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밖에 없다

공시생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오준영 기자l등록2016.04.23 23:34l승인2016.04.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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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매년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올 4월 9일 치러질 예정인 행정9급 공무원 응시자는 22만 1853명으로, 지난해 19만 987명보다 약 3만 명이 늘었다.

경쟁의 과열은 행정공무원뿐만이 아니다. 1,001명을 뽑는 순경 공채시험은 37,949명이 지원해 1:37.8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성은 153명의 자리에 1,5219명이 지원했다. 이는 1:99.4의 경쟁률이다.

여기에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택한 공딩족(고등학생+재수생)이 가세했다. 공무원시험 필수 과목이 국영수로 바뀌고, 난이도 역시 낮아진 탓이다. 올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 중 10대는 3,156명으로 전체 응시자 수의 1.4%에 이른다.

고등학생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역시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 온라인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대학생과 구직자 1,5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중 83%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대학 배양영재센터 관계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인식의 변화와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안정성”을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높은 안정성과 노후보장이 낮은 봉급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을 택한 것이다.

관계자는 “20,30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라며, “과거에는 공무원보다는 대기업이나 은행으로 취직하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라고 말하며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하고 취업이 힘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의 공무원법학과를 졸업한 배양영재센터 실원 김 씨(가명)는 공무원 시험을 택한 이유에 대해,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때문”이라 답했다. 그는 1년 6개월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다른 스펙이 필요하지 않다. 그에게는 상당한 메리트다.

김 씨는 “금전 문제가 가장 스트레스다. 모든 것에 예민해진다. 경쟁률, 인원 감축, 환경 등 모든 것이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체적인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자신에게 이번 9급 공무원 시험은 모든 것”이라며,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심경을 밝혔다.

다른 공시생 역시 마찬가지다. 이 씨(가명) 역시 9급 공무원을 지망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서른 둘, 적지 않은 나이다.

사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곧장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 2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격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비전이 없었다. 그가 발걸음을 되돌린 곳은 고향인 포항에서 360km 떨어진 노량진이었다.

그 역시 가장 큰 고충은 금전 문제였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과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공시생 생활,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 씨와 이 씨의 입은 같은 말을 향했다. “저에겐 이것 밖에 없어요.” 각기 표정은 달랐지만, 절박함은 같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포기는 없었다. “떨어지면 내년을 기약 해야죠”


오준영 기자  ojy0533@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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