분할하여 다양한 시점의 변이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좀더 깊이 있는 글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성실한 글쓰기에 다소 호감이 가서 가작으로 내보낸다.

이상윤(국어국문학과 4년)의 「백석, 조국을 위해 시를 쓰다」란 글은 누구보다도 백석만의 위치를 찾아주려고 고투한 글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현실에서 겪는 지식인의 고뇌를 바탕으로 부유한 계층 출신이었던 모던보이로서의 백석 이미지를 깨고 다른 논자들이 거론하지 않던 가난의 문제를 끄집어 낸 점, 기행을 통한 탈식민지적 인식을 부각한 점 등은 좀더 분석력만 보완된다면 완결된 새로운 글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함께 가작으로 넣어 격려해 주기로 하였으니 건투를 빈다.

마지막으로 이번 투고자들에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문학은 ‘고독한 투쟁’이란 말이 있듯이 부단한 ‘외로움의 쟁투’에서 이기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오늘과 같이 감동이 사라진 척박한 시대에서도 부단한 자기 갱신의 몸부림으로 외로운 길을 가고 있는 입상자는 물론 응모자 전원에게 힘찬 격려의 갈채도 보낸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학의 길을 떠나지 말고 훌륭한 작품들을 빚어내어 배재를 빛내고, 나아가 우리의 시단을 한층 더 풍요롭게 빛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