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세계 역사로 따져봐도 믿기지 않는 대규모의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바로 10.29 참사다. 10.29 참사는 이태원 참사의 또 다른 이름으로,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관 지어 위험한 지역이라는 낙인을 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취지다. 10.29 참사는 허망하게 떠나간 젊은 청춘들과 그 유가족에겐 물론, 아침마다 사상자 수가 올라가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전 국민의 마음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 사진: 구글 '이태원 참사 간접 트라우마' 검색 시 나오는 뉴스 기사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아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나요?

전문가들은 10.29 참사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아도, 실시간 뉴스 중계나 참혹한 사진을 보는 등의 간접 경험 스트레스 또한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당시 10.29 참사에 대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성명문을 발표한 바가 있는데, 현장 영상과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하며 SNS에서의 여과 없는 현장 영상 및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의 경고에도 실제 인터넷에선 사건이 발생한 초기부터 공식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도 온갖 자극적인 미디어와 유언비어가 멈추지 않고 돌아다녔다. 단순 정보 전달의 목적을 넘어, 모자이크 등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을 SNS 등지에 공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체가 노출되는 등의 2차 가해가 일어나거나, 보고 싶지 않았던 참혹한 현장을 접하게 되어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영상, 사진을 공유한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만을 자극성 없이 보도해야 할 언론에서도 이 같은 현장 영상과 사진을 아무 편집 없이 그대로 첨부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재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1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참사 당시 자극적 미디어를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자극적 미디어를 보게 된 가장 큰 경로는 ‘SNS’와 ‘유튜브/유튜브 숏츠’가 가장 많았고, ‘뉴스’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또한 이런 자극적인 미디어를 접하고 난 기분에 대한 응답으로 7명이 ‘휴대폰, 컴퓨터를 끈 뒤에도 계속 영상/사진이 떠올라 마음이 안 좋았다.’라는 답변했고, ‘영상/사진이 계속 떠올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라는 답변도 2명 존재했다. 이처럼 간접 트라우마 증상에는 불면증, 피로감과 함께 식욕저하, 불안감이 나타나기도 하며 사건이 발생하고 난 수년 후에 해당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증상에 알맞은 심리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선 이 같은 증세가 계속되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SP관 101호 학생상담실에서 긴급 심리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심리지원 핫라인 1577-1099 번호를 통한 전화 상담도 가능하기 때문에, 10.29 참사로 인해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라면 참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위하여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먼 곳의 소식도 단 몇 초 만에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관심과 돈을 위해 자극적인 이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몇몇 미성숙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 없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특히 이번 10.29 참사를 통해 이런 미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는 간접 트라우마와 같은 추가 피해로 이어졌다. 미래에 이 같은 일을 방지하고 건강한 인터넷 생활을 하기 위해선 무언가를 게시하거나 공유하기 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사진과 영상이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10.29 참사를 되새기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