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산문(수필, 소설) 부문 심사평

'늪에는 곰팡이가 있다', '묵호항', '세 개의 계절', '신발' 배재신문l등록2023.11.20 17:26l승인2023.11.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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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선(기초교육부)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챗GPT가 인간 필자와 협업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보니 글을 쓰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차 생각해봐도 글을 쓰는 일이란 자기 생각의 표현이나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 성찰과 소통, 생각하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리거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혹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특히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삶의 윤리와 가치를 되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삶에 궁금증을 갖고 의미를 탐색하고, 그렇게 찾은 의미를 부여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거칠 때에야 비로소 ‘글을 쓰는 자’는 탄생한다.

  제44회 배재문학상 수필과 소설 부문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상처를 응시하고 희망과 좌절을 토로하고,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의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접하며 한 사람의 독자로서 시대의 고통에 공감했고,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직면하곤 숙연해졌다. 그래서 무엇보다 지원한 학생들이 배재문학상 응모를 계기로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심사 과정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 이상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 수필 「늪에는 곰팡이가 있다」 심사평

  이번 배재문학상 수필 부문 응모작 가운데 「늪에는 곰팡이가 있다」는 작가다운 시선과 통찰력이 돋보였다. 곰팡이를 발견하고 호명하는 행위를 문학이라는 세계를 구성해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참신하면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고민 끝에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을 수필 부문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글을 쓴 지원자가 훗날 자기 이야기를 다시 하는 기회가 온다면, 이 작품을 수필로 쓴 작가론이자 자기 문학의 시초지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 소설 「묵호항」, 「세 개의 계절」, 「신발」 심사평

  한편, 소설 부문 응모작들 중에서 「묵호항」은 시적 문장이 소설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묵호항」은 묵호항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친구를 잃은 슬픔이 잘 어우러져 있었지만, 소설이 갖추어야 할 촘촘한 서사가 아무래도 아쉬웠다. 서사가 탄탄해질 때 작중인물이 전하는 애도의 감정과 생이 감추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깊고 진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세 개의 계절」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취하고 있었다. 보편적인 소재로 이루어진 스토리는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들어본 듯한 이야기로 매력이 반감될 위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소재를 자기만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소설 응모작인 「신발」은 문장력과 표현력이 좋았고 비판적 작가의식이 돋보였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지닌 산문정신을 잘 담아낸 작품으로 서사를 구성해 가는 힘 또한 인상적이었다. 제목을 좀 다르게 붙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자본주의 사회와 빈부격차, 계층 간의 갈등을 작중인물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과정에서 잘 풀어나가고 있기에 이 작품을 소설 부문의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한 학생들과 응모한 학생들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글을 쓰는 자’로 이 가을을 살아내고 있는 예비 작가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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