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배재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김화선 교수(한국어문학과)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가의 일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하라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리게 글 쓰는 일”이라고 대답하겠노라 말했다. 그에게 소설이란 “인간이 겪는 고통의 의미와 구원의 본질에 대해서 오랫동안 숙고하는 서사예술”이다. 그렇다. 소설은 타자의 삶을 부둥켜안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모색하는 글쓰기이다. 세련된 언어 감각보다, 재치 있는 플롯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살아있는 산문정신’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 좋은 소설을 쓰려면 자신과 타자, 세계를 이해하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 갖춰졌을 때에만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갖게 되고, 세상을 이해하는 길을 터준다.

소설 응모작들 중에서 김성근(게임공학·3)의 ｢너를 생각하며｣는 사랑을 시작하게 된 연인들의 솔직담백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단순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문장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아쉬웠다. 김태윤(심리철학·1)의 ｢우는 화가｣는 삶과 죽음, 예술을 세 꼭지점으로 하여 나름대로 문학적 형상화를 시도하였지만, 지나친 설명이 주를 이루어 개연성 있는 사건의 구성이라는 측면이 약했다. 이에셀(유아교육·4)의 ｢혹시 내 얘기 들어 줄 수 있어?｣ 역시 1인칭으로 서술되는 내용이 지나치게 설명조로 흘러가 인애와 온의 감정이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다. 우석민(미디어콘텐츠·4)의 ｢내일 우리는, 지금 그래서｣의 경우 취업을 앞둔 대학생을 내면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인상적 사건이 부족하지만 전반적으로 문장이 깔끔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솔직한 자기성찰이 설득력 있게 와 닿았다. 이태은(한국어문학과·2)의 ｢뽑는 아이｣는 문장도 탄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펼치고 있으나 사건과 인물의 관계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무척 아쉬웠다. 이한제(외한과·3)의 ｢오늘만큼은｣ 모티프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두 인물이 겪고 있는 지친 현대인의 일상을 교차하며 주제를 형상화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사실 우석민, 이태은, 이한제 학생의 작품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인물의 설정과 주제와의 관계, 그리고 세부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면 등을 고려하여 이한제 학생의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지금까지 경험한 소소한 일상들을 토대로 사랑과 인생의 의미, 나아가 현실과 타인과의 관계 등을 고민하며 글을 쓴 당선자와 응모한 학생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느리게 글을 쓰면서 자기 내면의 소리도 듣고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으며 그렇게 버티다보면 자신이 쓰는 문장에 ‘살이 된 단어’들이 들어앉아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