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ibmoon Kim on Unsplash

 세상에는 정말 위대한 발명들이 존재한다. 페니실린, 전구, 엑스레이 등 일상 속 불편함 때문에 만들어지기도, 혹은 우연한 실수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위대한 발명 중에도 많은 이의 이익을 위한 발명은 드물다. 현 세상도 그렇다. 좋은 아이디어는 자연히 기업으로 들어가, 이익을 산출한다. 어쩌면 그게 정답인 것처럼 행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명하는 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발명이 있을 때 세상은 발전한다. 자본주의가 신처럼 모셔지는 요즘 시대에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날까, 의혹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판타지 같은 일이 이미 진즉에, 먼 과거에서부터 있었다. 바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다.

 오는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훈민정음 곧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한글날의 시초는 ‘가갸날’로 1926년에 음력 9월 29일로 지정되었다. 그 이후 1928년 ‘한글날’로 개칭되었고, 광복 후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되었으며 2006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그렇다면 한글날은 왜 만들어졌을까? 한글은 저절로 생긴 문자가 아닌, 세종대왕이 주도하여 만든 문자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25년 곧 서기 1443년에 완성하여 3년 동안의 시험 기간을 거쳐 세종 28년인 서기 1446년에 세상에 반포되었다. 이 문자는 지극히 과학적이고 창의적이며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러한 한글의 창제는 문자가 없어 남의 글자인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중국말 문법에 맞추어 쓰던 불편을 벗어나게 해주는 동시에,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문화,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 걸친 발전을 이루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한글날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글 창제에도 많은 굴곡이 있었듯, 한글날의 역사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글날을 처음 제정한 것은 이미 언급했듯, 우리가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의 일이다. 조선어연구회가, 오늘의 한글 학회가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하고, 그날 서울 식도원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가 일제의 국권을 빼앗기고 억압에 눌려 위축되어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해 기념하기로 한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있다.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을 한글날로 정한 것은 세종실록에 9월의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 후엔 1928년엔 한글날로 이름을 변경하였고, 1931년에는 음력으로 기념하던 한글날을 10월 29일로 변경하였다. 1945년 우리나라의 광복 후에 오늘날의 한글날인 10월 9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었을 때는 1970년 ‘관공서공휴일에관한규정’에서 관공서 공식 공휴일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에 휴일이 많은 것은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하여 축소 문제가 논의되었고, 그해 8월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한글 관련 단체의 꾸준한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의 결과로 2006년부터 한글날은 국경일이 되었다. 즉, 한글날이자, 공휴일인 10월 9일은 생각보다 더욱 처절하고, 중요한 역사를 가진 날이다.

 루트비히 비트켄슈타인은 말했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 전까지 우리에게 말은 있었으나 그것을 적을 글자는 없었다. 비트겐슈타인처럼 언어의 한계는 정말 많은 한계를 만들었다. 시간적 공간과 공간적 제약은 물론 글자가 없다면 지식의 축적과 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를 넓힌 것이 바로 한글이다. 한글날만큼은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발명품인 한글의 역사와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