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기초교육부)

  매 해 배재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며,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청년들을 마주하는 일이 반갑다. 제 안에 있는 문자를 고민 끝에 깎고 깎아 작품을 제출했을 그 마음들이 귀하다. 제일 먼저, 귀한 글을 투고한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엄격한 예선을 거쳐 최종심에는 총 10명의 학생 글이 올라왔다. 투고된 작품 모두에 나름의 삶의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어 심사위원을 고민하게 했으나 작품의 장단점이 명확하여 심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종심에서 1차로 제외된 작품은 ‘개인적 인식의 보편화’라는 시의 미학을 도외시한 채 기존의 상투적 사유와 표현을 답습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남발되어 왔던 추상적 상징어를 고민 없이 사용한 작품들, 시의 여백을 고려 하지 않고 적당한 행갈이로 시의 느낌만을 내려고 한 작품들이 탈락하였다. 시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이다. 언어를 조탁하는 일에서 시 창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시를 쓰는 학생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2차로 제외된 작품은 시의 형태와 내용을 어느 정도 갖추었으나 그 깊이가 아쉬운 작품이다. 문학적 사유란 기존과는 다른 방식과 관점의 사유이다. 하지만 전에 없는 생각과 표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좋은 문학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를 설득하는 일’이다. 좋은 시는 시 안에 형상화된 이미지와 주제의식이 제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독자를 고개 끄덕이게 한다. 이를 위해서 조금 더 논리적이고 조금 더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감각에만 기대어 시를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올해 심사에서는 시적 발견과 언어의 조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시편을 수상작으로 선별하였다.

- 시 「술」 심사평

  강민재(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4)의 「술」은 백석 시인의 이미지와 작품을 효과적으로 교차하며 한국적 정서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늙은 시인의 모 습과 막걸리의 의미망을 촘촘하게 설계하며 설득력 있게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점과 시어를 감각적으로 배치하며 시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특히 강점이었다. 다만 투고된 작품 전반의 주제의식이 교시적으로 흐르면서 시적 긴장감이 유지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독자의 몫을 남겨두는 시인의 미덕을 고민 해보길 바란다.

- 시 「슬픔이 숲을 들 듯이」 심사평

  이민하(피아노과과・3)의 「슬픔이 숲을 들 듯이」는 특별한 기교 없이 시적 대상을 낯설게 해석해 내는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시적 발견을 기반으로 조탁한 감각적 표현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한 대표작 외의 작품의 수준이 고른 점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했다. 다만 작품의 주제의식을 조금 더 고찰하여 자기만의 시선을 만들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시어의 무게와 깊이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더 수준 높은 작품을 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수상권에 든 두 작품을 두고 오래 고심하여 「술」외 2편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작자 내면에 남겨 있을 시에 대한 고민을 응원하고자 함이다. 오래 시를 쓰길 바란다.

  「슬픔이 숲을 들 듯이」 외 2편은 가작으로 추천한다. 슬픔이 숲을 들 듯이 일어나 상처를 묻고 끝내 피어나길 바란다. 그 끝에 써낼 다음 시를 기대한다.

  수상한 두 명의 학생에게 축하를, 아쉽게 낙선한 학생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직관적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 안에 있는 문자 몇 자를 쥐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성숙의 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언어를 갈고 닦는 어느 날에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